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들은 얘기다. 방송사에서 디지털 뉴스를 담당하는 기자가 엘리베이터에서 한 후배를 마주쳤다.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젊은 친구였는데, 꽤나 오랜만에 만난 것이라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선배, 요즘 어디에 계세요?"
"응 나는 디지털뉴스편집팀."
"그게 뭐예요?"
"아, 쉽게 말하면 인터넷 뉴스 담당하는 곳이야."
"선배... 회사에 뭐 잘못한 일 있어요?"
"어?"
얘기를 전한 사람은 그 순간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그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그냥 웃어주고 말았다.'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2019년 오늘, 기존 언론사의 구성원들이 디지털 뉴스 분야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여주는 일화다. 더 당황스러운 것은 이런 인식이 그가 다니는 회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가 처음 이 분야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신문사, 방송사, 언론재단, 신문협회 등의 사람들과 약속을 잡고 만나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 신문사 기자는 인터뷰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육두품'(六頭品)이라고 불렀다. 잘못 들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쪽 일 하는 사람들 다 비슷해. 그냥 육두품이라고 보면 돼."
기존 신문과 방송 등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들 역시 '디지털'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렇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런저런 의사결정 과정에서 매번 후순위로 밀리고, 사람과 예산 등 자원 분배에서도 항상 서자 취급을 받는다는 얘기였다. 구성원들은 '육두품'들이 모여있는 세계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나는 이런 지형이 오늘날의 '뉴스 콘텐츠 생산자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만난 한 언론사의 디지털 뉴스 간부는 한숨을 쉬면서 이런 말을 했다. "가르쳐 봐야 금방 다른 부서로 발령 나고... 그럼 제로 세팅이야. 다시 또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거지." 이 언론사는 레거시 미디어에서 이른바 '선두 주자'로 분류되는 곳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뉴스' 하면 보통 포털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건 자연스러운 현상은 아니다. 네이버와 다음처럼 언론사 뉴스를 자기 서버에 저장해 두고 독자들에게 읽게 하는(이걸 '가두리 양식장 방식'이라고 부른다.) 서비스를 하는 건 전 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다. 뉴스가 처음부터 이렇게 포털에 종속되어왔던 게 아니다. 다른 길이 분명히 있었고, 신문협회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지만 진행 과정에서 몇몇 언론사가 눈앞의 작은 이익을 좇아 다른 회원사들을 배신하면서 일을 그르쳤다.
언론사는 기본적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콘텐츠 생산이 우선순위에 놓이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생산하는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 그리고 이제 지난 10년보다 훨씬 더 많이, 훨씬 더 빨리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여전히 '좋은 콘텐츠'가 중요하지만 그 콘텐츠가 어떤 경로를 통해 어떻게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있는지 그 판을 읽는 일도 중요하다. 정말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알아야 한다.
나는 이 연재가 '길잡이' 역할을 했으면 한다. 관심을 가진 사람이 디지털 콘텐츠의 세계, 그 유통 체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는 일종의 안내서, 매뉴얼이 되었으면 한다.
이 글은 학술적인 목적과는 상관 없다. 전문가를 위한 글이 아니다. 나는 '외계어'같은 이 분야 키워드들을 최대한 쉽게 풀어가려고 노력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