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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 Jul 26. 2023

리더의 품격, 메시지로 말하다

김우정의 메시지전쟁 (3)

마차를 아무리 연결해도 기차가 되지 않는다. by 조지프 슘페터


창조적 파괴가 역사를 만든다

토미리스(Tomyris)는 기원전 6세기 스키타이계 마사게타이족의 왕으로 제국 페르시아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영웅이다. 그는 페르시아 황제의 목을 베어 효수하고, 사람 피로 가득 채운 포도주 부대에 넣었다고 전해진다. 그리스의 저술가 ‘헤로 도토스’는 가장 치열하고 끔찍했던 전쟁에서 승리한 후 토미리스가 남긴 짧은 메시지를 자신의 책 ‘역사’에 기록했다.


피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겠다고 경고했으니, 그렇게 하겠다.


그는 연대 상으로 세계 최초로 왕이 된 여성이었다.



리더의 메시지는 역사가 기록한다. 물론 모든 메시지가 역사에 기록될 자격을 갖출 수는 없다. 얼마 전, 건축계의 노벨상, 프리츠커상의 수상자인 ‘리처드 마이어’가 참여한 럭셔리 주거단지의 지면광고가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해당 건물은 서울 강남구 한복판에 들어서는 탁월한 입지와 최고급 커뮤니티를 앞세운 새로운 랜드마크로 주목받고 있었다. 그런데 광고의 문구는 어떠한 품격도 찾아볼 수 없는 소음이었다. 


언제나 평등하지 않은 세상을 꿈꾸는 당신에게 바칩니다.


품격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리더의 품격은 옷차림, 말투, 행동, 마음가짐 등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과연 이런 보이는 것들이 전부일까? 세계 최대의 럭셔리 제국 ‘LVMH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자신을 찾아와 조언을 구하는 스티브 잡스에게 이렇게 충고했다. 


25년 후에도 아이폰이 존재할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건 확신할 수 있어요. 오랜 시간이 흘러도 세계인들은 꾸준히 돔 페리뇽을 마시고 있을 겁니다. 우리는 역사의 일부를 팔고 있거든요.


아르노 회장은 지방시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존 갈리아노’가 패션쇼에서 노숙자에게 영감을 받아 신문지로 만든 드레스로 비판 여론이 일자 이렇게 말했다. 


충격을 주지 않는다면 창조적이지 않은 것



이처럼 명품의 품격은 값비싼 화려함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품격은 리더의 훌륭한 생각과 세상을 대하는 바른 태도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리더의 품격은 메시지로 남는다. 무엇을 어떻게 남길 지보다 왜 언제까지 남겨야 할 것인지에 방점을 찍어야, 메시지는 역사가 된다.



충언을 무시한 리더는 망한다

오나라의 재상 ‘오자서’는 오왕 ‘부차’에게 월나라를 경계하라고 끊임없이 충언했다. 오왕은 그의 충고를 무시하고, 간신이었던 ‘백비’의 모함에 속아 결국 오자서에게 자살을 명했다. 오자서가 죽은 후 9년 뒤, 결국 그가 예언한 것처럼 부차는 월나라 구천에게 잡혀 자결했고, 오나라는 역사에서 사라졌다. 패왕 ‘항우’도 경쟁자였던 ‘유방’보다 압도적인 전력이 있었음에도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뛰어난 인재들의 충언을 계속 무시했기 때문이다. 항우는 결국 사람이 아니라 하늘을 원망하며 죽었다. 


리더는 바른 선택을 하는 자리다. 리더의 메시지는 주변 인재들의 충언으로 완성된다. 얼마 전, 야당의 젊은 국회의원이 코인 의혹이 불거지며 탈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는 사과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라고 자세를 낮추는 것처럼 보였지만 “다만 모든 거래는 실명 인증된 계좌를 통했고, 미공개 정보 이용이나 상속·증여 의혹은 허위 사실”이라며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에 대해 같은 당의 중진 의원은 “본질에서 벗어난 불충분한 해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같은 편조차 설득하지 못한 가치 없는 메시지였다. 


2008년 퇴임한 故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재임 기간의 실책을 통렬하게 반성했다. 경제의 지표는 좋아졌지만, 양극화 심화로 서민들의 삶이 나빠졌다는 점을 인정했고, 부동산 정책의 오류에 대해서도 “당연히 비판받아야 할 일”이라고 솔직하게 사과했다. 이런 반성하는 리더의 유산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지 오래다. 유산이 사라진 자리에는 주변의 충언도 무시하고, 책임도 모르는 리더의 메시지만이 남아 국민의 가슴에 매일 상처를 안겨주고 있다. 국회의원은 리더이기 전에 국민의 공복이다. 국회의원의 탈당이 책임지겠다는 최종 메시지라면, 그는 품격을 버린 실격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품격은 꾸미지 않는 태도다

말하는 태도나 모양새를 ‘말본새’라고 한다. 좋은 말본새는 기분을 좋게 만들고, 오래 기억되고, 영향력 있는 품격을 만든다. 유한킴벌리는 얼마 전 반성문 캠페인을 시작했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39주년 반성문. 1984년부터 시작. 39년간 55,000,000그루. 그러나 아직 부족합니다. 지구엔 더 많은 숲이 필요합니다. 아주 작은 도움이지만 유한킴벌리는 계속 숲을 보태겠습니다. 멈추지 않고 한 그루라도 더 심겠습니다.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품격의 정석 아닌가.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는 로봇이 인간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오히려 불쾌함이 증가한다는 이론으로, 프로이트의 ‘이질적인 불편함’에 가까운 심리학 용어로 사용된다. 이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인간은 인간을 어설프게 닮은 것을 닮지 않은 것보다 더 싫어한다는 것이다. 품격 있는 메시지가 바로 그렇다. 


리더의 메시지는 청중을 닮아야 한다. 듣는 사람의 생각과 닮지 않은 메시지는 불쾌감을 증대시킬 뿐이다. 리더의 메시지는 꾸밀 필요도, 화려할 필요도, 움츠릴 필요도 없다. 솔직함과 묵직함을 담아 책임지는 태도를 명징하게 보여주면 그뿐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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