등 -Back (2)

등 돌린 그대에게

by Nomadic

등에 관련된 표현을 보면, 우리의 등은 우리에게 영원한 타인이라는 느낌이 든다.

물론, 미장원에서처럼 이중 거울로 애써 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눈이 닿지 않는 곳에 있으니 우리 몸의 일부인데도 우리 자신에게 낯설고 잘 알지 못한다는, 그리고 등 뒤에 있어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완전히 없앨 수 없는 불안감, 그리고 타인의 등도 그렇다.

타인의 등 돌린 모습은 외면으로 나를 쓸쓸하게 만들거나, 혹은 반대로 표정을 감추려는 듯 조금은 쓸쓸해 보이기도 하는 것이 된다.


그동안 살펴보았듯이, at your elbow 팔꿈치 가까이 있는 것도 항상 대기 중인 상태를 의미하고, within arm's length나 at hand, 등 '손 닿는 곳에 있는' 것은 가까워서 좋다는 것인데,

at someone's back이라고 하면, 얼핏 누군가에게 업힌 것이 아닌가 생각할지 모르지만, 누군가를 쫒는다는 의미가 된다. 내가 누군가의 등 쪽에 있으니까 상대방은 달아나는 모습인 것이다.

업어주는 것은 piggy back이라고 한다. 동사로도 쓰고 명사로도 쓴다, 예전에 서양사람들은 돼지를 업고 다녔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사람의 정서와는 맞지 않는 일인 것 같다.


그리고 go behind someone's back이라고 해도, 뒤에서 쓱싹쓱싹 꼼수를 부리는 것을 말한다.

우연히 뒤에서 뭔가 할 수도 있지만 왜 앞에서 하지 않느냐고 물으면 딱히 할 말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배신자를 back stabber라고 한다. 등에다 칼을 꽂는 사람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앞을 찔러도(!) 배신으로 찌르면 back stabbing이 된다. 앞에다 꽂는다고 상황은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지만 치사한 것만은 사실이라서,

et tu Brutus 부루투스 너마저, 하고 쓰러질 것만 같은 기분이다.


하기야 등은 그저 돌리기만 해도 서운하다.

그래서, turn one's back on이라고 하면 외면하다, 나를 버리다, 더 이상 내 편이 아니게 된다, 는 의미가 된다.


칼을 꽂는 거야 명백히 좋을 리가 없지만, 등을 보여도, 등 뒤에 있어도, 등을 돌려도 좋지 않다고 하더니, 등에 매달려 있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한다.

마약이나 술 등 중독을 monkey on my back이라고 하기도 한다. 원숭이가 등에 붙어있다니 생각만 해도 괴로울 것 같아서 느낌은 적절하긴 하지만 애먼 원숭이는 또 무슨 죄가 있나 하는 느낌이 든다. 이런저런 중독을 서서히 끊어나가지 않고 고생스럽더라도 바로 끊어버리는 것을 He quit the smoking cold turkey라고 하는데, 이 역시 뭐든 단숨에 끊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서도 칠면조가 도 무슨 죄냐는 생각이 들고 말이다. 역시 돼지 팔자가 최고인 것 같다.

그리고, 누가 자꾸 못살게 굴면,

Get off my back! 등에서 떨어져! = 괴롭히지 좀 마!

라고 말할 수 있다. 괴롭히는 느낌은 등짐 같은 것으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옷을 입으려면 팔도 끼고 (소매가 없는 옷도 arm hole에 팔을 꿴다) 목도 끼어 입어도, 영어로는 coat on my back 등에다 걸친다, 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령 누군가를 끝까지 벗겨먹는 것을,

He took shirt off my back 입고 있는 옷까지 벗겨갔다 = 가진 것을 다 가지고 갔다.

벼룩이 간을 내 먹는다는 말이다.


I covered my back.이라고 하면 등을 덮는다고 하니까 뭔가 다정한 말인 것 같지만 어떤 일에 비난받지 않도록 대비한다는 말로 이경우는 back 대신 ass를 쓰기도 해서, back이 때때로 그렇듯이 이 경우는 backside, 즉 등보다는 엉덩이 쪽을 말한다. 즉 수치스러운 일을 당하지 않도록 '가린다'는, 이른바 좀 쓱싹쓱싹의 의미가 된다.


It is the last straw that breaks the camel's back.이라는 말은 하나씩 더하다 더하다 드디어 너무 무겁게 되어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 마지막 하나의 지푸라기를 말하는 것으로, 비난이나 공격이 개별적으로 보면 크지 않은 것 같지만 쌓이면 큰 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작은 고통들은 후쿠시마 방사능 같은 것이라서 조금씩 보이지 않게 쌓여 병을 만들기 마련이다. 이 경우의 back은 backbone 등뼈를 말하는 것이다.


back이라는 말을 따로 쓰지는 않지만 bend over backward라는 말은 등을 거꾸로 휘어 접는다는 말이니까 불가능하지 않다면 매우 고통스러운 일일 테고, 그래서 누군가가 나를 위해서라면 등을 거꾸로 접어서라도 한다, 즉 달이라도 따다 준다, 뭐 이런 어감의 말이다. break one's back도 비슷하다.

She bent over backward to help me out. 걔가 나를 돕기 위해서 못 한 일이 없어.

Don't break your back to do it. 그거 한다고 등을 부러뜨릴 필요는 없어, 즉 너무 애쓰지 마

이런 말이 된다. '등골이 휜다'는 것과 비슷하다. 먼저 같은 의미로 이렇게 목도 부러뜨린다고 했던 걸 상기하면, 남을 위해 다치는 사람도 많은 것 같아 조금 염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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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간호학을 들을 때, 통증의 정의 중, '그 부위의 존재를 느끼는 것'이라는 흥미로운 정의가 있었다. 허리가 아프지 않으면 우리는 허리가 어디 달렸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것이다. (갑자기 살 만져 보지 마) 그러니까, 우리는 우리의 몸의 존재를 모르고 귀신같이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상태라는 모순이다! 이 모두 부교감신경 덕분이다.

한국어로는 등뼈를 다치는 것을 허리가 다쳤다고 한다. 그 허리는 물론 waist 가 아니라 back이고 아프기 쉬운 허리선에 있는 등 부분은 특히 주로 small back이라고 한다. (엉덩이도 여러분이 말하는 히프 hip은 골반 옆 선을 말하지 엉치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등에서 조금 안쪽으로 척추가 휘어 들어가 있는 부분이라서 그렇지 않은가 짐작되는데, 하지만 본인의 허리는 절대 스몰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죄책감을 느낄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마음껏 사용하도록 하자. XXL의 사이즈도 아픈 허리는 스몰 백이다 두둥!

그 '허리'의 통증은 물론 back pain이다. 두통을 headache라고 하듯이 허리 아픈 것도 backache라고들 쓰는 사람이 많은데, 20년 전 영어 선생님이 back pain이 정식이라고 강조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냥 참조하시라고 말씀은 드린다. 허리가 아파 죽겠는데 용어가 뭐 중요하겠느냐마는.

병원에 갈 때는 만성적으로 아픈 것은 chronic이고 갑자기 아픈 것은 acute라는 것을 알아두면 설명하기 쉬운데, 이렇게 병명으로 가기 시작하면 또 책 한 권이 나오니까 여기서 그만하도록 하자.




하지만 등이 부정적인 느낌만 주는 것이라고 하면, 위치상 돌려 앉을 수밖에 없는 등은 서운하다.

가장 다정한 동작들은 또 등에 얹어지니까.


격려, 칭찬을 한다는 말은 등을 두들겨 준다는 pat on the back을 쓴다. 칭찬하는 동작으로는 머리를 두들겨 주는 동작을 떠 올릴 수도 있지만 pat on the head 이것은 약간 내려보는 느낌이 있으니, 역시 등을 두들겨 주는 게 좋다.

채 했을 때도 등을 두들겨 주면 좋은데, 마구 두들기는 것은 때린다고 해서 hit이 아니고 pound를 쓰는 게 좋다. 손바닥을 펴서 찰싹 때리는 것은 어느 부위나 slap을 쓰는데, slaps on the back은 pat토닥토닥 보다 더 막역한 사이에는, 자알 했어 철썩! 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편한 동작, 반듯하게 누운 것을 on one's back이라고 하는데, 그냥 누운 것도 해당되지만, 아파서 '누워 있다'라고 할 때도, she's on her back now. 하고 말하기 때문에 안부를 물었는데 누워있다고 하다니, 지금은 잔다는 말인가, 나중에 놀아야지 하고 그냥 지나치지 말고 다시 안부를 챙겨 묻도록 하자.


이렇게, 어깨에서 팔꿈치를 타고, 손에서 손가락을 거쳐, 목에서 팔과 등까지 어루만져 보았으니, 이제 드디어 '정면'승부를 해 보도록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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