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하면 특실을 타는 이유

평일 오전 SRT 하행선 특실이란

by 이 실장

업무 미팅이 지방에서 있는 경우, 대전까지는 운전을 해서 내려가고 그 이남 지역은 기차를 이용하는 것이 내 루틴이다.

그리고 미팅을 하러 내려가는 하행 편은 웬만하면 특실을 이용한다.

미팅 후 상경할 때는 일반석을 이용해도 상관이 없다. 가장 빠른 시간에 올라올 수 있는 좌석이면 된다.

내려갈 때는 좌석의 편의성이, 올라올 때는 시간이 기준이다.


평일 오전 수서역 출발 SRT 특실의 분위기는 대략 이러하다.

세미정장을 입고 업무용 가방 또는 배낭을 메고, 영혼을 깨울 아아를 들고 사회적 동지들이 탑승한다.

그리고 조용히 본인 자리를 찾아 착석 후, 외투를 건다.

기차가 정시에 출발하면 이제 좌석 앞 테이블을 펼친 후 노트북이나 패드 올려두고 전원을 켠다.

그리고 화면 한쪽에 메일함, 업무용 채팅창 그리고 업무 파일을 연다.

동탄쯤 가면 업무를 보는 승객들이 늘어나며 특실의 풍경은 늘 보아오던 오전의 사무실과 다를 바 없다.


출장지까지 내려가는 동안 들어온 업무 메일을 체크하지 않으면,

어차피 출장 후 마주할 미래의 내가 해야 하니, 미래의 내 업무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출장지에서 진행될 미팅 자료를 다시 한번 숙지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 평일 오전 SRT 특실은 사무실로 변신한다.


대전을 지난 때쯤이면 반 정도의 승객은 이제 노트북을 접고, 눈을 감는다.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

그래야 최상의 컨디션으로 미팅에 임할 수 있다.

그래야 미팅 후 내일도 정상 컨디션으로 업무를 볼 수 있다.


어릴 때는 왜 굳이 비싸게 특실을 타나 생각했었지만

25년의 사회생활 구력이 붙고 보니, 알겠다.

비싼 좌석에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일하라는 거였다.

가격을 더 지불한다는 것은 기본보다는 더 큰 기대와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된다.


오늘도 나와 같이 특실을 타고

각자의 목적지로 향해 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도

업무를 보는 나의 사회적 동지들에게 격려를 보내며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는 출장길이 되기를 바라본다.


2025. 3. 20

부산행 SRT 하행선 특실에서 일하다 말고 몇 자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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