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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은별 Feb 27. 2024

관계 속에서 자기 발견하기

비난을 비난을 낳고, 칭찬은 칭찬을 낳고

시절인연이 있다고 믿는다. 어느 시절엔가 꼭 만났어야 될 사람들은 좋은 기억이든 악몽의 기억이든 만들게 된다. 그리고 각자의 길을 걷다 보면 사라진다. 희미하게 저 멀리 가 버린다.


늘 A를 비난하던 사람이 A를 만나지 않으면서도 A를 아는 사람만 만나면 비난한다.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불만족과 불평을 다른 사람들도 같이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에 A에 대한 자신의 심정을 주변에 던진다. 그리고 자기의 감정을 따라서 주변에서도 A를 싫어하는 말이 나오면 그 말을 꼬리 잡아 장단 친 사람과 손 잡는다. 그렇게 마음은 보이지 않는 악수로 동맹을 맺는다고 착각한다.


A를 그렇게 비난하던 사람의 곁에 있다 보니 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건설적이고 비전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거나 지적교류를 위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는 C는 A를 비난하는 B와 거리를 둔다. 가급적 연락을 줄이고, 전화가 오더라도 바쁜 상황에서는 바로 받지 않는다.


시간이 조금 흘러 우연히 B를 만났더니 여전히 A에 대해 비난하던 B는 오히려 A를 닮아 있다. A의 행동에서 못마땅하다고 여기던 많은 부분을 B가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C(나)는 떠올려 보았다. 한때 친하던 F는 만나거나 통화를 할 때마다 늘 주변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많고 자신도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에 보람을 느끼곤 했다. F를 만나는 사람들은 푸근하고 안정감 있고 자신도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한다. 좋은 일이 있으면 F와 나누고 싶어 하고 힘들 때면 F에게 위로받고 싶어 한다. F와 친한 사람은 F처럼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C인 나도 F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마음의 충만을 경험하는 것이 편했다.


B를 보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C에게도 B의 모습이 있었지 않았을까? 그런 마음에 종종 B를 만나 썩은 냄새 빼내듯 마음속 체기를 소화하려 들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썩은 냄새는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렇게나 토 해내서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 이유를 찾아내서 치료하는 것이 필요했던 것이다.


이제 B와 애써 거리 두려고 하지 않아도 되고, 가까워지든 멀어지든 관계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고 F가 되겠다고 결심할 필요도 없다.


비난은 비난을 낳고 칭찬을 칭찬을 낳듯, 내가 받고 싶은 것을 타인에게 주면 된다. 그리고 타인이 내가 원하는 것을 주지 않는다고 하여 발끈할 필요도 없다. 그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사는 것일 뿐일 테니까.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살펴보는 기능 중에는 혼자서 거울만 보고 스스로를 알아갈 수는 없다. 내 주변에 누가 있고 무슨 일이 있느냐에 따라서 나의 모습이 투영되고 있음을 자각하면, 살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문제는 난이도와 관계없이 결국에는 해결되어 지나가지 않을까? 해결되지 않고 지나가는 것도 해결임을 받아들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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