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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수소녀 Oct 22. 2016

역할바꾸기

부부가 지내는 법

인사 업무를 하는 신랑은 요즘 채용 시즌이라며 한창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주는 면접을 진행해야 해서 출근시간까지 한 시간 앞당겨졌다죠. 덕분에 늘 신랑보다 먼저 준비를 하고 출근했던 아침 일상이 뒤바뀌었습니다.


보통의 평일 아침이란 제가 먼저 일어나 삶은계란 군고구마 미숫가루 사과 한쪽 같은 아침 준비를 해놓고 신랑에게 빠빠이를 하고 출근하지요(물론 바쁠때는 두유 하나만 꺼내놓고 후다닥 나갑니다). 제 출근 시간까지 침대에 있어도 되는 신랑은 침대 속에 들어가 있었던 그 모습으로 현관까지 나와서 잘가라는 인사를 해주곤 해요. 조금 더 깊이 잠들었던 날은 안방 문간에서 떠지지 않는 눈으로 얼굴만 쏙 내민채로 인사를 합니다.

그런데 이번주는 신랑이 먼저 일어나 화장실을 사용하고 먼저 출근준비를 하고 있네요. 신랑보다 늦게까지 침대에 있어도 되는 저는 아침준비는 사라져버리고 겨우 두유 하나씩을 꺼내서 가방에 넣어줍니다. 그래도 신랑을 따라다니며 챙겨먹어야 할 약도 입에 넣어주고(이렇게 하지 않으면 먹질 않아요) 빠질 수 없는 몇 번의 어화둥둥 포옹도 합니다.

서로 바뀐 시간대를 보내고 있다보니 새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를테면 이전엔 먼저 나가는 바람에 보지 못했던, 출근 준비를 마친 말쑥하게 셋팅된 신랑의 모습이라던가, 신랑이 현관 문을 닫고 나가면서 밖에 꽂혀있는 오늘자 신문을 안으로 휙 던지는 모습이요. 늘 제가 신문을 빼서 안으로 밀어넣으면서 "내가 안하면 안하지?" 볼멘소리를 하곤 했었는데 말예요.

의도하지 않은 상황 속에 가끔씩 마주치는 서로의 바뀐 역할이 재미있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일요일 저녁, 주로 제가 설거지를 하고 신랑이 쌓인 분리수거 거리를 들고나가 버리고 오는데 설거지 더미가 많았던 어느날엔 바꿔서 한 적이 있어요. 분리수거가 들고 나가 버리고 오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저는, 생각보다 여러 꾸러미를 들고 내려가 여기저기 분류해서 넣는 것도 설거지 못지 않게 간단한 일은 아니라고 느끼면서 새삼 신랑의 편에서 생각해보게 됐었죠.

신랑도 비슷한 걸 느낄 때가 있겠지요? 역할바꾸기. 우연히든 일부러든 앞으로도 종종 해봐야할 것 같은 행동입니다.^^


201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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