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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Nov 02. 2019

'뉴스를 바꾸겠다'는 카카오의 속내

|위클리 업데이트| 정치의 계절을 앞두고 출렁이는 미디어

#1 공정성, 신뢰도, 독점적 지위 


10월 마지막 주, 미디어오늘과 리서치뷰는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공동 여론조사(2019.10.27~30, RDD 휴대전화 85%, RDD 유선전화 15%, ARS 자동응답 시스템 )를 하면서 "지난 석 달간 이어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에 대한 보도와 관련하여 9개 방송 채널 중 가장 또는 조금이라도 더 공정했던 방송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넣었다.


그 결과, MBC가 19%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2위는 17%를 기록한 TV조선이었다.


응답자가 어떤 정당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MBC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의 36%, 정의당 지지자 25%가 '더 공정했다.'라고 응답했고, TV조선은 자유한국당 지지자 40%, 바른미래당 지지자의 14%가 그렇게 답했다. 연령별로도 갈렸다. 30대(26%)와 40대(25%)는 MBC에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줬고, 60대(24%)와 70대 이상(25%)에서는 TV조선 응답률이 높게 나왔다.


미디어오늘은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메인뉴스 시청자 수 변화와도 유사하다'라고 분석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의 수도권 전 연령대 기준 평일 시청자 수 집계에 따르면 MBC는 8월 39만 7000명에서 9월 42만 명으로 증가한 뒤 10월 평균 48만 5000명의 시청자 수를 나타냈다. MBC는 10월 집계에서 JTBC(44만 2000명)를 앞섰다. TV조선은 8월 28만 7000명에서 9월 36만 8000명, 10월 37만 4000명을 기록했다. 반면 KBS·JTBC의 시청자 수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출처 : 미디어오늘, 민주당은 MBC·한국당은 TV조선… 모두에게 외면받은 방송은


이 여론조사의 또 다른 조사항목은 사용자들이 '유튜브'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느냐에 관한 것이었다.


정확한 질문은 "귀하께서는 시사 문제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관련 다음 두 가지 견해 중 어떤 견해에 더 공감하십니까?"였다. 이 질문에 대해 50%는 언론이라고 답했고, 언론이 아니라는 응답은 33%에 그쳤다. 앞서 언론진흥재단이 2018년에 조사한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보고서나 시사인의 '2019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 내용과 맥이 닿아있는 결과였다.


'2019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 중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 결과 ⓒ 시사인


요컨대 사람들은 포털에 이어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를 기존 언론과 마찬가지로 '언론'으로 받아들인다.


신뢰도에 있어서도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legacy media)'로 불리는 기존 언론사들에 가중치를 두지 않는다.  그래서 사실 '공정성' 혹은 '신뢰'를 정의하고 설명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공영방송 KBS와 일개 유튜브 채널인 <알릴레오> 사이에 벌어진 일들은 이 두 가지 문제를 잘 드러나게 해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2 트위터의 정치광고 중단 조치


트위터 최고경영자 잭 도시는 현지시간으로 2019년 10월 30일 트위터에 타래로 묶인 장문의 글을 통해 “전 세계에서 트위터에 모든 정치 광고의 게시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도시는 그 이유와 관련해 “인터넷 광고는 굉장히 강력하고 상업적 광고주에겐 매우 효과적이지만, 그 힘이 정치에선 수백만 명의 삶에 영향을 주는 투표에 파급을 미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위터는 트럼프가 애용하는 소셜미디어다. 당장 트럼프 진영이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얘기들이 나왔다. 재선 캠프 관계자는 설명을 통해 "트위터의 결정은 보수주의자들을 침묵하게 하는 또 다른 시도로 매우 어리석은 결정"이라며 "공화당을 공격하려는 진보 진영의 광고도 막을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당장 시선은 페이스북으로 쏠렸다. 그러나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의 첫 반응은 부정적인 것이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기업이 정치인이나 뉴스를 검열하는 것이 옳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 관련 보도 |
https://www.cnbc.com/2019/10/31/twitters-dorsey-calls-out-facebook-ceo-zuckerberg-on-political-ads.html
https://www.wired.com/story/zuckerbergs-view-speech-facebook-stuck-2004/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915321.html#csidx4792427c358d2e69f36054e48f69167


그러나 이 문제는 1년 정도 남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더 버지(the Verge)의 케이시 뉴튼(Casy Newton)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페이스북도 결국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압력은 당연히 트럼프나 공화당으로부터의 압력이 아니라 '사회적 압력'이 될 것이다. 그리고 역설적이지만 페이스북이 압력을 받는 것은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미치는 힘과 영향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3 네이버는 또 무슨 발표를? 카카오의 속내는?


카카오의 갑작스러운 기자회견(10.24)을 통해 당장 현실화된 건 연예 댓글을 없애는 정도였다.  그러나 회견 내용은 훨씬 더 포괄적이었다. 짐작이 아주 안 가는 바는 아니지만 카카오가 '뉴스를 바꾸겠다.'는 속내는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궁금해졌다.


그러던 차에 네이버도 '미디어 커넥트 데이'(11.12)를 앞두고 요즘 콘텐츠 제휴를 맺은 언론사들을 열심히 찾아다니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발표 내용 가운데 뭔가 중요한 게 있다는 뜻이다. 네이버가 기사를 큐레이션 하는 이른바 '모바일 메인'을 없앤 것이 얼마 전인데 또다시 무슨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본격적인 정치 시즌을 앞두고 미국이나 한국이나 플랫폼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의 조수용 대표는 뉴스 서비스의 전면적인 개편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주 간단히 말하자면 'PC/모바일 다음(Daum)이나 카카오 '3 탭'을 통해 제공되던 방식의 기존 뉴스 서비스를 아예 없애버리자.'는 것이 될 것이다.


오히려 실무자들이 이런 조 대표의 '강한 신념'을 말리고 있고 한다. 현실에 바로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점진적인 개편 쪽으로 방향을 잡아간다는 것이다. 아마도 적용 시점은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내년 4월 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왜 카카오의 조 대표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디까지나 필자의 추정이지만 멜론, 카카오 M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 SK텔레콤과 주식을 교환하는 등  콘텐츠 비즈니스 영역을 공략하고 있는 카카오의 입장에서 기존의 뉴스 서비스는 아마도 벗어버리고 싶은 '짐'일 것이다.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는 ① 측정 가능한 방식으로, 그 측정의 결괏값에 따라 콘텐츠의 대가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선호한다. 전형적인 플랫폼 사업자의 방식이다. 그러나 과거에 맺어진 기존 미디어들과의 계약은 그렇지 않다. 즉, '측정 가능한 방식'과는 거리가 있는 요소들이 상당하다. 실제로 '제휴평가위원회'라는 완충지대를 두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많은 잡음이 일어나고 있다.   

② 기존 포털의 방식으로는 완전한 개인화가 불가능하다. (모바일 다음의 첫 페이지와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의 첫 페이지를 비교해보면 된다.) 완전한 개인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기사 배치를 두고 언제든 정치적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검 순위는 없애면 그만이지만 기사 배치를 없앨 수는 없다.  

③ 뉴스 콘텐츠 유통은 현재 국내 상황에선 양대 포털로 집중될 수밖에 없는데, '유통 채널의 독점'이라는 비판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

④ 사용자들은 많은 뉴스 콘텐츠에 대해 '가짜 뉴스'라는 딱지를 붙이고 비난한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더 증폭될 것인데, 아까 #1에서 거론한 바와 같이 '공정성', '신뢰' 같은 가치들을 포털이 담보해내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측면들을 고려할 때 카카오가 내심 염두에 두고 있는 '새로운 뉴스 유통 모델'은 포털에서 '골라서 모아서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사용자가 구독하는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콘텐츠 공급의 계약이라는 측면에서도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의 전재료 계약이 아니라 '사용자의 소비에 따른 단위 콘텐츠의 거래에 따른 대금 지급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


생각해보면 이 방식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서, 음원이나 웹툰 등 기타 다른 콘텐츠 소비에서 이미 일반화된 방식이다.  


11월 12일, '미디어 커넥트 데이'에서 네이버가 발표하게 될 내용의 핵심은 무엇일까? 카카오와 비슷한 것일까 다른 것일까?


네이버는 벌써 두세 달 전, '미디어 커넥트 데이'를 열 계획을 세우고 호텔 예약은 물론 플래카드까지 만들었는데 한성숙 대표가 '미진하다'며 연기를 지시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계획했던 일정까지 한 차례 미룬 뒤에 나오는 이번 발표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 궁금해진다.  


#MBC #TV조선 #신뢰도 #유튜브 #트위터 #정치광고_중단 #페이스북 #카카오 #네이버 #미디어_커넥트_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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