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고 싶어도 못 주는 마음_비참함
받고 싶어 미치겠는 마음_억울함
아침에 문득 눈을 뜨는데 주고 싶어도 못 주는 마음이 어떨까를 떠올리다 보니
뜨거운 눈물이 난다.
질병과 가난으로 힘들었던 엄마의 삶에서
엄마는 살아 있는 자체만으로도 든든한 존재였다.
그러나 늘 나에게 뭔가 주고 싶어서 애쓰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말이 나을 정도로 힘든 경험도 했다. 어쩜 그렇게 남의 말에 잘 속는지, 별거 아닌데 믿어 버리는지, 헛된 희망을 갖는지...
엄마지만 어리석어 보였다.
그리고 속물처럼 보였다.
괜히 욕심만 내세우는 사람처럼 보여서 '나는 엄마처럼 안 살아!'라고 했다.
덕분에 맺고 끊음이 분명하고, 남의 감언이설에 잘 안 넘어가고, 정상적인 계산 범주를 벗어나면 의심하는 버릇이 생겨 엄마처럼 사기를 당한다거나, 남의 보증을 잘못 서서 고생한다거나의 곤란함은 잘 비켜갔다.
그게 다 나 잘난 덕분인지 알았다.
그러다 아침에 문득...
'주고 싶은 마음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으니까...'라는 목소리가 들린다.
변명처럼 들리고, 나약해 빠진 목소리로 들리던 그 말의 속내가 이제야 와닿는다.
내가 가진 것을 다 주고도 더 주고 싶어 하는 것이 엄마의 마음이었나 보다.
그래서 조금 더 챙겨 주고 싶으니까 더 생길 수 있는 수단과 방법에 매달렸구나 싶다.
그러니 앞뒤 재기보다는 덥석 물었던 것이구나.
그거 다 수익 나면 딸 주려는 마음에 그랬던 거구나...
반대로 나는 생각했다.
나라면 자식한테 뭐라도 주고 싶어서 저런 데다 돈 안 쓴다. 안 속는다. 남의 말에 안 넘어간다고...
나보다 남들이 더 중요해서 그런다고 여겼다.
자식이 남보다 하찮으니까 저러는구나 싶었다.
사랑 말고도 돈도 받고 싶었다. 그랬다. 물질적으로 어려우면 기대고 싶었고, 사소한 거라도 엄마가 더 챙겨주길 바랐다. 그럴수록 엄마에게서는 아무것도 안 돌아왔고, 오히려 내가 책임져야 될 것만 늘었다.
우리 모녀는 그랬다.
살아있는 동안 풀지 못했던 부분이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20년이 되어 내 자식이 크니까 이제야 알겠다.
더 주고 싶은 거구나.
있는 거 다 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있는 것을 더 불려서 주고 싶은 마음도 있는 거구나...
이제와 엄마의 마음을 느낀다.
왜 나한테만 안 주고, 온 세상사람들한테는 다 속아서 퍼줬냐고 소리 질렀던 나...
이제와 그 장면을 받아들인다.
화가 조금 내려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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