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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이은의 리뷰닷 Jul 16. 2021

'대전환'이 필요하다

방송 기술...송신에서 교신 그리고 그 너머로

이 내용은 방송기술인협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방송기술교육원 강연(2021.7.13)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로 표시한 것은 후주로 붙입니다. 


Intro

나는 왜 이 강의를 하는가? 


하나. 내가 이 영역에 발을 들여놓은 2015년에서 2021년의 오늘까지, 10년이 채 안 되는 이 시기는 뉴스 영역과 콘텐츠 영역에서 큰 변화의 파도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휘몰아쳤던 시기다. 나는 우연히도 그 장면을 오롯이 목격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둘. 나는 매우 순수한 문과생이다. 종교학을 전공했으며 부전공은 철학이었다. 그래서 기술 영역에서 누군가에게 강의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순수한 주장'을 펼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셋. 나는 20년 이상 지상파 방송사에서 일하는 걸 천직으로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왔다. 그래서 나는 이 두려운 강의를 맡겠다고 결정했다.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강의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Part I'에서는 지상파 방송사가 처한 상황을 송신과 교신, 콘텐츠와 플랫폼이라는 4가지 키워드로 간략히 설명하려고 한다. 'Part II'는 우리가 이미 갖고 있으나 가치를 충분히 깨닫지 못하고 있는 자산들, 그리고 우리가 꼭 확보해야 할 미래의 자산들에 대해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데이터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살펴본다. 제목이 '대전환'이지만 목적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예정이다. 



Part I  

'송신'에서 '교신'으로   


세계는 이미 너무 달라져 있다. 방송 밖의 세계는 이미 일방의 '송신'이 아니라 '교신'의 세계로 바뀐 지 오래다. 그동안 변화의 조류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것들은 '증발'이라는 표현 그대로 순식간에 자취를 감춰버렸다. 그것은 '코닥필름'이나 '계산기'같은 물건이기도 하고, 특정 분야의 산업이기도 한다. 이런 내용을 다루고 있는 터섹의 책 <증발>*은 하필 방송 산업을 거론하고 있다. 


1.1 일방향 송신의 종언 


라디오에서 TV로의 변화는 '질적 변화'가 아니라 '양적 변화'이다. HD, UHD로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어디까지나 RF(Radio Frequency)에 태워 일방으로 보내는 '송신'이다. 이 시대의 방송 기술은 '제작의 기술'과 '송신의 기술'로 한정된다. 여기서 '일방으로 보내는'이라 정의한 것은 '피드백이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즉 송신자와 수신자는 뚜렷이 구분되며 수신자는 '수동적인 수신자'이다. 



https://slideplayer.com/slide/14487036/


물론 이 시대에도 피드백이 아예 없진 않았다. 라디오는 상대적으로 인터액티브한 매체로 여겨졌다. 전화를 통해 실시간 피드백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제한적이었다. 전파에 태워 라디오, TV신호를 송출하는 시스템은 매우 경제적이며 효율적이었다. 별도의 망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효과이론에서 '탄환'이라는 표현이 나왔을 만큼, 한 때 강력한 영향력을 가졌었다.  그런데 사람들의 선택의 방향이 언제나 '경제적 효율성'을 향하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건 커뮤니케이션이 원래 상호적인 거라는 점이다. 


1.1.1 제작 기술 : '제작의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방송은 큰 변화를 겪었으며 지금도 겪고 있다. 손으로 조정하던 조명은 콘솔에서 프로그래밍 되어 움직이는 방식으로 바뀐 지 오래고, 복잡한 무대장치는 디스플레이 패널로 대체되었다. 리니어 편집은 넌리니어 편집으로 바뀌어 부조에서 매우 복잡한 작업(기술)을 통해 가능했던 각종 효과들이 편집자의 클릭 몇 번으로 완성된다. 현장 생중계는 대형 중계차 대신 카메라에 연결되는 LTE모뎀으로 대체되어 간다. 


1.1.2 송신의 기술 : '송신 기술'은 제작 기술보다 더 본질적인 딜레마에 빠져있다. 송신은 방송 카르텔의 성벽과 같았다. 방송사들은 정부가 대여한 700MHz 전파를 독점적으로 사용해왔다. 그런데 현재 직접 수신 비율은 매우 낮다. 이제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데이터 묶음으로 IPTV나 OTT 등을 통해 콘텐츠를 감상한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상파'라는 이름을 가진 이상 RF를 송출해야 할 운명이지만, 그 '송신 기술' 효용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음을 안다. 


1.1.3 지체 : 그럼에도 지상파 방송은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지 못하고 있다. 수 백 가지의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나는 감히 '방송사 조직이 다른 플랫폼 사업자들 조직에 비해 너무 올드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스스로 변혁할 힘이 없고 그렇다고 조직 밖에 변화를 추동할 세력도 없다. UHD 등 그간 추진되어왔던 오래된 이니셔티브들은 이미 길을 잃었고, 새로운 흐름을 따라잡으려는 세력들에겐 대개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1.2 쌍방향 '교신' 시대의 만개 


커뮤니케이션은 상호적인 것이다. 가장 먼저 전파를 이용했던 전신도 유선을 활용한 전화도 '쌍방의 소통'이다. 그런데 라디오나 TV는 일방이었다. 콘텐츠의 생산과 송신이 소수에 '독점'될 수밖에 없는, 연결의 지점이 매우 유한할 수밖에 없는 당시의 기술적 환경 탓이었다. 그 시대는 라디오 드라마를 듣고 사람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질 수 있던 그런 시기였다. 


처음에는 전화선을 통해서 이후로는 광케이블을 통해서 디지털 신호가 오가기 시작하면서 쌍방향 소통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PC통신에서 인터넷으로 변화를 거듭하면서 속도가 빨라지고 활용 범위도 커졌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양적인 변화였다. 인터넷 시대까지만 해도 TV는 굳건해 보였다. 오히려 방송의 일방 송출이 인터넷을 통한 피드백으로 보완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2006년 한 대학생의 리포트 제목은 '수용자의 요구와 반응에 의해 TV드라마 등의 줄거리가 바뀐 현상 분석'이었다.*


1.2.1 양적 변화에서 질적 변화로, 다시 양적변화로 : 그런데 양적 변화가 쌓여 본질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아이폰의 등장이다. 스티브 잡스가 들고 나온 새로운 디바이스, 아이폰은 기존에 있던 기술의 조합*이었지만 양적 변화가 아닌 질적 변화의 신호탄이었다. 아이폰은 (1) 항상 켜져있고 always on (2) 항상 연결되어있으며 always connected (3) 항상 사적인 always private 콘텐츠 소비 공간을 탄생시켰다.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건 데이터 양이 상대적으로 적은 텍스트로 이뤄진 뉴스 같은 콘텐츠였다. 2014년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는 당시에 종이신문에 가해지던 압력이 얼마나 셌었는지를 웅변한다. 



질적 변화는 다시 양적 변화를 촉발했다. txt에서 클립 동영상으로, 다시 고품질 스트리밍으로 '언제나 손에 쥐고 있는 디바이스'에서 유통되는 콘텐츠의 범위가 점점, 그리고 빠른 속도로 넓어졌다. 장소의 제한이 사라지면서 사람들이 '콘텐츠를 즐기는 시간'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이 추세에 올라탄 통신사들은 돈을 쓸어 담게 됐고 시장을 더 키우기 위한 망의 진화는 2G, 3G, 4G, 5G로 순식간에 진도를 뺐다. 그런 의미에서 스트리밍 서비스(OTT)의 등장과 부상은 돌이켜보면 '아이폰 혁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1.2.2 쌍방향성의 본질 (1) 개인화된, 즉각적인 피드백 : 사적이며 언제나 켜진 상태, 언제나 연결된 상태인 디바이스는 개인화된, 그것도 즉시적인 피드백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브로드캐스팅(broadcasting)을 저물게 하고 내로우캐스팅(narrowcasting)의 시대, 구독의 시대를 열어젖힌 힘이다. 



이 변화는 매우 기술적인 것이었지만 콘텐츠가 유통되는 구조에는 본질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다시 말하면 돈이 만들어지는 구조가 완전히 바뀌어버린 것이다. TV광고는 기본적으로 브로드캐스팅의 브로드(broad)한 집행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디지털 광고(PC 웹, 모바일 웹&앱, 동영상 프리롤&미드롤 광고 등)는 내로우(narrow)한, '타깃을 분명히 하는' 집행이다. 


지금 우리가 선 현실에서 개별 단위가 크지만 효용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TV광고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고, 개별 단위는 작지만 정확하게 도달을 계산할 수 있는 모바일 광고는 갈수록 커진다. 모바일 광고가 방송광고를 추월한 건 그래서 매우 당연한 귀결이다.* 요컨대 이제 광고의 본령은 '타깃팅'이고 그 기반은 '데이터'이다. 


1.2.3 쌍방향성의 본질 (2) 생산 권력의 해체 : TV의 권력은 송출 권력이기도 했지만 생산 권력이었다. 그러나 쌍방향성이 활성화되면서 누구나 송신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플랫폼에 놀이터를 만들어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부추긴다.*


이렇게 독점이 깨지면서 생산 권력 아이돌 그룹이 컴백을 위해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도 드물어지고 있다. 드라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래 버티고 있는 ‘예능 생산자 권력’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만약 알고리즘(비인간행위자*)의 개입이 없었다면 상황은 좀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들은 영리하게도 서비스의 중심에 알고리즘을 두고 함께 발전시켰다.* 그 결과 편성시간에 얽매여 TV앞에서 콘텐츠를 감상하는 게 아니라 '내가 원하는 콘텐츠가 나에게 도달하는' 시대가 열렸다. 플랫폼은 ‘의도한 곳으로 흐르는’ 콘텐츠에 광고를 붙여 돈을 번다. 


1.3 콘텐츠와 플랫폼, 경우에 따라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쌍방향의 시대, 중요한 것은 정보(콘텐츠)가 흐르는 통로 혹은 연결의 지점에서 '누가' '중개상'으로 나설 것이냐의 문제이다. 그 역할을 했고 돈을 번 기업들이 있다. 해외에서는 페이스북(소셜미디어), 구글(검색, 동영상 플랫폼) 등의 사업자를 꼽을 수 있다. 국내에는 '지식인'으로 떠오른 네이버, 뉴스 포털로 인기를 얻었던 다음, 무료채팅을 기반으로 성장한 카카오가 있다. 


1.3.1 플랫폼 만능론의 시대 : 한때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 만능론'을 거론했다. 무조건 '플랫폼에 올라타는' 것만이 콘텐츠 생산자가 살 길이라고 여겼다. 실제로 해외의 많은 언론사들이 페이스북에 의존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했고 실제로 성공사례들이 여럿 나왔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알고리즘을 변경하자 잘 나가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는 사례들이 생겨났다.*  결국 플랫폼에 온전히 기대는 것이 답이 될 수 없다는 점이 교훈으로 공유되었다. 뉴욕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같은 언론사들은 이런 플랫폼들에 덜 의존하고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웹 개발자, 데이터 과학자 같은 디지털 전문 인력만 1000여명으로 전체 임직원(4700명)의 20%가 넘는다.”*  

    

EU나 호주 등이 페이스북이나 구글 등과 각을 세우며 불편한 관계를 가져가는 건 이러한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이들 국가는 입법을 통해 플랫폼들을 상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구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뉴스와 같은 텍스트 콘텐츠는 유통기한이 짧고 복제에 취약해 '충분한 규모의 경제'가 확보되지 않을 경우 돈을 버는 사업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1.3.2 다시 평가 받는 콘텐츠 : 그러나 프리미엄 동영상의 경우는 다르다. 한때 넷플릭스는 프리미엄 동영상 소비의 단 하나의 대안, 미래인 것처럼 여겨졌으나 '넷플릭스의 시대'가 그리 길지 않을 거라는 조짐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프리미엄 동영상 시장은 ‘완전한 자유경쟁 시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동영상 콘텐츠의 경우 '생산자의 권력'이 아직 유효하다. 큰 규모의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축적한 라이브러리의 힘이 든든한 뒷배가 된다. 반면 플랫폼의 스트리밍 기술은 시간이 지나자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되었다.*     



Part II 

부자인 줄 모르는 부자 


2.1 그래서 AI는, 그리고 알고리즘은 도대체 뭔데? 


‘증발’ 시대의 모든 산업은 '시간'과 '연결', '정보(데이터)'에 의해 판가름 난다. 이 때문에 점점 더 중요해지는 것이 알고리즘, 비인간행위자다. 이걸 이해하기 위해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언뜻 보기에 쉬운 말 같지만 인공지능은 정의하기는 아주 어렵다. 사람들이 서로 다른 뜻, 서로 다른 맥락으로 이 말을 쓰기 때문이다.  


2.1.1 인공지능은 '패턴 읽기'의 다른 표현 : 한때 과학자들은 코딩을 통해서 인공지능을 탄생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P-NP' 문제* 와 '지식 추출의 병목'* 문제였다.  돌파구는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인공신경망을 구축하고, 충분히 많은 데이터를 보여줘서 학습하게 한 것이다.* 


가장 유명한 것이 개와 고양이의 구분이다. 지금 인공지능은 개와 고양이를 능숙하게 구분한다. 기계학습(머신러닝)을 통해서다. ‘딥러닝’은 기계학습의 좀 더 고도화된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 



'인공', '지능'이라는 말은 필연적으로 '생각하는 주체'를 떠올리게 한다. 인공지능은 아직 그런 게 아니다. 충분히 많은 자료들을 데이터로 쌓아서 어떤 일의 뒤에 어떤 일이 생겨나는지 그 인과관계의 패턴을 읽어내는 기술이다. 바둑을 두는 인공지능이나 소설을 쓰는 인공지능, 모두 원리는 같다. 그런 의미에서 닉 보스트롬이 말하는 ‘싱귤래리티’*는  아직 오지 않았고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2.1.2 알고리즘은 인간이 정한 우선순위 규칙 :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을 혼용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 다른 개념이다. 알고리즘(algorithm)의 사전적 정의*는 ‘일련의 절차나 방법을 공식화한 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알고리즘은 AI와 연결되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인간(대개 플랫폼 소유자)이 정한 ‘우선순위 규칙’이라고 이해하는 게 오히려 편하다. 그러니까 ‘알고리즘을 변경했다.’는 말은 ‘우선순위를 변경했다.’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보자. 앞서 언급한 것처럼 페이스북*은 한때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돈을 벌게 해줬지만 망하게도 했다. 페이스북은 콘텐츠 사업자의 피드보다 개인 피드의 우선순위를 높이 두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광고를 주 수입원으로 해서 돈방석에 올랐던 사람들은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2.2 시간과 정보량, 그리고 비인간행위자


전 세계적으로 매일매일 생산되는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IBM은 하루 25억 기가바이트일 것으로 추산한다. “오늘날 존재하는 전 세계 데이터 양의 90%가 지난 10년 동안에 만들어졌다.”*   그런데 인간이 콘텐츠의 소비에 쓸 수 있는 시간은 아무리 길어봐야 하루에 24시간뿐이다. 결국 생산되지만 사용자에게 도달할 수 없는 정보가 점점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로 인해 인간의 편집만으로는 플랫폼을 운영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넷플릭스가 추천시스템을 경쟁시켰던 이유, 카카오가 ‘루빅스’라는 AI 추천 시스템을 통해 콘텐츠의 소비량을 끌어올린 것도 다 같은 맥락에 있다. 대개 추천시스템은 개인의 과거 선택으로부터, 다른 한편으로는 협업필터링*을 통해 작동한다. 




2.2.1 데이터, 방송사가 가진 것과 그렇지 않은 것 : 결국 AI 시대에 콘텐츠만큼 중요한 것이 데이터이다. 방송은 한편으로 엄청난 데이터 ‘부자’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데이터 ‘약자’다. '부자'인데도 스스로의 자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거나, 콘텐츠를 제공받은 플랫폼에서 응당 확보해야 할 데이터를 가져오지 못한다는 의미에서다. 


(1)부자 : AI를 다루는 사람은 모두 방송사의 데이터를 탐낸다. 기계학습에 유용한 데이터들이 많기 때문이다. 기사, 드라마, 라디오 방송 이 모든 콘텐츠들이 인공지능이 학습할 데이터이다. AI 앵커* 를 만든다면, AI 가수*를 만든다면  AI 배우*를 만든다면 방송 콘텐츠만큼 정갈한 데이터는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LINlfvwDkGM


이루다 사건을 떠올려보라.*  또한 콘텐츠의 측면에서도 방송사들은 아직 손대지 않은 엄청난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사람들이 비디오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끼면서 오디오 콘텐츠를 찾는 경향이 있는데 수십 년 동안 청취자들을 웃고 울게 했던 라디오 콘텐츠들은 지금 어느 창고에 쌓여있을까?   


(2)약자 : 그런데 방송사가 가진 데이터를 학습에 내주면 (혹은 콘텐츠를 플랫폼에 내주면) 그 결과로 얻어지게 되는 ‘성과물을 받아서 지킬’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예를 들어 최근 구작들을 AI를 이용해 UHD급 화질로 바꾸는 작업들이 이뤄지고 있고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방대한 양의 학습을 통해서 구작을 UHD로 바꿔주는데(자막을 빼기도 한다) 최적화된 AI, 결과물은 누구의 소유일까?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방송사는 txt형식, 클립 형식의 뉴스를 포털에 제공한다. 그런데 어떤 뉴스를 누가 어떤 시간에 얼마나 소비하는지의 데이터를 포털로부터 제대로 받고 있는가? IPTV로 공급되는 방송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나 카카오는 CP들이 데이터를 볼 수 있는 창을 제공하기는 한다. 그러나 데이터 형식으로는 CP에 넘기려 하지 않는다. 동영상도 마찬가지다. CJ와 통신사(iptv 사업자, 일종의 플랫폼)들과의 전쟁에서 주요 쟁점 중 하나도 바로 이 데이터 문제*이다. 그 결과 아직도 '시청률'이라는 매우 구시대적인 지표가 통용된다. 


2.2.2 플랫폼이 데이터를 만들고 활용하는 방식 : 네이버나 카카오가 돈을 버는 건, 시가총액 규모가 수직상승*하고 있는 건 다 이유가 있다. 바로 이 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활용할지를 알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의 광고, ‘비즈보드’가 그토록 힘을 갖는 건* '연결'과 '피드백에서 온 정보'를 최적화된 광고로 연결시켜주기 때문이다. 방송광고가 절대로 흉내 낼 수 없는 방식이다. 구독 또한 그 전략의 연장이다. 대형 플랫폼에서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구글이나 애플이 그런 거래들을 차단하려고 힘겨루기*를 하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2.3 인터페이스 


아이폰이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인터페이스의 등장은 콘텐츠 유통의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우리가 인터페이스의 변화를 그냥 '남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리고 변화의 주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아이폰이 2010년대 큰 변화를 일으켰는데, 지금 채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인터페이스들이 꿈틀거리고 있다.대표적으로 AI 스피커, 자동차의 대시보드*, 메타버스 같은 XR플랫폼 등을 꼽을 수 있다. 


코로나 상황, 비대면 상황은 언젠가 극복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전과 후가 완전히 같을 수 없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익숙하지 않아서 주저했던 변화를 '뉴-노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서 각 개인들은 새로운 효용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엄청난 저항에 직면했을 'QR코드 인증'을 지금 우리는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zoom을 활용한 비대면 회의, 재택근무도 마찬가지다. 


2.3.1 텍스트에서 다시 ‘말하는’ 인터페이스로 : 30대 당대표 이준석의 글씨체*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른바 MZ 세대는 컴퓨터 자판을 사용하는 것도 불편하다. 사실 우리가 가장 편하게 느끼는 인터페이스는 언어이다. 걸림돌은 인식률. 그런데 자연어 인식 분야에서 AI는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물론 사무실에서는 조용히 키보드를 두드리는 게 편하다. 그런데 생각을 달리해 보자. 그 상황 - 책상위에 앉아 두 손을 모두 사용하는 그 자세가 오히려 많은 걸 제약한다. 사용자가 자동차 안에 있다면, 설거지를 하고 있다면? 거실 소파에 앉아있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2Nvxl6tEg60


2.3.2 실재의 세계에서 가상의 공간으로 : 가상공간이 주목을 받았던 건 오래전 일이다. 사람들은 그런 미래가 올 것이라고 진작부터 생각했다. SF영화에 흔히 나왔던 주제이다. 요즘 유행하는 '메타버스'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Second-Life라는 게임이 있었다. 그런데 실재의 세계와 가상의 세계는 거리가 있었다. 저항이 컸다. 어지러움 등 가상공간에 대한 우리 몸의 저항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였다. 


그런데 달라졌다. "과거와 다르게 실질적으로 메타버스 서비스 사용자 기반을 단기간에 확보한 사례와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기업이 출현했다."* 일등공신은 여타의 XR 플랫폼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상황이다. 코로나는 사람들이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이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확산은 동시에, 실제 세계의 ID가 아닌, 가상 세계의 ID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으로도 나타났다. 새로운 페르소나(가면)를 내세우는 걸 유행으로 만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HpV4y6PKQw


가장 중요한 변화는 경제적 측면이다. 메타버스 안에서의 '경제'가 본격 가동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PwC는 지난 2019년 50조원 규모던 메타버스 경제가 오는 2025년엔 540조원, 2030년엔 17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9LE0eMQXG-c


메타버스 안에서 한 번 출시된 구찌 가방이 재판매* 되는 건 이 시장이 더 확장될 것임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시장에서 방송은 무얼 해야 할까? 


2.4 SF적 세계의 도래, 뇌-기계 인터페이스와 위성인터넷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와 위성인터넷. 놀랍게도 SF가 아니라, 기술적으로 현실에서 이미 구현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일론 머스크의 프로젝트인데, 전기차가 그랬듯 이 기술들이 갑자기 새로운 표준으로 다가설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얼마 원숭이의 영상을 올렸다.* 그 원숭이의 뇌에는 뇌 신호를 읽어 무선으로 송신할 수 있는 장치가 이식되어 있고, 원숭이는 그 장치를 통해서 어떤 물리적인 접촉 없이도 게임을 즐긴다. 


https://www.youtube.com/watch?v=2rXrGH52aoM


경추 부위에 엄청난 굵기의 케이블을 집어넣어 연결하는 영화 <매트릭스>의 세계보다도 한 걸음 더 진보한 셈이다. 그 기술이 보편화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위성 인터넷은 어떨까? 세계적인 갑부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가 동시에 이 일에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 방향으로 연구에 착수했다.* 이 위성 인터넷에 접속하는 휴대용 단말이 개발되고 있다. 이 산업이 커진다면 지상에 망을 깔아 돈을 벌던 기존의 통신사업자들은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까? 



Outro 

채굴에는 돈과 사람이 필요하다 


이 강의는 디테일에 약하다. 이후 이번 교육에서 <예정되었던 미래>, <뉴미디어 생존기>, <메타버스의 미래>, <OTT산업; 변화와 전망>, <비대면 방송프로그램 제작의 이해>, <의사결정권자를 위한 최적의 내용과 형식> 등의 주옥같은 강의를 듣게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성급한 대안 제시도 하지 않으려 한다. 다만,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했으니, 어떤 전환을 말하는 건지 좀 더 명확하게 요약하는 것으로 이 강의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 방송사는 기존의 자산, 콘텐츠(데이터)를 새로운 환경과 인터페이스에 최적화해야 한다.

-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외부 기술이 적용될 수밖에 없는데, 내재화가 불가능하다면 JV등 결과물을 공동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CP사의 정당한 권리’를 되찾아야 한다. 모든 플랫폼과의 계약에서 사용자 데이터 확보를 주요 조건으로 내세워야 한다. 

- 이런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 기술조직은 명실상부한 CTO 조직으로 거듭야 하며, 콘텐츠 유통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최신 기술동향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돈과 사람이 필요하다.



* 터섹의 책 <증발> http://www.yes24.com/Product/Goods/70812233

* TIVIVA 서비스는 완전히 망했다. https://tiviva20.pooq.co.kr/

* 현장 생중계는 대형 중계차 대신 카메라에 연결되는 LTE모뎀으로 대체되어 간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1070709243422989  

* 라디오 드라마에 대피하는 소동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510300489887154

* '수용자의 요구와 반응에 의해 TV드라마 등의 줄거리가 바뀐 현상 분석' https://www.reportshop.co.kr/social/111306

* 아이폰은 기존에 있던 기술의 조합이다. https://www.venturesquare.net/2413

* 2014년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 http://media.nodong.org/bbs/view.html?idxno=85572

* 모바일 광고가 방송광고를 추월 https://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1779

* 플랫폼 사업자들은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부추긴다. https://www.koreascience.or.kr/article/JAKO201223659810828.pdf

* ‘예능 생산자 권력’도 크게 위축되고 있다.  https://outstanding.kr/fandustry20210702 

* 비인간행위자

https://www.kci.go.kr/kciportal/ci/sereArticleSearch/ciSereArtiView.kci?sereArticleSearchBean.artiId=ART002661961

https://brunch.co.kr/@storypop/39


* https://www.sciencetimes.co.kr/news/save유튜브-알고리즘의-선택을-받으려면/

* 알고리즘 변화로 문을 닫는 언론사들이 생겨났다.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56123266

* 뉴욕타임스의 기술인력 비중은 높다.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1/04/22/LUGHDLYFS5F5TIG6X5HFEVD23Y/

* 인터넷 공룡들을 규제하려는 움직임 https://www.bbc.com/korean/international-56108052

* 스트리밍 기술은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이 되었다. https://zdnet.co.kr/view/?no=20170809155852

* p-np 문제 :  1971년 스티븐 쿡, 1972년 리처드 카프, 1973년 레오니드 레빈이 각각 결정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의 주제는 주어진 문제를 컴퓨터로 얼마나 빨리 풀 수 있는지를 다루는 ‘P-NP’ 문제로 이 추론에 따르면 어떤 문제는 입력 데이터의 크기가 증가할수록 계산에 필요한 시간이 지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영원히 계산을 마칠 수 없다. ‘인공지능이 필요한 복잡한 문제에서는 정작 인공지능이 무용지물’이라는 뜻이다. 

* 지식 추출의 병목 문제 : 전문가시스템은 ‘답'에 도달하기 위해 적용했던 일련의 규칙을 보여줄 수는 있었지만, 누적된 시행착오(휴리스틱, Heuristic)를 통해서 문제영역을 더 자세히 이해하게 할 수는 없었다. 즉 경험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없었으며, 동시에 전문가시스템이 내놓은 ‘답'을 검증하고 유효성을 입증하기도 어려웠다.  http://kowon.dongseo.ac.kr/~dkkang/AI2011Fall/W01.pdf 

https://brunch.co.kr/@storypop/28 

* https://ko.wikipedia.org/wiki/기술적_특이점

* 위키피디아의 ‘알고리즘’에 대한 정의 - 수학과 컴퓨터 과학, 언어학 또는 관련 분야에서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해진 일련의 절차나 방법을 공식화한 형태로 표현한 것, 계산을 실행하기 위한 단계적 절차

* EdgeRank https://buffer.com/resources/understanding-facebook-news-feed-algorithm/

   http://openads.co.kr/content/contentDetail?contsId=6487

* http://m.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8&nNewsNumb=002622100022

* 협업필터링 https://ko.wikipedia.org/wiki/협업_필터링

* AI 앵커 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210703000071

* AI 가수 https://news.joins.com/article/23976690

* AI 배우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624810

* 이루다 사건 https://www.hani.co.kr/arti/economy/it/978383.html

   http://www.ai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5579

* 데이터 문제가 콘텐츠 협상의 쟁점 http://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233792

* 포털 시가총액 수직상승 https://www.mk.co.kr/news/stock/view/2021/06/579291/

* “톡비즈(카카오톡 기반 광고) 광고 부문 매출은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하며 높은 성장세를 지속했다. 비즈보드(카카오톡에 붙는 광고)를 통해 성공적인 마케팅을 경험한 기존 광고주들이 계속해서 예산을 확대하는 가운데,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신규 광고주의 유입이 가속화되면서 비즈보드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카카오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 https://www.epn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7470

* 애플과 다른 플랫폼 사업자들과의 힘겨루기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12/18/2020121801724.html

 https://www.chosun.com/economy/mint/2021/03/19/IFNDAFMPUBHW7HKRQCXZROPZAM/

* 현대차, 구글과 다른 길...“독자 OS로 시장 주도”  https://n.news.naver.com/article/030/0002955878

* 30대 당대표 이준석의 글씨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61717290004656

* “아이언맨의 AI 비서 ‘자비스’ 곧 현실화” http://naver.me/F7CVG1My

* https://www.hankyung.com/opinion/article/2021062905731

*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10510000686

* 메타버스 안에서의 '경제'가 본격 가동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PwC는 지난 2019년 50조원 규모던 메타버스 경제가 오는 2025년엔 540조원, 2030년엔 17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8/0004609709

* 구찌백 재판매 http://naver.me/FFvWrOnX

* 생각만으로 게임을 하는 원숭이 https://www.youtube.com/watch?v=3Ya-bAYri84

* 위성 인터넷과 관련해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조스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https://www.itdaily.kr/news/articleView.html?idxno=203325

* 우리 정부도 위성 인터넷 관련 연구에 착수했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2387846629084672&mediaCodeNo=257&OutLnkCh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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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한 추가 링크 


KBS 도쿄 올림픽 신규 채널 열었는데 HD화질에 시청자 '극소수'

http://www.inews24.com/view/1387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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