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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Mar 12. 2016

로마 티부르티나 - 완행열차는 테르미니에 서지 않는다

아들과 함께한 이태리 20일 #3 로마 티부르티나(Tiburtina)

완행열차들은 테르미니가 아니라 티부르티나역에서 타야 한다


우리가 로마 하면 테르미니만 생각하게 되는데, 테르미니 보다 북동쪽에는 티부르티나(Tiburtina)라는 이름의 역이 있다. 밀라노로 가는 급행열차(2~3시간 소요)는 테르미니에 서지만 티부르티나 역에는 완행열차들이 정차한다.  


밀라노행 기차를 놓치면 일정에 큰 차질이 생기는 것인 만큼 기차 시간에 늦을까 봐 동행인을 재촉했는데, 결론적으로는 너무 서두른 것이 탈이었다. 티부르티나 역은 테르미니와 마찬가지로 지하철 역과 연결되어 있어서 일단 지하철만 타면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로마의 지하철은 안과 밖 모두 그래피티로 범벅이 되어있다. 아무래도 관리가 부실해 보이는 인상은 어쩔 수가 없다. 그나마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언제 어떤 방향의 열차가 오는지 알려주는 표지는 우리나라 시스템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http://plain.is/storypop/470579


우리는 열차 출발시간보다 무려 2시간 가까이 일찍 역에 도착했고, 설상가상으로 동행인의 컨디션은 매우 좋지 못했다. 나는 동행인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감정적으로 폭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애를 썼다. 


Tiburtina는 테르미니보다 북동쪽에 있다


아래 그림은 지하철 역에서 처음 내리면 보게 되는 광경이다. 처음에는 어디로 가야 하나 해서 두리번두리번 거렸는데, 티부르티나 역의 거의 모든 기능은 지상 2층에 자리 잡고 있다.  


이미지 출처 : http://tiburtino.romatoday.it/


에스컬레이터에서 올라가자마자 오른쪽에 티켓 오피스가 있는데, 여기 직원들은 매우 친절했다. 특히 예약을 한 뒤 집에서 프린터로 인쇄한 티켓만 있으면 실제 티켓으로 바꾸는 수고를 할 필요가 전혀 없는데, 이 사실을 모르는 내가 '진짜 티켓으로 바꿔달라'는 요구를 했음에도 그냥 순순히 바꿔줬다.  



티부르티나 2층에는 티켓 오피스 외에도 간단한 요깃거리를 파는 카페와 옷가지, 책 등을 파는 상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 열차 시간과 호수를 확인한 다음, 차를 마시던지 쇼핑을 하다가 자기가 탈 열차가 서는 플랫폼(1층)으로 이동하면 된다.



티부르티나 역에서 처음으로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를 마셨다. 이탈리아가 에스프레소의 본고장이기도 하고, 커피는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에스프레소를 마셔야 제맛이라고 하지만 나는 좀처럼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에 감동하기 어려웠다. 




주의하자, 가방을 두고 자리를 뜨면 테러범으로 오인될 수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커피를 마신 뒤, 잠깐 짐을 놓아둔 채 (큰 짐 속에는 값이 나가는 것이 없었다.) 티켓 오피스에 다녀왔는데, 갑자기 분주한 움직임이 감지되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종종걸음으로 다시 자리로 가보니 카페 직원이 안절부절못하고 총을 든 군인이 막 다가오려 하고 있었다. 나는 뭔 일인가 하고 몹시 당황했다. 알고 보니 사람 없이 놓인 가방이 문제였다. '폭발물'로 의심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 같은 실수를 하지만 않는다면, 사람 많고 번잡한 테르미니에 비해 티부르티나 역은 한산하고 여유가 있다. 아무나 연주할 수 있는 업라이트 피아노가 통로 한쪽에 놓여있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기념 삼아 한 번 연주해보라는 내 간절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동행인은 끝끝내 피아노 연주를 하지 않았다. 나는 생각한다. 아마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거라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우리는 안내표지를 보고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으로 내려가면 아래와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테르미니와는 달리 우리가 익숙한 기차역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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