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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은별 Mar 28. 2024

다시는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죽기 1년 전으로는 돌아가고 싶어

시대를 막론하고 청년들의 삶이 과연 좋았던 시절이 있었을까?

내 청년시절의 삶도 그리 찬란하지는 않았다.


젊음이 부럽다고 20대의 내 삶으로 돌아가겠냐고 묻는다면 다시는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렇다고 내 인생에서 20대를 지우고 싶냐면 그것도 아니다.


그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지금 다시 돌아간다고 하면 그만큼 살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지금의 모든 기억을 갖고 돌아갈 기회를 준다고 해도

그 세월을 다시 살고 싶은 마음이 없다.


언젠가 남편을 바꾼다거나 자식을 바꾼다거나 로또 번호라도 기억해서 필요할 때마다 당첨된다거나 등의 기적을 노려 볼 만하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한 적은 있다.


그 상상을 진지하게 하다 보니 생생하게 떠오르는 20대의 기억들 때문인지


'아니! 그래도 안 돌아갈래!'라는 대답이 나왔다.


대신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지 모르겠지만 언제까지 살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죽기 1년 전의 시점을 알 수 있다면 그곳으로는 가보고 싶다.


지금의 나라면 그때까지도 열심히 살아왔을 테니

남은 1년은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고

누군가를 도울 생각도 하지 말고

세상에 남길 생각도 없이

그냥 자연 속에서 한 포기 풀이 되든 한그루 나무가 되든 저 하늘의 새처럼 이든 그런 마음으로 살아보게 하고 싶다.


죽기 전 1년은 그저 자연 속에서 살아가게 두고 싶다.


그때쯤이면 저절로 그렇게 살 것 같기도 하다.

그동안 살면서 경험한 모든 기억을 다 잊어도 좋다.

그저 풀 한 포기, 나무 한그루, 새 한 마리의 삶이면 될 것 같다.




오늘은 내가 조금 지친 것 같다.

20대부터 지금까지 내 인생의 뿌리를 내리기 위해, 두 발을 땅에 붙이고 살기 위해 애쓴 흔적을 들여다 본 후유증이려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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