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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Jun 08. 2019

잉글랜드·스코틀랜드·글래스고

화려함과 쓸쓸함이 공존하는 도시, 글래스고 ①   

 ①, ② 로 표시되는 것은 주석입니다. 






영화 <선샤인 온 리스>는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 리스를 배경으로 찍었다. 출장으로 글래스고를 방문해야 했던 나는 무심코 검색을 하다가 이 영화를 발견했다. 에든버러나 글래스고에 대해 사진 몇 장을 본 것 외에는 사전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공부한다는 셈 치고 인내심 있게 영화를 끝까지 봤다. 


영화의 배경은 에든버러, 그리고 오가는 대사 속에서 글래스고가 나왔다. 에든버러는 답답한 도시로, 글래스고는 '현대적인 느낌이 있는 도시'로 묘사하고 있었다. ① '검색에서 나오는 글래스고 사진들은 모두 옛날 건물이던데... 뭐가 현대적인 느낌이라는 거지?'  

  

영화 <선샤인 온 리스>의 한 장면


도착한 첫날, 제법 굵은 비가 공항에서부터 우리를 맞았다. 그 밤에는 밖에 나가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글래스고는 여름에 상대적으로 맑은 날이 많다고 들었었는데 그 비는 이번 여행의 운명을 알리는 서곡 같은 것이었다. 거의 하루도 빼지 않고 내내 비가 왔다. 


다음날 새벽 일찍 산책을 나섰다. 도시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역사는 꽤 컸다. '상당히 규모 있는 도시'라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화면 오른쪽이 글래스고 역이다 ⓒ Sungjoo Lee


스코틀랜드의 수도는 에든버러이지만 최대의 항구도시는 글래스고(Glasgow)이다. 이렇게 말하면 '어 스코틀랜드는 뭐지? 영국과 다른 나라인가?' 하는 궁금증을 가질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대충 학교에서 배웠던 것 같긴 했지만 정확하게 생각이 안 났다. 


스코틀랜드는 잉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영국(The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의 네 지역 가운데 하나이고 본토 북쪽이다. 스코틀랜드는 서기 843년부터 왕이 다스리는 독립된 나라였다가 1707년 잉글랜드와 한 나라로 통합되었다. 잉글랜드와 합쳐진지 겨우 300년여 밖에 안 된 것이다. 에든버러에서 '뉴타운'(New Town)으로 불리는 곳이 18세기에 조성된 곳이니까 '겨우'라는 말이 크게 어색할 것도 없다. 


스코틀랜드는 1707년 잉글랜드와 합쳐졌다 


왜 갑자기 스코틀랜드 얘기를 하냐면 에든버러나 글래스고 얘기를 할 때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관계를 빼놓고는 설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잉글랜드에 대한 해묵은 원한 같은 거다.  


우리 일행 가운데 한 명이 글래스고에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다 황당한 일을 당했다. 


택시기사는 대뜸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는 것에 대해 당신 생각이 어떠냐'라고 물었다. '잘 모른다'라고 말하자 강의가 시작되었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10여 분동 안 손님이 듣건 말건 '스코틀랜드는 독립해야 한다.'는 주제로 열정적으로 말을 쏟아내더란 것. 


글래스고의 택시 ⓒ Sungjoo Lee


찾아보니 그럴 만도 했다. 스코틀랜드의 인구는 전체 영국 인구의 1/10 정도 수준인데 땅 넓이는 영국 영토의 3분의 1이나 된다. 인종적인 측면에서도 스코틀랜드는 갤릭 어를 쓰는 '켈트'족으로 잉글랜드의 '앵글로 색슨'족과 다르다. 스카치위스키를 빚고 킬트를 입는 등 고유한 문화를 유지해 왔다. 특히 영화 <브레이브 하트>에서 볼 수 있듯이② 의  등 스코틀랜드 인들은 그들만의 투쟁의 역사③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성 앞에서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모습 ⓒ Sungjoo Lee



글래스고에 자리 잡고 있는 BBC 스코틀랜드 편집실의 간판. 영어 아래에 쓰여있는 것이 갤릭어다.



예를 들어 '운명의 돌'은 스코틀랜드의 왕권과 정통성을 상징하는 성물이었는데 1296년 잉글랜드의 에드워드 1세가 스코틀랜드를 정복할 때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가져가기도 했다. 스코틀랜드의 입장에서 보자면 답답하고 원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 학생들의 영웅적인? 행동으로 에든버러 성으로 돌아왔다.④ (이 돌을 에든버러 성에서 보긴 했는데,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다.)  



글래스고 사람들은 '철의 여인' 대처가 사망하자 축제를 벌였다


스코틀랜드 2대 도시인 글래스고는 피해의식이 있다. 이 도시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인구가 1백만 명 이상되는 도시로 부와 영화를 누렸다. 산업혁명기 스코틀랜드의 경제의 중심으로 지금보다 20세기 초에 인구가 더 많았던 것이다. 1896년에는 런던과 부다페스트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지하철을 개통했을 정도다. 


그런데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 시절 - 1980년대를 전후해서 - 글래스고의 주력산업이던 석탄, 철강, 조선 산업이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고 도시는 급속히 쇠퇴했다. 대처는 영국 산업을 재편하면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던 석탄산업을 구조조정했고, 반발하는 노조를 분쇄했다. 


글래스고를 관통하는 클라이드 강(영어: River Clyde, 게일어: Abhainn Chluaidh)에는 조선산업의 흔적이 남아있다.   ⓒSungjoo Lee


이런 대처의 조치가 적절했는지, 그 당시 일어났던 산업구조적인 변화가 단지 대처 한 사람 때문이라고 할 수 있는지를 논할 자리는 아니다. 하지만 글래스고 사람들의 적대감은 대단해서 대처가 사망하자 글래스고의 중심 광장인 조지 스퀘어(George Square)에서 축제를 벌였다. 



http://nowmynews.blogspot.com/2013/04/margaret-thatcher-hailed-and-hated-as.html
조지 스퀘어(George Square) ⓒ Sungjoo Lee



글래스고는 그래서 영광, 그리고 좌절을 한 몸에 품고 있는 도시이다.  


#영국,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글래스고, #운명의_돌, #마가릿_대처 #클라이드_강




두 번째 이야기 '벨 에포크, 그리고 매킨토시'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storypop/145



|주석|

①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주 잘 된 영화는 아니라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 주로 머물 예정인 사람은 <브레이브 하트>나, <트레인스포팅>, <원데이> 같은 작품을 한 번 더 보기를 권한다. 


②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은 윌리엄 월레스이다. '나무 위키'를 찾아보면 <브레이브 하트>가 역사 왜곡이 심하다고 나오는데, 어쨌거나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가 싸웠던 건 맞고 윌리엄 월레스가 당시 영웅이었던 것도 맞는 것 같다.  https://namu.wiki/w/%EB%B8%8C%EB%A0%88%EC%9D%B4%EB%B8%8C%20%ED%95%98%ED%8A%B8

③ 스코틀랜드의 역사 http://shoestring.kr/travel/eu/eu_36.html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9/18/2014091802870.html

④ 용감한 글래스고 대학생들이 무려 700여년이 흐른 1950년 성탄절 '운명의 돌'을 훔쳐 스코틀랜드 아브로스 수도원으로 옮겨놓았다. 이후 영국정부는 양심이 찔렸는지 1996년 에든버러 성으로 돌려줬다. 단, “대관식이 있을 때는 빌려준다”는 단서를 달고. https://namu.wiki/w/%EC%9A%B4%EB%AA%85%EC%9D%98%20%EB%8F%8C


| 참고한 사이트 | 

당신이 알아야 할 스코틀랜드 작가 10명 

https://ko.yourtripagent.com/10-contemporary-scottish-writers-you-need-to-know-4346

선샤인 온 리스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81659

마가릿 대처 

https://namu.wiki/w/%EB%A7%88%EA%B0%80%EB%A0%9B%20%EB%8C%80%EC%B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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