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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은별 Mar 28. 2024

아주 간단한 예의_남의 것임을 알기

경계를 인식하라.

사유지를 관리 안 하는 것처럼 보여서 주차를 했다.

그리고는 주변에도 알렸다.

마음 편하게 댈 수 있는 곳이라고 알려지자 사람들이 모여든다.


어느 날 사유지 관리인이 나타나서 '불법주차'시 견인하겠다고 경고를 한다.


그 말에 곧장 반응한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주차할 곳을 찾아낸다.


비용을 저렴하게 지불할 수 있는 방법

비용 없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 등등

각자 형편에 맞춘다.


그러나 몇몇은 그 관리인의 눈을 피해 계속 사유지에 댄다.


'이 건물에 볼일 있어 왔어요!'라며 잘 모르는 상점을 대며 고객인 척한다.


한 두 번 속던 관리인이 어느 날 번호를 기억하고 기록한다.


이제는 몰래 차를 댈 때마다 적극적으로 대처한다.

전화를 걸어 당장 빼라고 하거나, 메시지를 보내 경고한다.


강력하게 조치하겠다는 말에 그간 몰래 주차하던 사람들이 불만을 터트린다.

어떤 사람은 비굴하게 사정하면서 봐달라고 싹싹 빈다.


관리인은 무조건 앞으로 이곳에 차를 대지 말라고 강하게 경고한다.


남의 땅에 몰래 주차하는 것 자체에 미안함이나 부끄러움은 없이

강력하게 경고하는 관리인을 탓하는 목소리를 듣다가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정말 남의 모습만 보지, 자기 모습은 볼 줄 모르는구나.'

지적이고, 예의 바르고, 선한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자기가 누군가의 경계를 침범해서 무단 착취하고 있었음을 자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니 그들은 일치감치 그 자리에 한두 번 이용하다가 경고장을 받는 즉시 알아차리고 각자의 길을 갔다.

그러나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도덕성을 자랑하던 사람들이다. 선량함을 자랑하던 사람들이다. 상호존중을 자랑하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관리인의 경고에 억울해서 분통을 터트리며 연합한다.


사람들이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그들의 투덜거림에 

'그런데... 그 땅 주인 있는 거잖아요. 주인한테 허락 없이 사용하면 그건 남의 재산 침범한 거 아닌가요?'

했더니 

'정말 공감능력 떨어지네. 그게 전부가 아니잖아. 잘못한 건 잘못한 건데 그렇게까지 소리 지르고 야단칠 일인가라는 거지!'라고 한다.

이제는 나한테 불똥 튀기려나 싶어 '전화 왔네요. 잠시만...'하고 자리를 뜬다.


네 것 내 것이 없다고 하지만, 소유물이라는 개념에서는 엄밀히 네 것 내 것이 명확한 게 세상이다.

그 룰을 지키지 않으면서 권리만 주장하는 것...

돌아봐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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