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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정 May 28. 2024

전략은 오마카세를 닮았다.

선택지를 맡기는 특선 기획법


[연재 주] 기획자의 식탁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기획은 ‘맛집’입니다. 각기 다른 분야의 맛과 재료가 어우러진 특별한 메뉴로 기획의 본질만 제공합니다. 기획은 ‘선물'입니다. 매주 프로젝트의 복잡한 과정을 샐러드, 파스타, 스시, 바비큐, 오마카세 등으로 요리해서 당신의 기획력 향상을 돕습니다. 기획은 ‘심야식당’입니다. 손님이 마음대로 주문하면 가능한 해결해주는 것이 영업 방침입니다. 전략, 컨셉, 크리에이티브와 커뮤니케이션까지. 기획의 핵심 요소를 여러 가지 요리로 풀어내며 프로젝트의 풍미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드립니다. 기획은 ‘식도락 여행’입니다.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성공적인 프로젝트 기획을 위한 최상의 미식 여정, 기획자의 식탁과 함께 떠나볼까요?


기획을 제대로
맡길 줄 아는 것이 전략이다.
칼럼 요약영상


01.
오마카세는 '맡긴다'라는 뜻의 음식용어다. 주로 대접받을 메뉴의 종류와 요리 방식을 모두 셰프에게 맡기는 손님의 선택을 뜻한다. 쉽게 주방장이 추천하는 특선 요리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손님이 메뉴와 요리방식을 선택하는 방식을 ‘아라카르트’라고 한다. 오마카세는 단품 초밥을 원하는 만큼 먹는 ‘오코노미’나 가격을 정해놓고 파는 메뉴인 ‘타블도트’의 정반대 개념이다.


02.
오마카세는 비싼 음식이다. 손님이 선택할 수 있는 건 가격과 셰프에 대한 믿음뿐이다. 그럼에도 만족도는 높다. 실패할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오마카세는 전략기획을 닮았다. 수많은 기획의 방법론 중에서 가장 높고 어려운 기획법이 전략이다. 그래서 전략은 비싸고, 좋은 전략기획자를 만나는 일은 하늘에서 별을 따는 일만큼 어렵다. 유비와 제갈공명의 만남이 그랬다.


03.
삼고초려는 유비 관점에서 기술된 겸양의 리더십이다. 그럼 제갈공명 관점에서 본 삼고초려는 어떨까? 유비의 첫 책사는 ‘서서'였고, 그가 공명을 유비에게 천거했다. 서서는 "와룡은 가서 만날 수는 있으나 몸을 굽혀 오게 할 수는 없다"며, 몸을 낮추고 방문하라고 유비를 설득했다. 서서와 제갈공명은 모두 수경선생의 제자였다. 삼고초려는 공명이 주군을 만나기 위한 전략이었다.


삼고초려는 공명의 전략이다.


04.
전략은 과학이다. 승리의 가능성을 높이고 패배의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과 잠재역량을 발휘하고 운용하는 고도의 기술이다. 전략은 군사용어로, 전쟁을 이끌어가는 책략이다. 현대에는 정치, 경제 등 사회 활동에 필요한 책략으로 사용된다. 전략의 목표는 승리다. 그래서 치밀하고 냉정하다. 공명의 ‘천하삼분지계’도 잡스의 ‘스마트폰'도 이기기 위한 치밀함이었다.


05.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모든 계획이 전략이라면, 그 실행 방법이 전술이고, 실제 행동은 전투다. 훌륭한 기획자는 전략, 전술, 전투의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 사람은 전략을 논할 수 없다. 물론 닭 잡는 칼로 소를 잡을 수 있다면 그건 훌륭한 전략이다. 위대한 전략가는 뛰어난 인재를 볼 줄 아는 선구안을 갖춘 사람이다. 비틀스를 알아본 엡스타인이 그랬다.


06.
브라이언 엡스타인은 영국의 음악 사업가였다. 첫 만남에서 비틀스의 잠재력을 발견한 그는 신념 하나로 매니저를 맡았다. 비틀스의 초기 성공은 브라이언의 매니지먼트 전략의 결과였다. 그는 비틀스의 사적인 일 하나까지도 챙겼고, 멤버들의 분란도 중재했다. 그가 죽고 비틀스는 해체된다. 폴 매카트니는 "만일 다섯 번째 비틀스가 있다면, 그것은 브라이언일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언이 없었다면 비틀스도 없었다.


07.
전략은 목숨을 건 행동이다. 단 13척의 배로 10배가 넘는 일본 수군을 괴멸시킨 명량대첩의 전략가는 ‘이순신' 장군이다. 조선의 존망이 걸린 전투, 하지만 병사들은 행동을 주저한다. 장군은 모든 병사를 불러 모은다. 그리고 병영을 불태우며 말한다.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나는 바다에서 죽고자 이곳을 불태운다. 목숨에 기대지 마라! 사즉생 생즉사(死則生 生則死)”


08.
전략가의 한 마디에는 여섯 개의 대안이 숨어 있어야 한다. 심리학자 ‘케이치프 노이드’가 말한 여섯 개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것이 전략이다. 전략가는 한마디를 하는 순간 여섯 개의 감옥을 부술 수 있는 대안을 이미 세워두고 있어야 한다. 전략가는 내 생각으로의 자기도취, 경쟁자의 비판, 동료의 절망, 과거에의 집착, 근거 없는 선망, 사소한 질투와 끝없이 싸워야 한다.


09.
전략가의 길은 가시밭길이다. 범려는 오나라에 굴복한 주군인 월왕 ‘구천'에게 곰쓸개를 먹으며 복수를 다짐시켰다. 와신상담, 결국 구천은 복수에 성공한다. 하지만 범려는 관직을 내려놓고 잠적한다. 모든 것을 이룬 구천이 자신의 치욕스러운 과거를 아는 신하들을 죽일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이후 범려는 송나라 도읍에서 상업을 크게 일으켜 천하제일의 갑부로 생을 마감한다.


10.
최강야구의 전략가 김성근 감독은 은퇴한 선수들과 승률 7할의 기적을 만들었다. 평균 연령 40세의 선수들로 구성된 야구단의 캐치 프레이즈는 “WIN OR NOTHING”이다. 경기에서는 질 수 있지만, 인생에서는 지지 않겠다는 비장한 각오다. 프로야구 시절 김성근 감독의 통산전적은 2,651전 1,388승 1,263패, 승률은 5할 2푼 3리였다. 최고의 전략은 좋은 기획자를 찾고, 믿고, 맡기는 일이다.


이뤄지지 않는 기획이 훨씬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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