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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Mar 10. 2024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 #2

목포근대역사관1관·하얀목화·목포항·동본원사목포별원  



목포근대역사관1관 ⓒ 은이은


| 목포근대역사관1관(구 목포 일본영사관)(호텔 델루나 촬영지)  

전남 목포시 영산로 29번 길 6 목포근대역사관


  일본영사관으로 쓰였던 이 건물은 1900년에 지어졌다. 역사학자 최성환에 따르면 "외교업무를 위해 개설된 것이 영사관이지만, 시대적 상황상 일본영사관은 개항장에서의 일본인 보호와 일본 상인들의 이권을 도모하는 역할을 했고, 목포항을 통해 전남의 쌀과 특산물을 일본으로 반출시키는 일에 앞장섰다."(<대한민국 도슨트 03 목포>p.69)고 한다. 이 건물은 광복 이후 목포 시청으로도 시립 도서관으로도 쓰였다. 


목포근대역사관1관 ⓒ 은이은


  일본영사관은 붉은 벽돌로 만들어졌는데, 이 벽돌은 일본 오사카에서 가져온 것이다. 2층 중앙에는 벽난로가 있다. 별로 두드러져 보이지 않아서 그냥 지나치기 딱 좋은데 이탈리아 최고급 대리석으로 장식된, 당시 집 한 채 값을 호가하는 고가품이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최성환은 '이런 고급 자재를 사용한 것을 보면 굉장히 오랫동안 이곳에서 권세를 누릴 것을 예상하고 정성을 다한 것 같다.'라고 말한다. 



목포근대역사관1관 전시물 ⓒ 은이은


  근대역사관1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눈길이 가는 전시물들이 많다. 특히 옛 사진 등을 토대로 만들어놓은 당시 거리나 목포근대역사문화공간의 주요 건물들 축소모형은 상품으로 만들면 꼭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예뻤다. 건물의 뒤편에는 방공호가 있다. 돌들을 깨서 방공호를 판 것은 당연히 식민지 조선의 민초들이었다. 


목포근대역사관1관 뒤에 있는 방공호 ⓒ 은이은


  '거리'로 조성된 지역이 아니라도 목포 원도심 곳곳에는 일제강점기 당시에 조성된 건물들이 남아있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서점 '고호의 책빵'의 사장님은 이를 두고 "겉으론 아니어도 뜯어보면 다 적산가옥이에요."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런 딱 봐도 역사가 줄줄 흐르는 그런 건물들이 계속 보였지만 딱히 놀랍거나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그 건물에 담긴 이야기, 혹은 콘텐츠가 저절로 걸어 나올 리 없으니까. 


ⓒ 은이은
ⓒ 은이은


  게다가 아무리 그 건물이 역사적으로 또는 문화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이라 해도 그곳에 터 잡고 사는 사람들의 생계 또한 중요하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흉측하게 버려졌거나 1층과 2층이 물과 기름처럼 따로 노는 건물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또 주차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예쁜 건물이다'라고 생각하고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정면에 승용차가 떡 버티고 있어서 어떻게 해도 예쁜 구도가 나오질 않았기 때문이다. 

  

하얀목화 ⓒ 은이은


| 하얀목화 

전남 목포시 유동로 55 1층 하얀목화 


  물론 날씨 탓일 수도 있을 거다. 춥고 눈발이 매서운 바람에 실려 날아다니는 그런 날씨. 그런 생각을 하다가 몸을 좀 녹일 겸 해서 눈에 보이는 대로 찻집에 들어갔다. 찻집의 벽면에 책이 꽂혀있었는데 나는 혹시 목포 관련 책이 있나 찾아봤다. 그런데 마침 있었다. 나를 위해 미리 큐레이션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하얀목화에서 볼 수 있는 책들 ⓒ 은이은


아까 잠깐 언급한 <대한민국 도슨트 03 목포>라는 책도 거기서 발견했다. 나는 커피만 마시고 나왔는데 알고 보니 하얀목화는 아이스크림으로 유명한 집이었다. 


컴포즈커피목포근대역사점 ⓒ 은이은


| 컴포즈커피목포근대역사점 

전남 목포시 해안로229번길 30-2


  꾸민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커피집이었다. 초원호텔 앞 교차로에 자리 잡고 있다. 특이한 건 요즘 건물은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을 경우 모서리를 입구로 이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이 당시 건물들은 아까 보았던 화신연쇄점도 그렇고 모서리에 입구 또는 창문이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금호부동산 ⓒ 은이은


| 금호부동산 

전남 목포시 해안로229번길 25


  컴포즈커피에서 직선거리로 약 50미터 떨어진 곳에 금호부동산이라는 상호가 붙어있는 3층 건물이 있다. 어떤 이유인지 알 수 없으나 3층 창문을 자세히 보면 나무 가지가 창문 밖으로 뻗어있는데 그냥 죽은 나뭇가지가 아니라 지난가을 푸른 잎을 달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살아있는 가지처럼 보였다. 건물 외벽에는 희미하게 '산부인과'라는 글씨가 남아있다. 그렇다고 괴기스럽다거나 '기생수'가 생각났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오히려 감출 수 없는, 목포 원도심의 현실을 상징하는 모습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목포항 가는 길 ⓒ 은이은


  바다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목포는 항구니까. 딱 봐도 옛날 결혼식장 같이 생긴 이 건물은 지금 장례식장으로 쓰인다. 물론 이곳만 그런 건 아니다. 규모가 제법 큰 곳이라 해도 지역 도시들의 결혼식장은 대부분 장례식장으로 용도를 바꿨다. 하긴, 서울의 초등학교도 학생이 없어서 폐교하는 요즘이니. 


77계단 ⓒ 은이은


| 77계단 

송도길20번 길 


  역사학자 최성환의 책을 본 뒤에야 목포에 일본 신사가 있었고 그 흔적이 77계단으로 남아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무릎을 치며, 아 거길 가봤어야 하는데라고 한탄했다. 그런데 이 글을 정리하면서 내가 찍은 사진을 보다가 내가 그곳에 갔었고 사진도 찍어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 땅 모양이 각졌고 그 사이로 계단이 죽 이어져있어서 지나면서 좀 특이하게 생각했었나 보다. 


  1910년 일제에 의해 국권피탈이 이뤄진 후 전국적으로 신사 조성이 성행했다. 목포에도 1911년에 성대한 규모를 갖춘 신사가 건립되었다. 이름이 '송도신사'였다고 한다. 지금은 이 일대가 묻히지만 옛날에는 송도라는 섬이었기 때문이다. 77개의 계단은 일제 강점기 신사로 올라가던 입구의 흔적이라고 한다. 당시 식민지 조선의 백성들에겐 '나라를 뺏기고 신사참배를 강요당했던 굴욕의 계단'이었다.   


바다 쪽에서 바라본 목포항 건물들 ⓒ 은이은


| 목포항(한죽상사)  

전남 목포시 해안로 251-3 일대 


  항구 바로 앞에서도 '적산가옥'이 아닐까 하는 집들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슬레이트를 얹고 2층 창문이 삐뚤빼뚤해 보이는 한죽상사도 마찬가지. 그날 바람이 거세다 했더니 섬으로 들어가는 뱃길이 끊길 정도로 파도가 높았다고 했다. 그래서 목포항에는 발이 묶인 배들이 그득했다. 잠시 바람이 그치고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 보일 때 오랜만에 본 바다를 사진에 담았다. 


목포 바다 ⓒ 은이은 


동굴카페씨크릿 ⓒ 은이은


| 동굴카페씨크릿(우리들의 블루스 촬영지) 

전남 목포시 해안로237번길 30-3


  어두워지면서 다시 눈발이 거세졌다. 어서 차로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걸음을 재촉하는데 계단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커플을 발견했다. 뭐지? 하고 봤는데 드라마를 촬영했던 곳이었다. 나는 촬영지였다는 사실 자체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었지만 그 계단이 끝나는 곳 희게 칠해진 건물의 모습은 사진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 은이은

장식적인 동그란 베란다가 있는 건물의 특별한 모양이 이미 푸르게 어스름이 내리는 하늘과 어우러져 외면하기 어려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구 동본원사 목포별원 ⓒ 은이은


| 구 동본원사 목포별원 

전남 목포시 영산로75번길 5 


  원도심 한 가운데 넓은 주차장이 있어서 좋다 했는데 어둠이 내린 뒤 가보니 특이하게 생긴 건물이 있었다. 1930년 지어진 일본 사찰 동본원사 목포 별원 법당이었다. 어쩐지 모양이 진짜 특이하다 했더니 석재를 이용해 일본 목조 불당의 건축양식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설명문을 읽어보니 원래 법당이던 이 건물은 해방후 1957년 부터 교회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한 때 주차장 부지 확보를 위해 철거될 위기에 처했으나 살아남았다.  


( 다음 회에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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