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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 Nov 07. 2019

알래스카 여름 이야기(6)

알래스카 공인중개사


가끔 ‘알래스카 대륙이 녹고 있다 - 최고 31도 기록!’ 이런 식의 밀랍 인형 살인사건 같은 기사 제목들을 뽑아내시는데, 이것이 센세이셔널리즘인지 정말 지구 기후 변화를 염려하는 건지 확실히 모르겠을 때가 많다. 적어도 정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공론화하려면 팩트 체크는 하고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기사를 써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앵커리지의 올해 기록은 점이 찍힌 선이다. 그래프의 최고 최저의 기록과 일반적인 실제 기록은 그 중간쯤 된다. 화씨 90도는 섭씨로 32도 정도다.

일단, 뉴스에 나온 앵커리지 여름 최고 온도 ‘평균’은 20도 정도다. 그런데 그 그래프를 보면 옅은 색으로 위아래로 분포된 부분이 있고 이 위쪽 끝을 보면 26도 정도다. 그러면, 더워 봤자 26도라는 얘기로 받아들이시기 쉽다.

반면,

서울의 한여름 평균 기온은 29.9도이고 위 끝을 보아도 32.2도이다.

그렇다고 지나가던 베트남 사람이 ‘한국은 여름에 아무리 더워 봐야 32도라며’라 말하면, 여름에 안 그래도 연일 34~36도를 넘나드는 찜통더위에 열대야로 잠을 설쳐 불쾌지수가 하늘을 찌르는 그대의 어이는 어디로 가시겠는가.


그러면, 31도가 기록이라는 게 거짓말이냐 하면 그건 아니다.

기온의 기록은, 무슨 어린이 운동회처럼 그해 기온들이 바통을 쥐고 달려 그 해의 제일 높고 낮은 하루씩을 뽑는 게 아니라, 매년 매일 자 독립으로 기록된다. 즉 그날 최고 31도를 기록했다고 하면, 연중‘그날’ 기록된 기온 중에서는 31도가 기록이라는 말이다. 31도라는 기온 자체는 여름에는 얼마든지 다른 날 예사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최근에 그 기사를 보고 검색한 ‘날’의 우리 동네 낮 최고는 쾌적한 26도 정도였는데, 과거 기록은 1918년에 세워진 32도였다. (페어뱅크스는 앵커리지보다 북쪽임), 지구 기후 변화로 빙하가 녹아서 아기 북극곰 집 잃고 잉잉 불쌍해 다 좋은데, 앵커리지가 세웠다는 최근 기록 바로 이전의 기록도 작년이 아니라 1969년의 것이었다.

지구 기후변화 얘기가 나오면 꼭 등장하는 귀염둥이 북극곰을 보호하자는 데는 이 한 몸, 을 포함한 많은 사람의 몸을 허락도 없이 불사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대여, 이른바 자연보호 단체에서 기금 마련을 할 때는 ‘커다랗고 매력적인’ 동물들을 내세우게 되고 사람들은 그것에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는 사실을 잠시 주목해보자.

나는 절대 그렇게 들기름을 발라 바삭하게 두 번 구운 돌산 김처럼 얄팍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그대여, 보호해야 할 대상에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벌레에서부터 평생 살아도 한 번 실제로 볼 가능성도 없는 물렁물렁 징그럽게 생긴 바닷속 생물도 있지만, 그들을 포스터에 그들의 사진을 실어버리면 과연 아기 북극곰을 보았을 때만큼 애정이 생길까.

Nimba otter shrew라는 멸종위기 동물이다.

우리는 동물 학대에 분노하고 (학대 장면 좀 공유 안 하셨으면 좋겠다. 본인들에게는 소중한지 몰라도 무지개다리 건넌 반려동물 사진도 굳이 전시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개인 생각이 있지만), 멸종 위기의 동물이며 불타는 아마존에는 진심으로 슬퍼하지만, 한 해에 깜찍한 고양이가 죽이는 깜찍한 새가 몇 마리나 되는지 (미국에서만도 일 년에 24억 마리), 고양이가 원인으로 보이는 동물 멸종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53종) 은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없는 게 현실이다. ( 공익캠페인 : 고영은 되도록 집 안에서 키우고 후세를 책임지지 못할 생명은 중성화를 시킵시다)


지구 기후 변화 심각하고, 이게 다 인간 (과 인간이 즐겨 먹기 위해 소화에 안 좋은 사료를 먹여 생산되는 소의 방귀) 탓이고, 생태계의 다양성이 사라지면 인간도 멸종을 면할 수 없는 것 사실이고, 그러니 분리수거도 좋지만 처치 곤란 쓰레기 자체를 생산하지 말아야 하는 것에까지 가면, 인간이 태어나 숨 쉬는 것 자체가 죽어 마땅한 죄악이고, 이게 다 업보라는 결론에까지 다다른다.

그리고 까짓 나를 포함한 인간 멸종, 일어나도 된다.


인간이 존재한 역사는 지구 역사를 일 년이라고 치면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시간은 12월 31일 밤 11:36분이라고 하는데 까짓 인간 멸종한다고 지구가 없는 눈 깜빡이나 할 것 같은가.

혹 인간이 어디를 잘 파고 들어가든, 태양계의 가까운 행성을 찾아가 정착해 질긴 목숨  살아남는다고 해도, 태어난 지 45억 년 되었으며 나는 못 하는 복잡한 계산에 의하면 앞으로 50억 년 남았다는 태양에도 수명이 있고 말이다. 참으로 한 오백 년 살자는데 웬 성화인 셈이다.

하나뿐인 지구, 잘 물려주자고 하지만 지구가 애초에 우리 소유인 양 물려주기는 어떻게 물려주는가.


여기서 알래스카가 먼 길을 돌아 다시 화려하게 등장한다! 둔 둔

베링해가 얼어붙어 생겼던 '땅'을 Beriga라고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지구의 빙하기는 굵게 4번 정도가 지났는데, 현재는 전반적으로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고 있지만, 정확하게는 온난화가 아니라 기후 ‘변화’라서 앞으로도 빙하기가 다시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얼핏 빙하기라고 하면 ‘추운’ 시기이므로, ‘추운’ 알래스카는 빙하기에는 완전 피해야 할 장소 같지만, ‘빙하’라는 것은 글자 그대로 얼음을 의미하고 얼음이 있으려면 물이 있어야 해서 건조한 알래스카는 오히려 얼음에 덮이지 않아 유리한 조건이 된다고 한다!

실제로, 2만 년 전 빙하기의 알래스카는 얼어붙은 빙하로 수면이 지금보다 400피트 낮았고, 주변의 찬 공기로부터 멀었고, 건조해서 눈에 덮여 있지 않아 오히려 홀로 독야청청 식물이 자랄 정도로 ‘살 만’한 곳이었다고 한다.


베링해가 얼어서 알래스카와 러시아가 닿아있었을 당시 Beringia의 상상도

그러니, 만약에, 만약에 말이다.


그대와 나를 포함한 이 간악한 인간이 한갓 태양만큼만 버틸 수만 있으면, 남한 크기의 17배인 알래스카는 세상에 다시없는 기후 좋고 살기 좋은  커다란 땅이 되어 줄 것이고, 그러면 우리 모두 여유로운 알래스카로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조약돌로 떡 해놓고 모래알로 소반 지어 엄마 아빠 모셔다가 맛있게도 냠냠할 수 있을 테니,

그러하다면, 바야흐로 지금이야말로, (BGM : 영화 인셉션 피날레, 한스 지머의 ‘타임’)  온난화를 설파하면서 자기는 해안선이 점점 올라가 곧 잠길지도 모른다는 플로리다의 해안에 별장을 소유하고 있는 알 고어를 비웃으며 얼른 알래스카 땅 투자를 하는 것이 빠르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을!

너 같으면 해보지 않겠느냐는 말을 하고 싶지만, 말뿐이지, 간이 작아서 카드 할부도 안 하는 나는 투자 같은 것은 잘 모른다.


물론, 따뜻해지면 좋다고 알래스카 사람들이 지구 기후변화를 도울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알래스카 인도 생태계 파괴와 지구 기후변화 걱정도 하고, 북극곰 걱정도 한다. 그리고, 갈색곰도, 무스도, 까마귀도, 고영도, 거미도, 그리고 일단은 인명도  소중히 여긴다. 심지어 모기도 관리하려고 하지 몰살시킬 생각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산다는 건, 지구 기후 변화 외에도 집 난방비 걱정도 해야 하고, 눈이 갑자기 녹으면 북극곰보다는 혹시 홍수로 융자금도 다 안 갚은 집을 잃을까 걱정도 하게 되는 것이다. 늘 내 공을 가로채는 얄미운 매니저한테 바른말 좀 했다고 치사하게 해고당할까, 유가 하락으로 주 예산이 삭감되었는데 일자리가 없어질까, 혹은  어젯밤 어린아이가 밤새도록 기침을 했는데 내일 병원에 데리고 가야 하나 걱정까지 해야 하는 게 삶이다.


그러니까, 정말이지 느닷없이 한밤중에 우렁찬 알람과 함께 메신저로 다른 것도 아니고,‘세상에 알래스카가 덥다며!’하고 물어오지는 않으셔도 된다. 알래스칸에게는 그거 말고도 이미 다른 걱정거리들이 있으니까. 최소한 그대가 유발한 수면부족이라든가.

지구 기후 변화로 온도 올라간다고 다들 걱정이 태산 같아 보이지만, 사실 이 와중에도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면 드러나는 유전 개발 잇권과 본래는 쇄빙선으로 항로를 내서 다니던 걸 얼음이 더 녹으면 훨씬 단축된 북극 항로 이용권들에 관련 국가들이 모두 수저를 꽂느라고 바쁜 것을, 평화를 사랑하는 코리아의 순진한 그대는 잘 모르실 것이다.


아무튼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어차피 모두 생존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뿐이다.

오세요 알래스카 공공칠가방에 돈다발을 넣고 땅 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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