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속담에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안 믿는다.”라는 말이 있다. 보통 신뢰가 바닥이 난 상황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모든 프로젝트의 관리 영역이 다 중요하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사와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프로젝트 착수 단계에서 항상 팀원들한테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신뢰 관리이고 PM의 관리 영역에 신뢰 관리를 넣은 이유이기도 하다. 고객사와의 신뢰 형성이 프로젝트 수행 중에 무슨 일이 생겨도 언제나 든든한 내 편을 만들기 위함이라면 프로젝트 팀원들 간의 신뢰는 ‘단생산사(團生散死)’,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공식이 딱 들어맞는, 무슨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는 탄탄한 팀웍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신뢰는 이 두가지 관점에서 PM이 반드시 만들고 잘 관리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관리 덕목이라 할 수 있다.
프로젝트팀은 TFT개념으로 인력이 구성되기 때문에 매 프로젝트마다 거의 새로운 얼굴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같은 회사 사람들로 구성된 팀이라 하더라도 업무 방식,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개인적인 성향을 파악하고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사전에 역량과 태도가 검증된 인력이 아닌 경우 이를 검증하기 위한 면밀한 탐색 작업이 필요하다. 업무에 대해 질의 응답하는 과정상에서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측정하고, 산출물을 검토하고 리뷰하는 과정을 통해 역량 검증을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태도가 불량하거나 역량 부족으로 인한 리스크가 감지되면 PM은 과감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잠깐의 껄끄러움 때문에 이를 묵인하게 되면 팀웍에 균열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PM과 팀원, 팀원과 팀원 사이에 신뢰가 깨질 수 있다.
고객사와의 신뢰 형성은, 이와 반대로, 고객사의 경계심과 의심의 장벽을 빨리 허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사업과 서비스 전반에 대한 이해와 학습은 기본이고,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형태로의 질의 응답 방식을 통해 지식의 수준이 고객사와 비슷한 레벨임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개떡같이 이야기해도 찰떡같이 알아 들으며 가려운 부분이 어디인지 먼저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네, 맞아요.”의 답변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신뢰의 고지에 한발짝 가까워질 수 있다. 그 다음은 UX/UI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솔루션을 제시하면서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리딩해 나가야 한다. 고객이 이야기하기 전에 미리 준비하고 진행해야 할 것들을 챙기고, 의사결정만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물론 이러한 과정상에서 너무 보채거나 강요하는 행동을 취해 고객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된다. 먼저 앞서 가 있지만 적당한 여유를 가지고 적당한 시기에 의사결정을 받아내는 묘한 심리전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 신뢰 구축은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서 고난의 향방을 가름하는 결정적인 요소이므로 프로젝트 시작 후 1~2개월 내에 신뢰를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 신뢰의 근간은 당연히 성실, 역량, 책임을 기반으로 인정을 받는 신뢰여야 하고, 아첨이나 접대를 근간으로 한 관계 형성은 모종의 거래라 볼 수 있으므로 신뢰와는 거리가 멀다.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게 하라.”
신뢰는 안정감에서 온다. 이슈와 리스크가 없는 상황이 아니라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 사람과 함께라면 같이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안정감. PM은 안정감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하고, 이러한 PM과 함께 한 신뢰를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20년 넘게 프로젝트 PM으로 살아오면서 매번 어려운 순간들은 항상 존재했다. 하지만 끈끈한 팀웍, 그리고 고객과 쌓은 신뢰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멋진 유종의 미를 거두고 다음 프로젝트로 연결되는 영업의 기회까지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써내려가는 동안 그동안 함께 했던 너무나도 좋은 동료들과 너무나도 감사한 클라이언트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프로젝트 리더가 바로 서야 프로젝트가 올바르게 진행될 수 있다. PM, PL, 리더라는 역할과 책임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가십의 대상이 아닌 모범의 표본이 되어야 한다.
그동안 프로젝트를 함께 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리고, 15회에 걸쳐 기나긴 여정을 함께 해준 독자분들께도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프로젝트를 착수 전/중/후 풀리지 않는 의문, 해결되지 않는 이슈가 있으시면 언제든 연락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