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가까운
팔꿈치는 팔의 일부지만 흥미로운 부분이 많기 때문에 먼저 따로 다루었고, 손도 너무나 표현이 많아 두 챕터에 걸쳐 먼저 다루다 보니, 어쩐지 주연공인 팔의 순서가 좀 밀려버렸다. 이제서라도 늦지 않았으니 팔 전체를 뚝 떼 내어 사랑스러운 눈길로 살펴보아 주자, 고 말하고 나니, 어렸을 때 고무 인형 옷을 쉽게 입히려고 팔을 떼어내고 입히곤 하다가, 팔을 뗄 수 없는 관절 바비 인형이 나오면서 외려 답답하던 기억이 난다.
여기서 잠깐, 다들 아시다시피 보시다시피, arm은 헤밍웨이의 A Fairwell to Arms '무기여 잘 있거라'에서처럼 무기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요즘과 달리 공부를 하려면 교과서 외의 책을 읽어서는 안 되던 시절에 입시를 준비한 나로서는 ( 나는 그런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을 읽고 있었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훗 ) 막상 '무기여 잘 있거라'가 도대체 무슨 뜻인지는 당시에는 몰랐던 것 같다. 헤밍웨이는 사실 '노인과 바다' 외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도 그렇고 전쟁 얘기를 많이 쓴 작가라는 것도, 그 특유의 간결한 문체 같은 것도 언급되지 않았고 말이다. 하여간 주입식 학습이란 그런 것이라니까 쳇.
아무튼 그래도 무시할 수는 없으니까 재미없는 이 무기 부분을 먼저 치우고 넘어가도록 하자.
이른바 무기의 부름을 받다, 그러니까 징병되다는 말을 get a call to arms이라고 한다. 무기를 들도록 명령을 받았다는 말이다. '무기를 들다' take up arm 은 따라서, 땅에 있는 무기를 집어 드는 정도가 아니라 무장을 한다는 말이다. bear arms 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말도 그저 들고 다니는 것뿐 아니라 직접 쏠 준비를 하고 소지한다, 무장을 했다는 말이다.
완전 무장, 중무장을 하는 것을 arm to the teeth이라고 하는데, 치아까지 무장을 했다니 어감은 알겠지만 치아에 철모들을 쓴다든가, 온통 금니라도 두른 모습이 상상되어 우습기도 하다. 머리 부분의 표현들을 살펴보는 책을 쓰게 되면, 이 치아만으로도 재미있는 표현을 많이 다룰 것이다.
무기를 내려놓다는 말은 역시, put down your arms 실제로 무기를 바닥에 내려놓는 것일 수도 있지만, 전쟁/싸움을 멈추다, 거나 무장을 해제한다는 은유적인 표현으로도 사용된다. 총을 24시간 소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장경찰은 armed police officer이라고 하듯이. 그리고 눈치 빠른 그대는 보셨겠지만, 저렇게 arm을 동사로 사용하면 무장하다는 뜻이 된다.
arm이 들어가는 표현 중 up in arms about 은, 무기와 팔, 두 의미의 중간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demonstration, protest 데모를 하며 단체행동을 하는 것을 말한다.
e.g. Female workers were up in arms about unfair treatment in the workplace.
여성들은 작업장에서의 불공평한 대우에 대해 들고 일어섰다.
팔을 쳐들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떠 올릴 수도 있고, 군대 동지 나아가 아군 전반을 말하는 brother/sister in arm이라는 말도 생각난다.
그 정도로 이제 그만 let us lay down our arms 무기를 내려놓고 ( 이 또한 전쟁을 끝내다, 무장을 해제하다는 뜻으로도 쓰인다), 당면 과제인 진짜 그대와 나의 팔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자.
neck and neck, 은 경쟁 구도로 좀 달랐지만, shoulder to shoulder, elbow to elbow, hand in hand, 에서처럼, arm in arm이라고 하면 팔을 엮고 '옆으로' 나란히 나란히 나란히 있다는 말이다.
실제 팔을 엮고 있는 모습도 되고, 손처럼 어떤 조건들이 함께 간다는 말로도 쓰인다. 여기까지는 모두 사람이 정면을 보고 앞을 바라보는 상태에서 이 부위들이 닿는 것을 떠 올리게 되지만, 나중에 back to back이 나오면 달라지는데, 그 고개는 또 그때 가서 넘도록 하자.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옛날에, 이른바 '보세'옷이라는 것은 동양인에게 맞도록 재디자인되어 정식으로 수입된 것이 아니라서 서양인들 체격에 맞춰 같은 체구에도 소매가 긴 것으로 유명했던 기억이다. 나같이 팔이 긴 편이라서 문제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서양인들은 동양인에 비해 팔이 길긴 긴 모양이다. 이들도 그것을 인식하고 있는지 어쩐지 뭔가가 길다고 할 때 다리도 아니고 팔 길이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a to-do list as long as your arm 팔 길이만큼 긴 할 일 목록, 이라고 말하는 식이다.
뭔가를 '팔 길이'에 둔다, 뭔가를 멀찍이 둔다, 그러니까 너무 가까이 두지 않고 '거리를 둔다'는 것을 keep/hold something at arm's length라고 한다.
반면 within arm's reach '팔이 닿는 거리 내에 둔다'는 것은 팔만 뻗으면 되는 거리에 있다는 것으로 at hand과 같은 의미가 된다. 그러니까 팔이 길다는 건지 짧다는 건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지만,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라는 말을 토대 삼아, 너무 가까운 것은 좋지 않다는 정도로 생각하도록 하자.
아무튼, 팔 길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노안이 오니 이젠 식당에 가서 뭘 주문하려고 해도 메뉴를 팔 길이로 멀리 놓고 보아야 하는데 hold the menu at arm's length, 열심히 뭔가를 보려고 팔을 뻗다 보면 나중에는 팔이 그 정도 길이밖에 안 되는 것이 아쉬울 정도다. 처음에는 메뉴가 안 보이더니 이제는 주문받으러 온 사람 눈도 잘 안 보여서 눈을 마주칠 수가 없으니, 시력이 상당히 좋던 나로서는 우울한 일이다.
예전에는 정말이지 '눈이 안 좋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모르는 것은 물론, 그게 뭔지를 생각해본 적 조차 없이 살았던 것이다. 옛날에 엄마가 실을 바늘귀에 꿰어달라고 하시면, 해 드리면서도 그게 나의 미래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고 엄마는 엄마, 나는 나로 생각했던 걸까.
그때 내게 바늘 꿰기는,
something I could do with one arm tied behind one's back.
한 손을 뒤에 묶어 두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일이었던 것이다.
아주 쉬운 일을 표현상 그렇게 말하긴 하지만, 역시 팔 하나를 묶어두고 실을 꿰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만. 엄마는 바늘을 들고 계세요 저는 실을 꿰겠습니다, 뭐 이런 대화가 오고 가야 할 것 같다. 우리 엄마는 외할머니가 이불을 꿰매실 때면 이불 한가운데 누워 천정을 바라보던 게 그렇게 행복했노라며 자주 추억하시니 아마도 엄마도 또 그렇게 실을 꿰어 드리며 성장하셨을 것이고, 그렇게 도란도란 앞서거니 뒤서거니... 노안이 찾아오는 ( 레코드 판 찌지직 미끄러지는 소리)
아 아! 다시 좋은 눈을 가질 수만 있다면 정말이지 무엇이라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I can give my right arm 오른팔도 투척할 수 있다!
는 것은 표현일 뿐이지 물론 그럴 수는 없다. 눈과 오른팔을 바꾸다니, 안 그래도 왼손은 그저 장식용일 뿐인 극심한 오른손잡이인 나는 그러면 지금 배울까 생각 중인 점자도 여의치 않게 되어버린다.
이렇게 뭔가 엄청나게 비싼 것을 It costs an arm and a leg이라고 한다.
팔다리를 내야 한다니, 무슨 차를 피하려다 무슨 차에 친다는 말이 떠 오른다.
최근까지만 해도 나도 종이책이 아니면 절대 안 된다고 고집하고 있었지만, 급기야 무거운 책은 손목이 아파 들고 있기조차 힘든 사태에 이르니, 별 수 없이 좋은 눈은 포기하고 전자책과 오디오북으로 가야 할 것 같다.
글자 크게 볼 수도 있고, 가볍고, 밑줄 가볍게 칠 수도, 관련 정보도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으니 전자책은 참으로 편리한 신문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내가 기꺼이 하는 것이 아니라 강제로 하는 것은 역시 반가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억지로 뭔가 하게 하는 것을 arm-twisting이라고 한다. He twisted my arm to do this.라고 하면 그가 나를 억지로 하게 했다, 는 것이지 '대부분의 경우는' 실제로 팔을 비틀었다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장난으로 맨 팔을 양손으로 쥐고 걸레 짜듯이 비틀어 살짝 아프게 하는 것을 snake bite라고도 하는데, 위의 twistng arm은 팔을 뒤로 꺾어 비트는 동작을 말하는 것이고 민간인끼리라면 그런 동작을 웬만해서는... 취하게 될 것 같지 않...고 말이다. 흠.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강력하게 밀거나 만류하면 나의 의지는 '포기하고' 그게 뭐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좌절스럽거나 할 때 주로 팔을 위로 던져 올리는 몸짓을 하게 되는데 fling (one's) arms up, 팔을 던져 올린다고 하면 따로 좌절스럽다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좌절스러워한다'는 말이 된다. 먼저 손에 대해 다루면서 말했지만 throw up (one's) hands 도 마찬가지다. 여기서 손과 팔이 복수인 것을 주목하자. 좌절스러워 던져 올리는 팔은 양 팔이고 양 손이다. 한 손을 던진다면, 말하자면 shrug 으쓱 에 불과하다.
내가 이렇게 괴로워한다고 해서 나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눈을 떼어 줄 것도 아니고(!) 아쉬운 데로 팔과 다리를 떼어줄 것도 아니지만(!!), 모두들 위로하는 차원에서 나를 좀 안아줄 수는 있을 것이다.
안아준다는 말은 그냥 hug을 써도 되지만 fold를 써서,
You may fold me in your arms 직역하면, 팔 안에 나를 접어 넣는다 = 나를 안아줄 수 있을 것이다.
라고 말할 수 있다. 팔 두 개다. 이왕이면 양팔로 안아주세요.
누군가를 반갑게 맞이하는 것도 greet/receive me with open arms이라고 말한다. 그냥 반갑게, 라는 말보다 열린 팔로 맞아준다니 마음이 참으로 푸근하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arm이 무기이기도 하니까 사격 개시!라고 하는 것이 개시의 열 개 開에 주목해서 open arm이 아닐까 하고 뜻밖에 응용력이 뛰어나실 수도 있는데, 번지수가 틀렸다. Open은 맞는데 Open Fire!이다. 개시를 하면 어느 시점에서는 중단을 해야 하니까 사격중지! 도 알아두자. Cease fire!이다. 사격을 멈춰!
arm은 중심건물에서 팔처럼 갈라져 나간 건물이나 복도라든가, 부속처 개념의 등 다른 뜻들도 많다.
아시다시피 arm chair 암체어는 팔걸이의자를 말하는 건데, 팔을 걸어서 arm chair 가 아니라 의자에서 팔처럼 튀어나온 부분을 arm이라고 불러서 arm chair라는 사실을 말해두고 싶다. 팔걸이의자는 팔'걸이' 의자가 아니라 '팔 의자'인 것이다. 한국말로 뭐라고 하든 그건 대한인의 마음이지만 이른바 팔걸이에 가끔 우리가 그러하듯 다리를 걸쳐도 arm chair가 leg chair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
팔에서 손과 팔꿈치 사이의 부분, 아랫 팔을 forearm이라고 하는데, 한국말로는 팔이라고 하면 대충 맥락상 알아듣지만, 지금쯤 지루하시겠지만 또 말하자면 영어로는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자주 만나는 말이다. 윗 팔 upper arm과 함께 알아두면, 혹시라도 그 부분이 다쳤을 때 유용할 것이다. 물론 안 다치는 게 더 유용하겠지만.
그 밖에, 팔과 손에는 워낙 많은 부위가 있어서 다루지 못한 팔과 손의 부위 들 중 몇 개를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다.
wrist 손목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을 slap on the wrist 손목을 찰싹 맞는 것,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요즘 뉴스를 보면 성범죄자들이 철퇴보다 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모양을 보이는데, 중국산 솜방망이를 다이ㅅ에서 천 원씩에 팔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knuckle 너클, 손마디 관절, 주먹을 쥐면 불거지는 뼈 부분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해당하는 한국 단어가 없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왜냐하면 긴장하거나 뭔가 단단히 마음을 먹을 때 주먹을 꽉 쥐고 있으면 이 부분이 하얗게 되는 것을 살려 white knuckle로 많은 것이 표현되는 부위기 때문이다. rap across/on/over knuckle이라고 하면 이 부분을 때려준다는 것이므로 실제로 때린다기보다는 심하게 야단친다는 말이다. 손바닥처럼 살이 있는 부분보다 뼈가 있는 부분을 맞으면 더 아프기 때문에 상당히 심한 핀잔일 것임에 분명하다.
knuckle down의 동작도 이 부위를 꿇은 모양이니까, 뭔가 굳은 의지를 가진 모양을 말한다.
조금 다른 너클(?)이긴 한데, pork knuckle 은 돼지다리의, 살이 많은 넓적다리 쪽도 그렇다고 발목도 아니고 그 중간의 끝 다리살로 ham hock이라고도 하는데 족발을 만드는 그 부위이다.
흔히, 한국인들이 먹는 고기 부위에 대해 미국에서는 사료로나 쓴다, 이런 말들을 많이 하는데, 나는 미국에 산 20년 중 15년을 동양인이 많지 않은 곳에 살았지만, ham hock( 날 것은 사서 집에서 족발을 만들면 되고 훈제된 것을 팔기도 하는데 끓이면 족발과 비슷하고 주로 수프를 만든다 )과 삼겹살, 영계는 아시안 마켓이 아니라 미국 슈퍼마켓에서 일상으로 파는 고기부위이다.
닭모래집도 늘 손질해서 팔고 있고, 소갈빗살도 LA갈비라고 부르는 cut ('썰기 방식' 이란 뜻으로, 가령 prime cut이라고 하면 최상육이라는 뜻이다) 도, 찜갈비/갈비탕용 cut도, 소꼬리도 얼마든지 다양한 국가 사람들이 찾는 부위다. 소 혀, 소 고환, 소 심장도 일반 슈퍼에서 파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여기서 만난 중국인 하나는 butcher(정육점 주인)에게 말하면 돼지 귀도 살 수 있다고 귀띔 해준 적이 있다. 나도 족발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씨 뿌려서 깻잎과 고추도 키워먹고, 도토리묵도 쑤고 콩나물을 키워먹어 본 적이 있지만, 맛있게 먹고살고자 하는 것은 어디 나라나 중요한 열망임에 분명하다.
knucklehead는 멍청한 사람을 비하하는 말로 어디서 왔는지 별로 알고 싶지도 않지만, 흔한 말로 혹시라도 누군가가 나를 그렇게 부른다면 참지 말고 너클로 때려줘야 하니까 알아두자. 야구에서 knuckleball 너클볼은 너클이 두드러지게 공의 솔기를 쥐고 던지는 공으로 회전수가 적어서 치기 힘든 공으로, 이 둘 다 한 단어가 된 단어이다.
이 보라! 계속 이 부위를 '이 부위'라고 말해야 한단 말이다. 너클에 해당하는 한국어를 개발해줄 것이 아니라면 '너클'의 상용화를 주장하는 바이다! quiz란 말도 누군가가 하루아침에 새 단어를 만들 수 있다는 도전으로 사방에 써 두어서 결국 '아리송하다'는 뜻의 단어가 되었다고 하고, 장애인 비하어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 손모아 장갑으로 부르자는 움직임이 있으니 '손등 마디''주먹 마디'를 홍보해 볼까.
joint 관절
관절은 상체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조인트는 관절 외에도 술집, 마리화나, 범죄 소굴이라는 뜻으로도 자주 쓰인다는 것을 알아두면 대화에 도움이 된다.
말할 필요도 없지만 흔히 '조인트 깐다'는 부위는 당연히 관절이 아니라 shin이라는 종아리 앞부분을 말한다. 한국의 신 씨 성을 가진 분들은 여권을 만들 때 졸지에 종아리 앞부분이라는 뜻의 성을 가지게 되는데, 그렇다고 sin을 쓰면 발음도 씬이지만 의미가 죄악이 되어버리니 억울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조상 중에 이 부위가 특별히 발단한 으르신이 계신 척이라도 해보는 것은 어떨까.
혼동하기 쉬운 chin은 턱의 '바깥' 살 부분이다. (턱뼈와 입 안 전반 이른바 '턱 주거리'는 jaw라서 짚고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