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족의 의미

늘어난 가족으로 인한 황당함과 기쁨

by 이 실장

늦은 결혼으로 아이가 없는 나는 50대에도 친정식구 모임에서는 밑에서 3번째다.

내 밑으로는 24살, 26살 차이 나는 조카들 뿐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받아 드린 새 가족 멤버는 형부였다.

사귀는 티가 너무너무 나는데도 아니라고 부정하던 언니와 형부의 데이트 장면을 목격했던 그 순간을 시작으로 형부가 우리 가족이 된 지 이제 어언 30년이 가까워 오고 있다. 나보다 8살이나 많은 형부지만 가족이 된 그 순간부터 형부가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 술친구로, 같이 언니 욕하는 동지로, 그렇게 지내 온 시간들이 쌓여 이제는 처음부터 우리 식구였던 사람 같은 때가 더 많다.


그런데….

역시 형부는 남이었다.

그 오랜 시간 같이 먹은 밥이랑 술이 얼마인데…

형부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른다.


친정집에서 모인 올해 내 생일 저녁 술자리에서 형부가 중간에 나가더니 뜬금없이 케이크를 사 왔다.

동네 빵집에서 파는 제일 예쁜 케이크를 사 온 것이라고 했다.

그 케이크는 자그마치 “캐치 티니핑”… 심지어 핑크에 리본이 달린…

이 케이크에 52살에 맞춘 초를 꽂는다는 것이 맞는 걸까라는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나의 황담함과 달리 “예쁘지 않아?”하는 형부의 진지함에 헛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케이크를 받기 전, 로열쌀루트와 일본 사케를 먹어서 적당히 취해 있어서 망정이지 맨 정신이었으면 형부랑 한 판 했어야 했다^^


내가 맞이한 첫 번째 ’새 가족 멤버‘인 형부의 황당한 생일 축하 후, 이번 설에는 조카의 결혼으로 늘어난 ‘새 가족 멤버’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요즘 시대를 생각하면 조금 이른 결혼이지만, 너무 귀엽고 기특한 커플인데, 더욱 대견하게도 새로운 생명을 품고 설맞이를 함께 해 줬다.

우리 부모님에게 증조할머니/할아버지의 역할을, 우리 부부에게 이모할머니/할아버지라는 새 역할이 부여되었다.

뭐 하나 새로울 게 없는 노년의 나날을 보내던 80대 우리 부모님에게는 설렘과 기쁨으로 강력한 삶의 의지와 건강에 대한 열망을 재점화할 수 있는 강력한 불 쏘기 개가 되었다.


기특하게도 요즘 유행한다는 “젠더리빌” 패키지를 준비해 온 조카며느리 덕에 새 생명의 성별도 다 같이 축하할 수 있는 기회도 가진 소중한 2026년 설맞이였다.


새 식구로 인해 늘어난 건 밥상의 숟가락뿐 아니라, 새로운 경험과 가늠할 수 없이 큰 기쁨이었다.


새 생명이 건강하게 우리 가족 일원으로 join 하는 올 하반기가 되면, 우리 가족은 1940년대 생부터 2026년 생까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 시간들을 공유하고 기억하는 소중한 경험을 선물 받게 되는 너무도 운이 좋은 가족이 될 것이다.


이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 일인지 말로는 표현이 안 된다.

다른 가족에서 우리 집으로 와 준 고마운 형부, 우리 신랑, 조카며느리에게 깊은 감사를 느낀 2026년 설이었다.


내년 설에는 새 생명의 신비함과 귀여움으로 또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 설맞이를 하게 될지 1년이 빨리 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웬만하면 특실을 타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