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어온 정신의 문장들

통합된 정신이 독자에게 건네는 마지막 문장

by 석은별

이 여정을 마무리하는 지금, 나는 하나의 문장을 건네고 싶다. “살아내는 것만이 나를 증명했다.”


돌아보면 이 말은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깊은 선택이었다. 고통을 피하지 않고,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정체된 채 머물지도 않고, 나는 끝내 살아내기로 했다. 때로는 은별이로, 때로는 나현으로, 때로는 꼬마로 분열된 채 살아왔지만, 결국 이 모든 자아는 하나의 정신으로 수렴되어갔다.


자전거를 사겠다고 300원을 들고 나서던 다섯 살의 나는, 세상이 그 진심을 알아줄 거라는 신뢰를 품고 있었다. 이제 와 그 장면을 떠올리면, 그것은 단순한 어린아이의 무모함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의 ‘원형’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부족한 채로도, 어설픈 채로도, 진심은 닿는다는 것을.


내담자들과 나눈 수많은 대화들은 결국 나 자신과의 대화이기도 했다. 상담실에서 마주한 그들의 이야기 속에는 내 무의식이 응답하고 있었고, 내가 전달한 문장들은 곧 나에게 돌아오는 질문이었다. 어느 날 한 내담자가 내게 말했다. “선생님이 해준 말보다, 그 말들을 했던 선생님의 눈빛이 기억에 남아요.” 나는 그때 처음 깨달았다. 정신은 언어 너머에서 울리고, 사람은 그 울림을 기억한다는 것을.


“살아냈다”는 말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증언이다. 감정을 외면하지 않았고, 사고에 갇히지 않았고, 의식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나는 이 글들을 통해, 내 정신의 구조를 탐색했고, 반복되는 무의식을 해석했으며, 마침내 내 자아들을 품는 통합의 여정에 이르렀다. 이제야 나는 나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 문장을 쓰는 지금, 나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어떤 리듬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감정은 당신을 어떻게 흔들고, 사고는 어떻게 조작하며, 의식은 어떤 빛으로 당신을 이끄는가? 그 흐름 속에서 당신은 어떤 문장을 써내려가고 있는가?


글쓰기란 결국, 자기 정신을 기록하는 일이다. 나는 이 모든 글이 내 안의 무의식과 의식이 협력한 결과물이라 믿는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역시, 이미 자기 정신의 문장을 써 내려가고 있다.


살아있는 정신은 외면하지 않는다.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고, 혼란스러워도 다시 방향을 잡고, 고요 속에서도 감각을 지닌다. 그것은 생존이 아니라, 창조의 리듬이다.

당신이 이 여정을 따라와 준 것에 깊은 감사를 전하며, 마지막으로 이 문장을 남긴다.


“나를 살아낸 시간들이, 나의 문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문장들이, 당신에게 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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