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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정 Mar 02. 2018

현대카드 패러독스

그들의 마케팅이 화려한 이유

현카처럼 경영하라?

역설은 표면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자기모순적이고 부조리한 것이다. 패러독스(paradox)의 어원은 그리스어로 넘어선(para), 견해(doxa)다. 역설의 본질은 부정하기 힘든 추론 과정을 거쳐, 받아들이기 힘든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역설이 문제인 이유는 부정도 긍정도 하기 힘든 가치의 충돌 때문이다.


현대카드의 마케팅은 화려하다. 화려함을 넘어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현대카드의 마케팅을 연구한다. 관련 서적과 논문도 수십 편이다. 마케팅 전문가들도 강연과 칼럼으로 현대카드의 마케팅을 예찬한다. 현대카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인물들은 세미나와 컨퍼런스에서 유명세를 떨친다.


현대카드 출신은 전문가도 평가하는 수준이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 포함)의 마케팅은 훌륭하다. 하지만 훌륭한 이유는 역설이다. 제품과 업의 본질이 마케팅의 가치와 충돌하기 때문이다. 현대카드는 제2금융권이다. 제2금융권은 은행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중앙은행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즉, 현대카드는 제도권화 된 사금융이고, 그들 제품의 본질은 고리대금이다.


현대카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다. 또한 그룹 회장의 친족이 경영하는 특수관계회사다. 현대카드는 자동차금융을 앞세워 시장을 선점하기 시작했다. 같은 계열사인 현대/기아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현대카드는 필수다. 특수관계만이 누릴 수 있는 독점적 제휴 혜택 덕분이다. 현대카드 업의 본질은 혈연의존이다.


금준미주천인혈(金樽美酒千人血)
옥반가효만성고(玉盤佳肴萬姓膏)
따라갈 수 없는 화려함에는 역설이 필수다.

카드회사의 수익모델은 무엇일까? 수수료다. 고객이 지불하는 수수료가 아니라, 가맹점이 지불하는 수수료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대금결제는 크게 현금, 어음 그리고 카드로 구분된다. 현금과 어음은 일반적인 결제수단이다. 그럼 카드결제는 도대체 뭘까? 현금과 어음은 비교적 결제기간이 길다. 최대 90일이 넘어가기도 한다.


현대자동차그룹과 거래하는 협력사들은 카드결제를 선호한다. 현금과 어음에 비해 비교적 짧은 7일-10일 정도만에 대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가맹점 등록을 하고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즉, 현대자동차그룹이 협력사들에게 지불할 비용을 현대카드가 대납하고, 대신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최대 2.5%의 수수료다. (수요자 입장에서 연리로 환산하면 약 135%, 공급자 입장에선 10% 정도다)



기업의 재무시스템은 모두 다르다. 대금지급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맞다. 문제는 중간에서 크게 특별한 노력 없이 높은 이자수익을 얻는 수혜자가 있다는 점이다. 협력사가 피땀 흘려서 번 돈을 (원치 않음에도) 대신 납부해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협력사가 10억을 벌면, 현대카드는 바로 수천만 원의 이익을 얻는다.


그렇게 얻은 이익으로 쌓은 금자탑이 현대카드의 화려한 마케팅이다. 대한민국 마케팅을 혁신했다는 현대카드의 패러독스다. 현대카드의 화려한 마케팅은 제품과 업의 본질을 숨겨야 하는 현대카드의 역설이 있어 가능했다. 현대카드의 마케팅은 훌륭하지만, 그것은 태생적으로 훌륭할 수 없는 업의 한계 덕분에 탄생했다.


마케팅의 패러독스
마케팅에 절대선과 절대악은 없다.

1925년, 아돌프 히틀러는 자신의 신념을 담은 자서전 '나의 투쟁(Mein Kampf)'을 출간한다. 당시 히틀러의 책은 성경에 비견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며 1,20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아무도 그가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의 수장이자 독재자가 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믿기 힘들겠지만, 히틀러는 1939년 노벨 평화상 후보자였다.


모든 효과적인 선전은 요점을 크게 제한하고, 슬로건처럼 이용하며, 그 말에 의해 목적한 것이 마지막 한 사람에게까지 떠올려질 수 있되, 그 참 의미를 알 수 없도록 해야 한다. by 히틀러


현대카드의 마케팅에는 죄가 없다. 역설이 있을 뿐이다. 세상에 착한 마케팅은 없다. 나쁜 마케팅은 결코 환영받지 못한다. 마케팅은 존재 자체가 역설이다. 마케팅은 보이지 않는 시장 위에 존재한다. 마케팅은 없어도 괜찮을 욕구를 만든다. 마케팅은 제품을 그대로 보여줄 수 없다. 마케팅의 유전자는 이기적이다. 마케팅은 욕망이 만든 신기루다. 끝.


거짓말은 될수록 크게 해야 한다.
그럴수록 국민은 쉽게 믿을 것이다.


새로운 매거진을 시작합니다. 제목은 마케팅 패러독스입니다. 훌륭한 마케팅을 분석한 글은 많습니다. 하지만 균형 잡힌 마케팅 분석은 매우 드뭅니다. 흔히 마케팅은 제품의 포장술이라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진짜 마케팅은 제품의 철학에 기여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이메일로 브런치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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