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걸어도 좋은 것은 목걸이뿐
목을 얘기하기 전에도 목의 정의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정의는 물론 몸통과 머리를 연결하는 부분이다. 그 자체로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연결부로 존재하는 부위라니 어쩐지 측은해진다.
neck의 두 번째 정의는 'a narrow part of something, resembling a neck in shape or position' 즉, '(사람의) 목의 모양과 위치를 닮은 가는 부분'이다. 저 두 번째 정의가 어쩌면 더 중요한 이유는, 이 목은 연결보다는 '가는 부분'이라는 것의 개념이 더 커서, 어디든 주로 한쪽으로 치우친 잘록한 부분은 neck이라고 부르기 쉽다. 한국어로도 병목 bottle neck (병목현상의 그 병목)은 병목이지만, 기타나 바이올린 등 의 잘록한 부분도 neck이다.
단, 자주 쓰이는 in my neck of the woods라는 말은, 여긴 내 나와바리야가 잘 아는 곳이야, 라는 말이라서 목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데,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쓰는 길'목'도 딱히 목은 아니니까 너그러이 이해를 해 주자.
또한 한국인들이 이른바 네크라인이라고 말하는 부분을 그냥 neck이라고도 한다. 일반적인 둥근 목선은 round, 네모로 파인 것은 물론 square, 그리고 둥그렇든 네모지든 푹 파인 것은 푹 파 낸다는 말을 써서 scoop이라고 한다. (아이스크림의 그 스쿱 맞다) 터틀넥 스웨터를 어려서 엄마가 늘 도쿠리 세타라고 하셨는데 그게 바로 사케를 덮여먹는 도쿠리병의 모양을 딴 것이었다니, 일본어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거북이 목보다는 도쿠리 목이 더 적절한 것 같다. 거북이가 목이 긴 것으로 유명한 것도 아니니 말이다.
앞에서 shoulder to shoulder, elbow to elbow, hand in hand까지 살펴보았지만, 물론 목도 예외는 아니어서 neck and neck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사실, 정의를 보아서도 그렇듯이 다른 부위와 달리 사람이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가까워진다고 해서 목이 닿도록 가까이 서는 일은 생각하기 힘들다.
그래서 neck and neck이라고 하면, 목이 닿는 상태가 아니라 그런 막상막하의 경쟁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간당간당하게 이기는 것을 win by a neck이라고 하기도 한다. 사람 목이 아니라 마체 구조상 목이 먼저 들어오는 말 경주에서 목이 간발의 차이로 비슷하게 들어오는 모습에서 온 말이다. 눈치채셨겠지만 neck to neck도 neck in neck 도 아니다.
먼저, 팔꿈치까지 들어가도록 손을 담그는 것 up to your elbow in은 무언가에 깊이 관여하는 것이라서 부정적인 의미는 없지만, up tp one's neck in은 좀 다른 얘기다. 목까지 들어찼다는 것이 무엇이든 좋을 것이 없다. 돈...이라도 그렇다.( 내가 한 박자 더 오래 고민한 것 같다면 그건 그대의 느낌 탓이다) 아무튼 돈은 그렇게 쌓아둘 리가 없으니까 물이든 빚이든 주로 '차 올라오는' 기분의 말이다.
목은 아무래도 '목'숨이 직결된 부위라서 그런지 그 부분을 옥죄어 오면 더 위협을 느끼는 것 같다. 목걸이라면 모를까 목에다 실제로 뭔가를 매달아가지고 다니는 사람은 없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something/milestone/yoke(멍에) around/about one's neck 목에다 뭔가 무거운 것을 매달고 있다, 고 하면 뭔가 힘든 일이 있거나 불리한 상태를 말한다. 힘든 일이 있으면 무엇이 매달려 있기라도 한 듯 목을 길게 빼고 힘겨워하는 모습을 생각하게 되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Don't break your neck to save him. 걔 구한다고 너무 애쓰지 마.
의 표현도, 실제로 누군가를 위해 목씩이나 부러뜨릴 리는 없으니 그저 힘들고 무리하는 것을 말하고,
He is such a pain in the neck. 직역하면 걔는 내 목의 고통이야, 즉 걔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
라는 말이 된다.
stick one's neck out for something/someone. 목을 내밀다는 말은 물론 단두대를 연상시키는 말로, 무언가, 누군가를 위해 내 목숨, 씩이나는 아니더라도 나를 바친다는 말이다.
목을 잃을 위험을 감수한다 risk one's neck과 같은 말이다.
문득, 내가 무엇을 위해 내 목을 건 적이 있었던가, 성냥처럼 나를 불사른 적이 있었던가!! 하고 멈추어 생각해보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해서는 역시 잔잔한 삶이 좋다. 그러려고 이렇게 조용히 뚝 떨어져 나와 살기로 한 것이고 말이다.
좀 거친 삶을 사는 사람들을 roughneck, redneck (붙여 쓴다)이라고도 하는데 땡볕에서 일하면 뒷목부터 그을어서 피부에 도움이 될 리 없으니 그런 이름이 붙은 건데, 어련히 선 블락도 잘 바르고 일 하실 텐데도 요즘도 노동자들을 통틀어서 그렇게 부른다. 굳이 이런 말을 우리가 쓸 일은 없지만 자주 쓰이기 때문에 들으면 이해하자는 차원으로 알아두자.
묘한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애무를 make out이라고도 하고 속어로 necking이라고도 하는 건데, 그것이 특별히 목이 관련된 여가활동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가만 문득 어쩐지 알 듯도 하고... 여기서 상상은 그만하도록 하자.
참고로 목의 뒷부분은 nape이라고 부른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주로 합성 단어로 많은 것을 해결하는 한국어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고개'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담이지만 목을 '조른다'는 말에는 어떤 동사를 쓰는가 혹시 문득 생각이 안나는 분들을 위해 알려드리면, 숨이 막히게 한다는 말은 suffocate이지만 미국인들은 big words를 싫어한다는 법칙에 의거해, 주로 wring one's neck을 쓴다. 이 역시, 실제 목을 조르는 동작에도 해당되지만 그럴 정도로 화가 났다는 말로도 쓰인다.
I just could wring his neck!이라고 하면, 한국어로 모쪼록 심각하지 않은 '죽여버리겠어!' 같은 말이 된다.
계속 말하고 있지만, 아무튼 협박도 구체적으로 하는 미국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