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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우정 Mar 27. 2018

행동 디자인

통찰력의 7가지 습관, 제3장

행동(behavior)은 'Be'와 'Havior'의 합성어다. 어원은 능동적으로 계속해서 소유한 습관이다. 한자는 '行'과 '動'의 합성어다. 어원은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행동은 능동적이고 지속적이다. 행동은 소유하는 습관이다. 통찰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이다. 행동은 움직이는 것이다. 움직이면 습관이 만들어진다. 행동은 디자인할 수 있다.


하고 싶은 일 vs 해야 하는 일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은 인간 행동의 비합리성을 다룬다. 전통 경제학은 인간의 행동을 합리적이라고 설정한다. 반면,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행동은 적당히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의 무의식을 다룬다. 인간의 행동은 대부분 무의식의 영역에서 일어난다.


의식은 하고 싶은 일을 관장한다. 해야 하는 일은 무의식의 영역이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은 같은 듯 다르다. 하고 싶은 일을 습관으로 만들면 해야 하는 일이 된다. 하고 싶은 일은 생각이고, 해야 하는 일은 행동이다. 생각을 행동으로 바꾸는 길은 습관이다. 습관은 행동 디자인이다.


코코 샤넬 이야기
패션은 지나가도 스타일은 남는다

메종 샤넬의 창립자 가브리엘 보뇌르 샤넬(Gabrielle Bonheur Chanel), 그녀의 애칭은 코코 샤넬이었다. 애칭은 영화의 제목으로 다시 태어났다. 코코 샤넬은 행동파 디자이너였다. 그녀의 집은 가난했고, 어려서 고아원에 맡겨졌다. 수녀원 생활은 그녀의 행동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코코 샤넬은 원래 뛰어난 모자 디자이너였다. 뛰어난 실력은 점점 소문이 퍼졌고, 귀족들의 사교파티에 초대받기에 이른다. 당시 사교파티의 드레스는 코르셋을 입은 바로크 스타일이었다. 샤넬은 돈도 없었고, 코르셋이 싫었다. 그래서 집에 있는 검은색 커튼으로 드레스를 만들어  입는다.



더 리틀 블랙 드레스(The Little Black Dress)는 그렇게 탄생했다. 1920년대 검은색 드레스는 형벌의 의상이었다. 미망인들이 입는 어둡고 건전하지 못한 상징이었다. 샤넬의 결핍은 과감한 행동을 디자인했고, 검은색 커튼으로 코르셋을 없앤 혁신을 창조한다. 이후 이 드레스는 주류가 된다.


코코 샤넬의 행동 디자인은 반복된다. 1953년 뉴욕의 부잣집 딸인 마리 엘렌은 드레스를 고르고 있었다. 샤넬이 본 엘렌의 드레스는 뭔가 불편했다. 춤을 추기도 힘들고, 지나치게 화려했다. 샤넬의 눈에 거실 한 켠의 빨간색 커튼이 들어왔다. 샤넬이 손을 본 드레스는 미국 사교계를 감탄시킨다.


물 들어오면 노 젓고
물 빠지면 배 버려라
물이 없으면 배는 무용지물이다

행동 디자인의 첫 습관은 버리는 연습이다.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표현을 많이 쓴다. 운이 있을 때 돈을 벌자는 뜻이다. 그럼 그 반대는 뭘까? 물이 빠질 때 배를 버리는 행동이다. 물 들어오는 순간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 반대는 알아도 인정하지 않는다. 금방 지나갈 것 같기 때문이다.


배는 쉽게 버리지 못한다. 아깝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예전에 물 들어오던 시절이 혹시 다시 올까 봐 배를 버리지 못한다. 그렇게 망설이는 사이에 물은 더 많이 빠지고, 배는 낡아간다. 배를 버리는 일은 포기가 아니다. 바다를 버리고 단단한 땅을 밟는 모험이다. 



얼마 전, 동업으로 고민하는 경영자를 상담했다. 평소 존경하던 분과 1년 6개월째 동업 중이었다. 문제는 양쪽에 모두 있었다. 동업자는 자기 이익만 추구했고, 상담자는 다른 직장을 겸직 중이었다. 결정적으로 둘은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 서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계약서가 없으니 감정 갈등만 심해진다. 감정 갈등은 해결하기 쉽지 않다. 어느 한쪽이 포기해야만 끝나는 문제다. 2시간 상담을 통해 내린 결론은, 2년으로 완료되는 임대계약을 종료하라는 것이었다. 사무실을 버리면 사업은 지속될 수 없다. 동업자는 고민에 빠진다. 먼저 배에서 내릴 확률이 높다.


배를 버리지 않고
키를 넘기는 방법
키를 잡는 사람이 배의 선장이다

사랑했던 배를 버리는 행동은 어렵다. 그럼 키를 넘기면 어떨까? 나는 12년 넘게 조직문화 디자인 회사를 경영했다. 회사는 나의 생업이었다. 하지만 나의 꿈은 영화였다. 회사를 계속 경영하면 생활은 안정된다. 하지만 꿈과는 점점 멀어진다. 배를 버릴지 말지 고민이었다. 결정이 필요했다. 


회사의 대표는 선장이다. 12년간 이 회사의 키를 잡은 선장은 나였다. 주식회사 팀버튼은 200명이 넘는 예술가를 싣고 다니는 배였다. 나의 선택과 판단이 그들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내가 배를 버린다면? 그건 무책임한 행동이다. 선장이 배를 버린다는 건 키를 넘기는 행동 아닐까?



다행히 나에겐 12년간 함께 회사를 키운 임원이 있었다. 마침 안식월 휴가 중이었다. 휴가기간 동안 회사를 인계할 준비를 했다. 첫 번째 행동은 임원의 마음을 사는 것이었다. 두 번째 행동은 나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었다. 세 번째 행동은 천천히 떠나는 준비를 하는 것이었다.


팀버튼은 여전히 순항 중이다. 대표가 된 임원은 나와 전혀 다른 스타일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나와 다른 스타일이 보이면 나는 침묵한다. 대신 대표가 초심이 흔들리면 짧게 조언한다. 그리고 내가 더 잘하는 일은 직원의 입장이 되어서 돕는다. 그렇게 나는 배에서 내리는 중이다. 


행동 디자인은 비우는 습관이다. 누구에게나 욕망이 있다. 욕망을 버리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양손에 은 덩어리를 들고 있으면, 눈 앞의 금 덩어리를 가질 수 없다. 은을 버려야 금을 얻는다. 채우면 비워지듯이, 비우면 곧 다시 채워진다.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도 있다. 행동 디자인은 자연의 이치다. 연습하면 욕망을 버릴 수 있다. (다음 시간에 계속)


그릇은 비어 있어야, 음식을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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