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과 배 - Chest & Stomach

이러니 저러니 해도 믿을 것은 내 배뿐

by Nomadic

사람의 배면, 뒷면이 back이라면 정면, 앞 면은 front가 되겠다. 그리고 앞면의 대표적인 부위는 가슴과 배다. 영어로 가슴과 배를 지칭하는 말은 여러 가지다.


일단 가슴은, 어느 규칙에나 예외가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꼭 집어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말하자면 가슴팍, 몸'통'을 말할 때는 chest가 되고, 유두가 있는 가슴'살' 부분은 breast가 된다. breast는 여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남자도 유방암에 걸릴 수 있듯이 말이다.


chest는 기본적으로는 상자나 함을 말한다. 그래서 사람 몸의 chest는 가슴'통'의 개념이다.

상체 몸통을 torso 외에도 trunk라고도 하는데 trunk는 나무의 몸통, 코끼리의 코를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지만, 역시 우리가 아는 여행용 트렁크를 말하기도 하니까, 사람의 몸을 큰 통으로 바라본 서양인의 시각과 몸'통'으로 본 우리의 시각도 많이 다르지 않다.

안에 많은 것이 담겨 있기도 하고.


chest를 잠시 '들여다보고' 넘어가자.(pun intended 말장난 맞습니다)

오래전 서양에서는 결혼 전 수를 놓거나 바느질을 해서 함을 하나씩 채워 결혼 준비를 하는 풍속이 있었는데 이것을 희망함 hope chest라고 했다. 이것을 아름다운 미풍양속이라고 생각하기에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을 알아버렸고. (뒷짐 먼산)

war chest는 전쟁을 담아놓은 통이 아니라(!), 전쟁을 '하기 위해' 늘 준비되어 있는 것들을 말한다. 국방부 예산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돈뿐 아니라 병기까지, 아무튼 전쟁에 사용될 수 있는 모든 것을 은유적으로 언급할 때 쓰인다. 동물과 인간의 다른 점은 그동안의 관찰에 의하면 사실 거의 없는 것 같지만, 어쩌면 war chest가 아닐까. 인간만이 같은 류를 죽인다는 말도 있지만 사례를 목격한 일이 없어서 그렇지 동물도 미워서 물고 뜯을지 모르는데, 싸울 때를 미리 대비해서 뭔가를 쟁여두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사슴의 뿔도 싸우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는 누가누가 더 크고 멋지나 가 중요하고 말이다. war chest에는 그야말로 전쟁이나 담아서 바닷속에 돌 매달아 빠트리고 심은 심정이다.


bare one's breast는 가슴을 드러낸다니까 얼핏 이상한 상상을 할지 모르지만, 속내를 보여준다는 말이다. '속이 버선목이나 되면 뒤집어서 보여나 주지'라는 재미있는 말이 있듯이, 살면서 그러게 그렇게 속을 보여줄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순간들이 있다. 말로 하지 의뭉스럽게 굴어놓고 나중에 딴 소리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속 씩이나 보여주지 않아도 말로라도 분명히 말하면 되는데 싶긴 하지만.


그렇게 속내를 털어놓는 것을 get (something) off one's chest ( to someone)이라고도 한다. 가슴통에 든 것을 다 내려놓는 것이다. 조금 전에 속을 보여주지 않는 사람을 불평하다가 바로 in the same breath '같은 입(숨)으로' 다시 이렇게 말하는 것은 조금 모순된 것 같지만, 세상에는 자기 마음만 편하자고 틈만 나면 신세타령이나 하소연을 늘어놓는 사람이 있는데 이 또한 무책임 한 행동일 경우도 많다.

늘 이야기 들어줄 귀를 찾아 헤매다가 이야기를 다 털어놓고 나면 다시 다음 들어줄 사람을 찾아 옮겨가는 사람들을 더러 만나보았는데, 그야 막장 연속극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까짓 이야기 좀 들어주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경험상 그런 사람들일수록 일껏 들어준 사람의 마음의 부담은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이건 비밀이라고 해서 열심히 지키고 있었는데 알고 보면 다들 알고 있는 '비밀'처럼 말이다.

아무려나 중용이 그래서 중요하다.


위에서 in the same breath '같은 입(숨)으로'라는 말을 했는데,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는 경우에 쓰인다.

e.g. He said he liked her but in the same breath criticized her harshly.

그는 그가 좋다고 말하면서도 (같은 입으로) 그를 맹렬히 비난했다.

breath 숨은 폐에서 나온다. 폐는 심장과 더불어 상체 가슴 안의 주요 기관이다. 이렇게 말하면 콩팥과 지라 같은 것들이 오늘 밤 꿈에 머리를 늘어뜨리고 beating their breasts 가슴을 치며 '원통해' 울며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몸에서 어느 부위가 더 중요하다는 순위를 매기자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대화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 아니 장기물들이라는 말이다. beat one's breast는 애통해하는 것을 한국어로도 '가슴을 친다'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얼핏 가슴을 친다고 해서 고릴라처럼 포효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안 된다.

심장에 관련된 표현은 너무 많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따로 다루도록 하고, 폐관련으로 가장 자주 만나는 말, scream at the top of your lungs만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폐에다 숨을 가득 채워서 비명을 지르는 모습을 상상하면 되는, 그야말로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비명이다.



배는 기본적으로는 stomach다. 하지만 일상의 말로는 tummy나 belly를 더 많이 쓴다. baby talk 애들 쓰는 말인 것 같지만 진지한 어른들도 다 일상용어로는 벨리, 터미라는 말을 쓴다. 미국인들은 정말이지 big words 고급 단어를 쓰는 걸 싫어한다!


스마트폰도 아직 개발이 안되었던 시절, 처음에 미국에서 배꼽을 말하려고 보니 그 단어를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고, 라틴어(omphalos!)까지 동원해서 설명했는데, 선생님이 oh, you mean 'belly button'? 하셔서, no. wait! yes? yes!!!! 하고 허탈하던 생각이 난다. 그냥 배꼽을 가리켜서 보여주었으면 되었잖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가 명색이 전주 이 씨 18대손이어서.. 가 아니라 우리 엄마가 조신하게 행동하라고 하셔서.. 가 아니라 그냥 그때 그럴 생각이 안 났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배가 아픈 것을 stomachache라고도 하지만 tummy ache, belly ache라고도 한다.


배 중에서 횡격막과 골반 사이의 근육이 있는 가운데 부분을 abdomen 복부라고도 하는데, 곤충의, 머리-가슴-배, 세 개로 나뉜 부분에서 맨 끝의 엉덩이? 부분을 abdomen이라고 하기도 한다.

옛날에 아이가 유치원에서 머리 어깨 무릎 팔 노래에 맞춰 head thorax abdomen abdomen을 배워 부르던 귀여운 모습이 문득 떠 올라 미소가 지어진다. 또락스나 압도멘은 어린아이에게는 정말 어려운 단어들이었기에 더 귀여웠던. 그 깜찍한 아이가 이제 자라서 독립한 성인이 되었다니 세월은 정말 놀랍고 감사하고 무엇보다 돈이 더 이상 나가지 않아 기쁘다. (언제나 분위기를 깨는 데 최선을 다하는 기호 1번 알래스카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stomach의 주목할 만한 점은 그 부위를 지칭하는 말이 여러 개 인 것이 아니라 외려, stomach가 겉 배와 안배, 즉 위를 가리키기도 한다는 것일 것이다. flat stomach/belly라고 하면 배가 납작하다는, 즉 살 없는 날씬한 배를 말하는 것이지만, It turns your stomach라고 하면 뱃살이 돌게 한다(?)는 말이 아니라, 속이 뒤틀리게 한다, 즉 속이 메슥거린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비위가 좋다는 말은 strong stomach를 가졌다고 하고, 멀미가 나거나, 아무거나 잘 못 먹거나, 징그러운 것을 잘 못 보겠는 것을 stomach를 동사로 써서 not able to stomach라고 한다. 은유로 소심한 것을 말하기도 해서, She can't stomach his criticism, 그의 비난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다, 고 말할 수 있다.


꼭 위가 아니더라도 장, 혹은 내장 전반을 가리키는 gut도 위를 말하는 경우가 많다.

a gut feeling, 직역을 하면, 속 느낌 gut instinct 속 본능, 즉 직관/육감을 말한다. 이른바 '쌔함', 왜인지는 말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말한다.

걔 왜 싫은데? 하고 물었을 때, just gut feeling이라고 답하면 한국어로 '그냥' 쯤이 되는데, 사실은 장황한 설명보다 더 많은 것을 설명하는 경우도 많다.

'그놈의 육감이 사람 잡는다'는 말도 많이들 했었는데, 생각해보면, 주로 여자의 육감을 남자들이 싸잡아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고, 바로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육'감이 6감, sixth sense라고 생각했었는데 몸으로 느끼는 '육肉'감이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문득 한 때 인기던 '그 새끼를 죽였어야 했는데' 짤 들이 생각난다)

have guts라고 하면 배짱이 있다는 말이고, 누군가를 매우 싫어할 때,

I hate hid guts. 나는 그 인간 마음보가 싫어.

라는 말도 쓰는데, 내장까지 싫어한다니(!) 그야말로 그 존재 전체를 싫어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그의 속내, 마음보가 싫다는 것일 수도 있으니 단순히 마음에 안 드는 정도가 아니라 속속들이 싫어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할 것이다.

이 또한, 걔가 왜 싫은데? 의 답이 될 수 있다. I hate his guts라고 내뱉으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것이다. 그냥 다 싫어, 쯤이 된다.


털어놓을 속내는 가슴에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서 spill one's guts out (on) 역시 속을 털어놓는 것인데, 신세타령 쪽 보다는 비밀이나 정보 같은 것을 털어놓는 쪽이다. 아무리 그래도 내장을 쏟아내다니, 내가 별로 남의 비밀 같은 것은 듣고 싶지 않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긴장되어 떨리는 것을 butterflies in your stomach라고 하는데 울렁증이 있다는 것이니까, second brain이라고 할 정도로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위가 편한 것이 속이 편한 것이고, 그러니까 오늘도 맛있는 것을 많이 먹도록 하자.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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