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우정 Apr 03. 2018

근원을 찾아서

통찰력의 7가지 습관, 제4장

근원을 찾는 습관은 본질에 접근하는 방법이다. 근원(根源)은 사물이 생겨나는 뿌리다. 근원은 영어로 오리진(origin)이다. 어원은 라틴어 'Oriri'로 일어나다, 나타나다, 태어나다, 유래하다, 존재하게 된다는 뜻이다. 근원을 찾는 습관은 미시적인 접근방법이다. 근원 찾기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의 물성(物性)으로 바라보는 과학적인 증명이다. 나무의 근원은 꽃도 가지도 열매도 아닌 뿌리다.


영화의 근원
3만년의 시차, 무엇이 근원일까?

영화의 어원은 움직이는 그림이다. 그럼 영화의 근원은 뭘까? 대부분 19세기 말,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라프를 영화의 출발점으로 본다. 또는 남프랑스 라스코(Lascaux) 동굴의 동물 벽화라고 주장하는 시각도 있다. 벽화는 정지되어 있지만, 움직이는 그림에 대한 갈망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인간은 왜 움직이는 그림에 갈망을 느낄까? 영화의 근원은 이 지점에서 살펴야 한다. 우리는 움직이는 영상을 보면서 산다. 우리의 눈은 움직이는 그림에 익숙하다. 눈은 우리 몸의 카메라다. 움직이는 그림에 대한 갈망은 시각세포(visual cell)의 작용이다. 영화는 시신경과 대뇌 시각령의 예술이다.


최초의 영화는 무성영화였다. 시각만 있으면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유성영화가 만들어지면서 영화는 시청각의 예술로 진화한다. 영화의 근원은 시각세포의 작용이었다가, 소리 자극을 수용하는 청신경(auditory nerve)이 결합한다. 이제 영화는 후각과 촉각에 도전하고 있다. 또 다른 근원이 될까?


공연의 근원 찾기
도시의 상징이 된 공연장, 오페라 하우스

뮤지컬의 근원은 무엇일까? 대부분 연극에서 뿌리를 찾는다. 뮤지컬의 3요소는 노래(song), 춤(dance), 연기(play)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노래다. 뮤지컬의 어원에도 노래(music)가 들어있다. 뮤지컬의 뿌리는 오페라(opera)다. 뮤지컬은 오페라가 대중적으로 진화한 결과다.


뮤지컬은 노래가 가장 중요하다. 춤도 연기도 중요하지만, 노래가 훨씬 중요하다. 그럼 연극은? 연극은 연기가 가장 중요하다. 춤과 노래가 있는 연극도 존재하지만, 연극의 관객은 연기를 가장 기대한다. 뮤지컬의 관객은 노래를 가장 기대한다. 연극과 뮤지컬의 근원은 닮은 듯이 다르다.



서사극(epic drama)은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극작법을 부인하면서 태어났다. 서사극은 연극을 감상할 때의 보통의 태도(연극 무대에 대한 공감, 주인공에 대한 동화, 대리만족 등)들을 부정한다. 대신 연극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낯설게' '관찰하는' 형태로 보여준다.


서사극을 창조한 사람은 브레히트다. 브레히트는 러시아 메이어 홀드의 연기술, 중국 경극의 양식적 연기술, 피스 카토르의 제시적 무대장치, 디드로의 이화를 이용한 기법 등을 통해 서사극을 창조했다. 근원을 새로 만드는 일은 위대한 결합이다. 근원은 또 다른 근원들이 결합되어 탄생한다.


글쓰기의 근원
나는 뛴다, 고로 존재한다.

작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글쓰기의 근원은 무엇일까?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년 마라톤과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한다. 작가 헤밍웨이도 50살이 넘을 때까지 복싱을 즐겼다. 소설가 황석영은 “글은 엉덩이로 쓴다”라고 말한다. 글쓰기의 근원은 자리에 오래 앉아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노력과 체력이다.


네가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체력을 먼저 길러라.
네가 종종 후반에 무너지는 이유
대미지를 입은 후에,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 복구가 더딘 이유
다 체력의 한계 때문이야.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되고,
그럼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 피로감을 견디지 못하면,
승부 따위는 상관없는 경지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니 고민을 충분히 이겨줄 몸을 만들어라.
정신력은 체력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돼.

드라마 '미생'의 대사 中


글쓰기는 머리가 아니라 몸이 근원이다.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고, 정신력이 아니라 체력이 뿌리다. 모든 예술이 그렇다. 예술은 생각의 결과가 아니라, 행동의 결과다. 배우의 연기는 연습의 결과고, 감독의 연출은 지도의 결과이며, 가수의 노래는 발성의 결과다. 예술의 근원은 반복되는 행동이다.


나의 근원을 찾아서
나는 누가 창조했을까?

나를 창조한 신은 누구일까? 내가 믿는 종교의 신이 나를 창조했을까? 아니다. 나는 나의 부모님이 창조했다. 나의 신은 부모님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전자가 나를 창조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이 나를 만들었다. 그들의 행동이 나의 근원이다. 부모님은 나를 창조한 나의 신이다.


신을 향한 행동은 숭배다. 나는 부모님을 숭배한다. 그들이 나의 신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없었다면, 나도 없다. 나의 근원은 부모님이다. 나의 뿌리는 부모님의 유전자다. 근원을 찾으면 문제가 증명된다. 근원 찾기는 증명하기다. 증명하는 습관이 통찰을 만든다. 끝. (다음 시간에 계속)


시간이 너를 증명한다




이전 12화 행동 디자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