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없는 내가 쓸모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Part 4. 이직 준비 중인 40대 여성

by 석은별

인물 소개와 에피소드 배경

여진은 여전히 구직 사이트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본다. 하지만 클릭해본 공고 대부분은 자신의 나이, 연차, 기술과 맞지 않거나 적당해 보여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동시에 죄책감과 무력감이 몰려온다.
"이 나이에 뭐라도 하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쉬면, 나는 아무 가치 없는 사람이 되는 걸까?"

오늘은 동네 마트를 다녀오며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요즘은 어디 다녀요?"라고 물었다. 순간 대답을 머뭇거렸고, 웃으며 “지금은 좀 쉬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음이 땅처럼 무거워졌다.

일을 하지 않는 나, 사회적 설명이 되지 않는 나, 그런 나는 정말 쓸모없는 존재일까? 그 물음 앞에, 오늘도 감정일기를 펼쳤다.



1. 어떤 일이 있었나요?

동네 사람과 마주쳤고, "요즘 뭐 하세요?"라는 질문에 대답을 망설였다. 이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마음이 가라앉았다.


2. 기록 전 주요 감정 백분율

무가치감 35%

수치감 25%

자기비난감 15%

소외감 15%

슬픔 10%


3. 무슨 생각이 떠올랐나요?

일을 안 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누가 보기에도 '애매한 사람'일 것이다. 할 말도 없고, 설명도 안 되고, 마치 인생에서 잠시 끊어진 사람처럼 느껴졌다. 회사에 다닐 땐 명함 하나가 정체성이었는데 지금은 어떤 질문에도 머뭇거리는 내가 있다. 내가 이렇게까지 ‘일을 안 한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낄 줄 몰랐다. 나 스스로도 지금의 나를 설명할 언어가 없다.

4. 활용한 기법은 무엇인가요?

감정-정체성 연결 인식: 일=나였던 사고 구조 자각

사회적 응답 기준 정리: 타인의 질문에 대한 과잉 해석 중단

자기 존재 가치 재정의 시도: 기능 중심에서 존재 중심 사고로 전환 시도

5. 새로운 생각은 무엇인가요?

나는 지금까지 ‘일하는 나’만을 가치 있는 사람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일은 역할이지, 존재의 본질이 아니다. 지금 내가 쉬고 있는 이 시간도 의미 없는 공백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훈련’일 수 있다. 그걸 아직 완전히 믿지는 못하지만 의심해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달라진다.

6. 도움이 된 점은 무엇인가요?

“쓸모없다”는 말을 진짜 나의 감정인지,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없다는 두려움 때문인지 구분해서 바라보게 되었다. 쓸모의 기준이 ‘일’만은 아니며,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 불편함도 변화의 과정이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었다.

7. 나에게 어떤 긍정적인 말을 하면 좋을까요?

“일을 하지 않아도 너는 너야. 사람은 존재만으로도 가치 있어. 지금은 너라는 사람을 역할 없이 다시 만나는 시간일 뿐이야.”

8. 기록 후 주요 감정 백분율

수용감 25%

여운감 20%

자기이해감 20%

슬픔 15%

자각감 10%

자기연결감 10%


9. 일기 쓰기 전과 후의 변화

기록 전에는 “나는 지금 사회적으로 사라진 사람 같다”는 생각만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라진 게 아니라, 멈춰선 사람’이라는 자각이 생겼다. 일이 없다는 사실은 내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다르게 존재하는 방식’을 배워가는 중이라는 뜻일 수 있다. 오늘 이 기록이 그 첫걸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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