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로와 번아웃, 그리고 힐링의 상관관계
1.
관종이라는 말이 있다. 심지어 영어로 번역도 된다. 관종의 행동을 흔히 어그로(aggro)라고 부른다. 관종의 어그로는 도대체 어떤 기제로 일어날까? 나는 그 기제를 행태경제학 관점으로 접근해보고자 한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시카고 대학의 리처드 세일러(72) 교수는 '넛지' '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선택' 등의 책으로 유명하다. 그는 수상 발표가 난 후의 기자회견에서 40년 전 연구를 시작할 때 황무지 같았던 행태경제학 분야가 인정받았다는 점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
행태경제학은 오랫동안 주류 경제학의 이단아였다. 주류 경제학과는 달리 행태경제학자들은 인간 행동의 비합리성과 그 비합리성의 양태를 연구했기 때문이다.
2.
관종의 본질은 선택(choice)이다. 선택받기 위해 일어나는 행동이 어그로(aggro)다. 뒤집어서도 설명은 가능하다. 관종은 선택받지 못하면 불안한 사람들이고, 어그로는 선택받지 못하면 삭제되는 행동이다.
행태경제학은 선택의 기재에 대해 연구해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인간의 선택은 그다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를 어림짐작의 기재, 휴리스틱(heuristics)이라고 한다. 휴리스틱은 시간이나 정보가 불충분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거나, 굳이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신속하게 사용하는 어림짐작의 행태를 말한다.
휴리스틱은 인간 선택의 70% 이상의 순간에 이루어진다. 인류 역사상 가장 체계적이라고 생각되는 아인슈타인도 휴리스틱이 불완전하지만 도움이 된다고 말할 정도니, 꽤나 도움이 되는 기술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도대체 휴리스틱과 선택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3.
행태경제학 분야의 태두는 트버스키와 카너먼(Tversky & Kahneman)이다. 두 학자는 수많은 공동연구를 통해, 기저율의 오류(the base rate fallacy)와 소수의 법칙(law of small numbers), 도박사의 오류(the gambler’s fallacy) 등의 실험을 증명했다.
그중 관종의 선택 기재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있다. 일명 선택이론이라 불리는 '속성 비교 모델'이다. 1977년 카네만과 트버스키는 인간의 선택과 관련된 생각의 프로세스를 선택의 속성 비교 모델(Feature-matching model of choice)로 밝혀 낸다.
쉽게 이론을 설명하자면, 우리는 수많은 대안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선택은 크게 3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첫 단계는 수많은 대안을 2개까지 압축하는 과정이다. 두 번째 단계는 2개의 대안이 가진, 공통 속성을 삭제하는 과정이다. 불과 0.5초 만에. 마지막 단계는 2개의 대안의 독특한 부분, 즉, 유니크 포인트 중 1개를 좋다,나머지를 나쁘다고 평가하는 과정이다. 이 또한 0.5초도 걸리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독특하면서도 좋은 대안을 선택하게 된다.
4.
좀 어려운가? 그럼 아래 그림을 보자.
그림을 봐도 잘 모르겠는가? 그럼 지금부터 아래의 질문에 답해보자. 매우 쉽다.
당신에게 큰 기회가 왔다. 소개팅을 받게 됐다. 그것도 주말에 2건이나. 놀라운 사실은 2분 모두 존스홉킨스 의대 출신이다. 그런데 한 분은 안젤리나 졸리보다 이쁘고 섹시하다. 나머지 한 분은 만수르보다 돈이 많다. 당신은 누구를 선택하겠는가?
외모를 선택해도 돈을 선택해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머리 속에서 순식간에 삭제된 존스홉킨스다. 솔직히 말해보라. 당신은 존스홉킨스 의대 출신과 사귀어 본 일이 있는가? 거의 대부분은 없을 것이다. 존스홉킨스도 유니크 포인트다. 그런데 둘 모두 가지고 있는 공통 속성이 되는 순간, 선택의 과정에서 삭제된다. 마치 먼지처럼.
5.
우리가 선택받지 못하는 본질이 여기에 있다. 우리는 삭제되는 공통 속성만 열심히 만들었던 것이다. 그럼 관종의 어그로가 성공하려면? 당연히 독특(unique) 해야 한다. 그래야 선택의 2단계 과정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독특(unique)하면서도 좋아야(good) 한다. 오직 독특하고 좋은 것(unique good)만이 선택을 받기 때문이다.
자 이제 우리는 선택받는 본질을 알았다. 충분히 어그로를 끌 수 있다. 일단 무조건 독특해져야 한다. 그다음에 좋은 인식을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라. 동시에 만들어지면 좋기는 하지만... 어렵다. 일단 독특한 행동을 시작하라. 그럼 선택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6.
유니크 굿을 만드는 방법은 매우 많다. 나중에 천천히 하나씩 그 기술들을 알려드리겠다. 그런데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본질은 이게 아니다. 우리 모두는 관종이다. 관종은 SNS에만 있지 않다. 우리 회사의 회의 테이블에도 있고, 강의실에도, 모임에도, 집안에도, 심지어 동물 중에도 있다.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행동은 선택받는 과정이다.
현대인은 선택받는 일에 과도하게 몰입한다. 성과를 내고 승진이라는 선택을 받기 위해, 이력서를 내고 취업이라는 선택을 받기 위해, 답안지를 내고 A+이라는 석택을 받기 위해 말이다. 그런데 선택에 지나치게 몰입하게 되면 병이 생긴다. 바로 행동의 탈진 현상, 번아웃(burn out)이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선택받는 일도 힘든데, 우리는 이제 더 넓은 소셜미디어에서도 선택받아야 한다. 오랜만에 올린 포스팅에 좋아요 하나 눌리지 않는 상황에 절절 멘다. 그러면 밥이 나오나, 쌀이 나오나, 돈이 나오나?그런데도 내 마음은 그렇지가 않다. 난 선택받아 마땅하니까! 우리는 너무 슬픈 모순 속에서 병들어 살고 있다.
7.
자 이제 정리를 해보자. 우리는 선택받기 위해 산다. 선택받는 인생을 살지, 삭제되는 인생을 살지 또한 선택의 문제다. 독특하다고 무조건 선택받지는 않는다. 독특하면서도 좋아야 한다. 유니크 굿만이 선택받는다. 유니크 굿이란 뭘까? 혹시 당신은 스무살 당시 스티브 잡스의 꿈을 아는가?
워즈니악, 나는 스마트 디바이스로 인류 문명이 한 발짝 더 나아가는데 공헌하겠어!
유니크 굿을 만드는 방법은 차차 알아가도록 하자. 지금 중요한 것은 번아웃으로부터 해방되는 일이다. 위대한 잡스도 번아웃으로 일찍 죽지 않았는가? ㅠㅠ 그렇다, 오래도록 선택받기 위해서는 힐링(healing)이 필요하다. 세상에는 참 많은 힐링법이 존재한다. 그중에 오늘 추천하는 힐링은 좀 독특한 방법이다. 궁금하시면 다음 링크를 클릭하시라. 글 쓴 사람의 정성스러운 어그로를 봐서라도.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