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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 Aug 01. 2023

별들의 고향

이장호 감독을 봄니다.

여자란 참 이상해요. 남자에 의해서 잘잘못이 가려지는 것 같아요. by 영화 <별들의 고향> 中


존엄한 이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할리우드에는 <명예의 거리>가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활약한 인물들의 이름이 바닥에 새겨져 있는 보도다. 수많은 배우, 감독, 작가들의 이름이 분홍빛을 띤 산호색 테라초의 오각형 별 안에 황동으로 헌액 되어 있다. 블록에는 이름과 함께 인물이 활동한 분야가 심벌로 표현되어 있다. 기호는 영사기, 텔레비전, 축음기판, 마이크, 가면의 다섯 가지로 각각 영화, TV, 음악, 라디오, 연극을 상징한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는 미국 영화산업을 상징하는 간판이다. 


한국은 2006년 남양주 종합촬영소에 <영화인 명예의 전당>이 개관했다. 유현목 감독, 신상옥 감독 등 한국 영화계에 기여한 거장의 흉상과 업적이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2019년 8월, 촬영소가 기능을 종료하면서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고, 헌액이 지속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해운대에 <영화의 전당>이 있지만, 이곳에도 영화인의 명예를 볼 수 있는 마땅한 공간은 없다. 



영화의 고향

한국 영화계에 명예의 전당이나 거리는 없지만 우리도 나름의 방식으로 선배 영화인들을 기억하고 있다. 영화 시상식의 공로상 수여가 대표적이다. 수많은 영화제가 공로상을 통해 선배들의 업적을 치하한다. 춘사도 매년 공로상을 시상한다. 지금까지 임권택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 이태원 대표, 정지영 감독, 안성기 배우 등이 춘사의 공로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27회 춘사 공로상의 영예는 이장호 감독에게 돌아갔다. 


이장호 감독은 신상옥 감독 밑에서 연출을 배우고,  1974년 영화 <별들의 고향>으로 데뷔했다. 별들의 고향은 당시 한국 영화 사상 가장 많은 관객인 46만 명을 기록했다. 이후 안성기 배우의 복귀작 <바람 불어 좋은 날>을 시작으로 <어둠의 자식들>, <낮은 데로 임하소서>, <바보선언> 그리고 <이장호의 외인구단>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흥행시키며, 배창호 감독과 함께 1980년대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으로 우뚝 섰다.



유종의 미
좀 젊어 보이려고 흰머리를 모자로 가렸다. 이 흰머리 덕분에 공로상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후배 영화인들이 세계적인 성과를 얻고 있어서 나 또한 유종의 미를 거둬야겠다는 긴장감을 가지고 있다. 감사하다. by 이장호


짧지만 울림이 있었던 공로상 수상소감. 이장호 감독은 현재 서울영상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2009년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이 쓴 이장호 감독과의 인터뷰 '감독은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의 마지막 문단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다음에 계속


마지막으로 그의 일기인 <모두 주고 싶다>를 다시 한번 들추어 본다. 1965년 12월 31일, 스무 살의 마지막 일기 마지막 줄엔 이런 구절이 있다. “그 모든 것을 다 주고라도 내 인생을 꼭 일으켜 세우고 싶다.” 스무 살의 끝에서 했던 다짐이, 60대 중반 노감독의 삶과 공명한다는 것이 새삼 경이롭다. 아울러 그의 스무 번째 영화가 어떤 모습으로 관객과 만날지도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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