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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발전소 Dec 17. 2015

잔소리

철드는 이야기 #8

잔소리는 어쩌면

‘널 위해’라는

가면을 쓰고 있지만

사실은 나에게 

맞춰주기를 원하는

또 다른 표현




"치약은 중간부터 짜지 말고 끝에서부터 짜서 올리라고 말했지?"

"휴지는 왜 이렇게 걸어놔? 쓰기 불편하게?"

"수건은 쓰고 난 뒤에 젖으면 빨래통에 넣어 두라고! 그냥 널어두면 냄새나잖아."

"책을 봤으면 책장에 꽂아둬야지. 이렇게 두면 어떡해?"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잔소리를 많이 듣기도 하고, 하기도 한다. 

보통 잔소리는 '널 위해하는 소리', '네가 잘돼라고 하는 소리'라고 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솔직해져 보자.

나의 배우자는 나와 결혼하기 훨씬 전부터 그렇게 살아왔다. 그게 나랑 결혼하기 전까지의 당연한 생활이었고, 난 그런 사람을 사랑한 것이다. 

나의 연인은 나와 사귀기 훨씬 전부터 그렇게 살아왔다. 그리고 아이는 백지상태다. 부모의 모습을 보면서 배운 것이 지금의 생활로 나타난다. 아이의 생활은 아빠의 모습도 있고, 엄마의 모습도 있다. 

지금 내가 상대에게 하는 잔소리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보통은 '이렇게 내 말대로 하면 더 편해'가 아닐까? 그런데 편리한 생활이라는 것은 본인에게 익숙해져 있는 것이 편리한 생활이다. 그걸 굳이 나에게 맞춰서 상대를 불편하게 할 필요는 없다. 


상대가 치약을 중간부터 짠다면 난 밑에서부터 짜면 그만이다. 그냥 그 사람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 그 사람의 생활이 나보다 더 편리한 것이 있을 수도 있고, 나의 생활을 보고 그 사람이 자연스레 변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굳이 나에게 맞추려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서로가 편하다. 그러면 잔소리는 자연스레 많이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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