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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자꾸 비교하게 될까

by 석은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무심코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SNS엔 동료의 여행 사진이 올라와 있었고, 그 밑엔 “가족과 함께한 여유로운 시간”이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그 순간, 내 안에서 아주 작게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방금 전까지 이불 속에서 오늘은 뭘 먹어야 하나, 아이와 어떤 대화를 해야 덜 부딪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그녀는 참 잘 사는 것 같았다.

환한 날씨, 예쁘게 세팅된 테이블, 밝게 웃는 가족들, 넘길 수록 보이는 장면의 모든 것이 내가 가지지 못한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나는 비교를 싫어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비교해서 마음이 무너지는 내가 싫다.

누가 나보다 낫다, 못하다를 따지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누군가를 보면 나도 모르게 움츠러들게 된다.

비교는 의도하지 않아도 스며든다.
이젠 거의 반사적으로. 누군가의 말투, 표정, 글, 성과.. 그 모든 것들이 거울처럼 나를 비춘다.
그리고 나는 그 안에서 자꾸 초라해진다.




나는 왜 이렇게 자주 비교하게 될까.

생각해보면, 비교는 ‘나’를 보려는 몸부림이었는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을 통해서라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던 마음.

하지만 그 방향이 자꾸만 바깥을 향하다 보니 나는 내 중심을 잃어버리고 누군가의 궤도 안에서만 내 가치를 측정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내게 말했다.
“넌 충분히 잘하고 있어.”
“너만의 속도가 있는 거야.”
“비교하지 마. 너는 너잖아.”

그 말들은 다 맞는 말이었고, 위로였지만...
그 순간의 위로는 파도처럼 쉽게 밀려가 버렸다.

왜냐하면, 나는 이미 나를 비교하고 난 뒤였기 때문이다.

자존감은 어느 날 툭 하고 생기지 않는다.
내 안에서 아주 오랜 시간 '나도 괜찮은 사람일 수 있다'는 작은 믿음들이 쌓여야 비로소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나는 '괜찮은 아이'였다.

말썽 부리지 않고, 칭찬받고 싶어 애쓰고, 늘 조심스러운 선택을 했다.

그러다 보니 나보다 눈에 띄는 친구를 보며 늘 스스로를 가늠했다.

“쟤는 참 똑똑해.”

“쟤는 인기 많아.”
“쟤는 글을 참 잘 써.”

그 모든 문장 뒤엔 늘 “...근데 나는?” 이라는 물음이 따라왔다.


비교는 나를 낮추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사실은 나도 괜찮다는 걸 확인하고 싶은 욕망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나는 늘 괜찮아지고 싶었고, 괜찮다고 말 듣고 싶었고, 그런데 아무도 말해주지 않으니까 내가 나를 자꾸만 다른 사람과 나란히 세워보며 '나는 몇 점쯤일까' 가늠했던 것 같다.

슬프게도 그 게임은 언제나 내가 지는 쪽이었다.

왜냐하면 비교의 잣대는 언제나 남이 가진 것 위주였으니까.

나는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에 더 집중하면서 자꾸만 작아졌고, 자꾸만 불안해졌다.


요즘은 그 비교가 습관처럼 따라붙는 걸 알아차리면 이렇게 말해본다.

“또 그러고 있네, 은별!”
“괜찮아. 지금은 그냥 그럴 수 있어.”
“근데, 남의 삶을 기준 삼으면 넌 네 삶을 잃게 될 거야.”

말해준다고 금세 달라지진 않지만, 그래도 알아차리면 덜 휘둘린다.

나는 비교를 끊어내기보단 비교 속에서도 나를 붙들 수 있는 연습을 하고 있는 중이다.



어느 날, 거울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누군가가 부러워할 수도 있는 사람일까?’

그 질문에, 예전 같으면 고개를 저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멈칫하게 된다.

왜냐하면 내 삶에도 나만의 결이 있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아서.

나는 내가 된다는 게 이토록 복잡하고도 외로운 일이라는 걸, 살면서 알게 되었다.

그리고 비교의 그림자 아래에서 나의 빛을 다시 찾는 일은,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만의 방식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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