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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 Nov 06. 2019

알래스카 여름 이야기(4)

알래스칸 스포츠 2-낚시와 비행

알래스카의 낚시는 냇가에 한적하게 줄을 드리우고 인생을 관조하는 종류가 아니다.

할리벗(광어류의 바닷물고기)은 잘못하면(!) 사람만 하고 연어는 한아름인데, 잡으면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는 법을 기억하면 함부로 잡을 일도 아니다. 낚시도 사냥처럼 허가증을 사고 시즌과 크기와 개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언젠가 미국인 친구 가족과 조촐하게 강물 낚시를 해 본 적이 있는데, ‘손맛’은 알겠더라만, 바늘에 벌레 끼우기 단계에서 이미 마음을 접은 적이 있는 나로서는 이 또한 애초에 엄두가 안 나지만, 그래도 낚시를 즐기는 친구들이 고맙게도 가끔 나눠주어서 싱싱한 횟감이나 수제 훈제 구이를 맛보기도 한다.

지난번에 연어를 나눠 준 친구에게 ‘연어는 강물로 올라올 때 기다리고 있다가 줍는 거 아니냐’고 했다가 등짝을 맞을 뻔한 적이 있다.

낚시 역시, 허가증 사야지, 좋은 장비 갖춰 관리해야지, 잘 잡히는 미끼 연구해야지 (물고기들과 얘기해 볼 기회가 없어서 아이큐가 어떤지는 내 모르지만, 시력은 확실히 좋지 않은 모양이라서 인조 미끼 만드는 기계도 있고, 그것에 대한 정보 잡지가 나와 있을 정도다 ), 시즌이 되면 정해진 허용 개체 수와 크기를 숙지하고 장비를 챙겨서 물고기가 잘 잡히는 곳을 잘 연구해서 가야지, 그런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배를 타거나 바다에 들어가 손에 물집 잡히게 ‘일’을 해야 하는 일인 모양이다.


낚시 철이 시작되면 낚시 정보가 지방 뉴스에 자주 업데이트되고, 물고기 떼 레이다 장비 같은 것도 스포츠용품 상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연어가 있는 곳에는 연어를 좋아하는 곰도 있으니 괜히 글자 그대로 ‘밥그릇 싸움’하다가 죽는 수가 (과장법이 아님) 있기도 하다.


알래스칸 스포츠를 즐긴다면 테니스 엘보우쯤으로 끝나지 않는 것이다.




물론 ‘고생’이 다라고 생각했다면 그 또한 오산이다만. 




알래스카라고 하면 새소리 울리는 고요한 자연을 상상하실지 모르지만, 뭔가 잔잔한 비디오를 하나 찍으려고 해도 항상 붕붕 소리가 들어가 난감할 정도로 알래스카의 하늘에는 항상, 비행기 혹은 예쁜 글라이더나 경비행기가 한 두대 날아다니고 있다.

알래스카에는 주요 항공사 알래스카 에어라인 외에도 이 주에만도 작은 항공사가 열 개도 넘는다.

이는 주의 크기와 위치로 인해, 미국 내의 어디를 가려고 해도 비행기로 이동을 해야 하고, 알래스카 내에서 외진 곳으로는 경비행기가 운송수단이자 레크리에이션에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같이 촌스럽게 집과 도서관과 슈퍼마켓이나 오가며 사는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앞서 말한 사냥이나 낚시를 즐기려고 해도 경비행기가 필요하고, 관광이나 일상의 이동에도 경비행기가 즐겨 사용된다.  


이런 경비행기 운전사들을 bush pilot이라고 하는데, (전직 대통령 부시가 아니라 풀숲을 뜻하는, 부시맨 부시) ‘부시 파일럿은 결국 비행기에서 죽는다’는 말이 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초여름의 한 달간 마침 경비행기 사고 사망 뉴스를 두 건이나 들었고, 그래서 통계를 찾아보니, 2017년 분기의 87건에서 2018년 97건으로 상승했다고 한다. (뜨는 비행기 대비 사고율은 모르지만 적어도 3, 4일에 한 대 정도는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라니 생각보다 더 심하다) 하늘을 즐기다 결국 하늘에서 죽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최근에는 은근히 짜증 나는 킥보드나, 무모하게 애먼 보행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거친 빠라바라밤을 무색하게 만든다.

경비행기나 헬리콥터 투어는 여타 도시에서도 흔한 것이지만, 아직까지는 외진 곳을 갈 일이 없었어서 (이게 정말 이유라니까) 사실 나는 경비행기는 아직 타 볼 생각을 못 하고 있다.


그러나, 비행기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그렇게 말하면 벼락을 맞을 확률도) 승용차로 사망할 확률보다 훨씬 낫다는 통계도 있고, 기구 여행도 둥실둥실 떠다니는 것 같지만 보는 것과 달리 절대 만만한 것이 아니라니 그 정도 위험부담은 감수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틀림없이 계실 것이다!

보이스 비 앰비셔스!

실제로 경비행기 투어는 상당히 감동적인 모양이니, 공항에 내리면 잘 전시되어있는 안내책자들이나 온라인을 참조하시거나, 단체 관광이면 가이드에게 옵션 추가를 하셔서 도전해보시길  바란다.

소심한 나는 그냥 땅 높이에서 보며 빗장뼈와 어깨뼈에서 위팔 뼈가 빠지도록 흔들며 열심히 응원하겠다.

그렇게 맞기 힘든 벼락도 두 번 맞는 사람도 있다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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