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 May 21. 2024

기획은 테이블 세팅이다.

성공 기회를 만드는 출루 전략

칼럼 요약 영상
[연재 주] 기획자의 식탁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기획은 ‘맛집’입니다. 각기 다른 분야의 맛과 재료가 어우러진 특별한 메뉴로 기획의 본질만 제공합니다. 기획은 ‘선물'입니다. 매주 프로젝트의 복잡한 과정을 샐러드, 파스타, 스시, 바비큐, 오마카세 등으로 요리해서 당신의 기획력 향상을 돕습니다. 기획은 ‘심야식당’입니다. 손님이 마음대로 주문하면 가능한 해결해주는 것이 영업 방침입니다. 전략, 컨셉, 크리에이티브와 커뮤니케이션까지. 기획의 핵심 요소를 여러 가지 요리로 풀어내며 프로젝트의 풍미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드립니다. 기획은 ‘식도락 여행’입니다.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성공적인 프로젝트 기획을 위한 최상의 미식 여정, 기획자의 식탁과 함께 떠나볼까요?


기획자의 테이블에
누가 앉을지는 신도 모른다.


01. 
테이블 세터는 야구용어다. 흔히 ‘밥상을 차리는 사람'이란 의미로 1, 2번 타자를 뜻한다. 그들의 최우선 임무는 출루다. 전쟁터 척후병 같은 존재이자, 적함을 탐지하는 초계기의 역할이다. 기획자는 기본적으로 테이블 세터다. 기획자는 최초의 아이디어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구체적인 결과로 만드는 일을 전담한다. 마치 1번 타자가 출루해서 득점을 가시화하는 것처럼.


02.
좋은 테이블 세터는 섬세한 선구안과 질긴 인내심이 필수다. 출루하고 나면 빠른 발로 수비수를 괴롭히는 주루 능력도 겸비해야 한다. 출루율이 높지 못한 테이블 세터는 ‘테이블 쉼터‘가 되고 만다. 좋은 기획자는 항상 공부하고,  기억하고, 성찰해야 한다. 미학을 존중하고, 트렌드를 경험하고, 고객의 결핍을 이해해야 한다. 기획자의 식탁에는 정갈한 논리와 따뜻한 감성이 공존한다.


03.
기획의 테이블 세팅은 보통 기획서로 시작된다. 기획서에 담길 내용은 모두의 것이지만, 프로젝트의 방향과 프레임을 결정하는 것은 기획자의 몫이다. 기획서의 분량은 중요할 수도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모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면 단 한 줄의 카피도 훌륭한 기획서가 될 수 있다. 상고 출신 판사에서 인권 변호사로 또 정치인으로 산 사람의 한 줄 기획서.


달라서 좋다, 노무현


04.
기획서는 어느 분야에나 있다. 마케팅 기획서와 사업계획서는 일반적이고 연설문, 사과문, 입장문, 보도자료 등도 기획서의 영역이다. 좋은 기획서는 잘 읽히는 문서다. 프레젠테이션 발표가 아닌 이상, 문서는 대부분 앞쪽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이목을 집중시키는 첫 문구로 끝까지 몰입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 영화는 ‘에이리언'이 ‘고스트 바스터'를 만난 이야기입니다.


맨 인 블랙


05.
기획이 테이블 세팅이라면, 기획서는 메뉴다. 메뉴는 식당의 상품을 보여주는 간판이자, 가격 전략을 구현한 출사표다. 계절과 재료에 따라 메뉴가 바뀌듯, 고객과 상황에 따라 기획서는 변화한다. 메뉴가 많은 음식점이 집중해야 하는 최고의 기획은 ‘세트 메뉴'다. 세트 메뉴는 의사 결정 과정에 합리성이 제한되는 ‘제한된 합리성'에 근거한다. 그래서 기획서는 감정까지 담아야 한다.


06.
어느 날, 매출 하락으로 위기에 빠진 미국 베이컨 제조회사가 한 기획자를 찾아가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기획자는 경쟁사를 이기는 일보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4,500명의 내과 의사들이 든든한 아침 식사를 권하다’는 캠페인을 전개했고, 이후 미국인의 아침 식탁에는 베이컨이 필수 메뉴로 자리 잡았다. 그 기획자의 이름은 ‘에드워드 버네이스’였다.


07.
버네이스는 유대계 미국인으로 ‘PR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기획의 선구자였다. 그의 외삼촌은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다. 그는 자신의 저서 ‘프로파간다’를 통해 기존의 보편적인 선전 방식을 옛 방식이라 비판했고, 최초의 여성 흡연 캠페인을 기획하는가 하면 과테말라 민주 정부의 전복에도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를 가장 열정적으로 추종한 사람은 나치의 ‘괴벨스’였다.


김우정 작가의 새 책


08.
기획자에게 철학은 사치다. 철학은 한 길을 걷는 사람에게 필요한 우물이다. 과학자의 진리와 역사학자의 신념은 가치 있지만, 기획자가 한 곳만 바라보면 길을 잃는다. 산은 멀리서 보면 하나지만, 그 속에는 온갖 꽃과 풀이 무성하다. 복잡한 밀림의 생태를 존경하면서, 그곳 또한 숲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철학이 없는 것이 철학이라고 당당하게 우길 수 있는 실력을 갖춰야 한다.


09.
최초의 테이블은 기획자의 것이지만, 고객이 테이블에 앉는 순간 주인은 바뀐다. 정성스럽게 차린 메뉴에 고객이 만족했다면, 다시 테이블의 주인은 기획자다. 나의 것과 남의 것을 하나처럼 때론 둘처럼 생각하는 유연함이 올바른 기획자의 태도다. 대부분 나그네로 살지만, 오롯이 내 인생의 주인으로 사는 기획의 길. 결단코 누군가의 노예로 살아서는 정성스러운 한 상을 차릴 수 없다.


10.
기획은 혼자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혼자서 할 수 없다. 예술가의 영감이 함께하고, 사업가의 집착이 함께하며, 보이지 않는 고객의 욕구가 상존한다. 예술의 언어는 추상적이고, 사업의 언어는 계산적이며, 고객의 언어는 늘 이기적이다. 기획은 테이블 보를 펴는 단순 노동일 수도, 수백 가지 결핍의 구슬을 하나로 꿰는 모험일 수도 있다. 괴조를 탈 수 있어야 나비족의 영웅이 될 수 있다.


기획자의 식탁에는
천사도 악마도 앉는다.




구독하고 메일로 받아보세요~


오픈채팅에서 함께 만들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