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한번쯤 간절했던 적이 있었나요?

by 김선혜

누군가는 혼자 산 날 보다 같이 산 날이 많아진다는데 어느덧 나는 PM이 아니었던 시절보다 PM이었던 시절이 더 많아져가고 있다. 최근 몇 년은 그룹장이라는 직책으로 살고 있기는 한데 PM의 딱지를 완벽하게 땠다기 보다는 프로젝트 여러개를 동시에 관리하는 PM의 기분이랄까? PM을 하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참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사람의 기운과 마음을 읽는 기술을 좀 터득하다 보니 가끔은 직업을 바꿔야 하나 싶을 정도로 내 스스로에 감탄할 때가 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만큼 많은 사람들과의 헤어짐도 있기 마련인데, 최근 회사를 퇴사한 친구와 작년 초에 ‘면담’이라는 타이틀로 만나 이야기를 하다가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는 그 친구의 태도를 관찰하다 나도 모르게 불쑥 질문이 튀어나왔다.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간절했던 적이 있었나요?”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살짝 당황한 기색이 있는 것 같아 보충 설명을 했다.

“절실하게 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는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간절히 바랬던 적이 혹시 있었나 해서요.”

답변을 딱히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역시나 묵묵부답, 꼰데같은 질문이었나, 더 이상 절실함과 간절함을 바라면 안되는 세대인가, 한편으론 안타까움과 한편으로 아쉬움이 교차했다.


나는 너무나도 절실했다. 그래서 간절히 바랐다. 준비가 되어 있고,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은 무경험자에게 관대하지 않았다. 이력서에 들어갈 단 한 줄이 아쉬웠던 그 시절, 포트폴리오와 자기소개서를 정성껏 만들어 수백군데의 회사에 지원을 했지만 묵묵부답, 간혹 부적합에 대한 회신을 보내주는 회사도 있었으나 정말 서류를 검토하고 보낸 피드백인지는 알 수 없다. 면접이라도 볼 기회가 있다면 왜 부적합한지 이유라도 물어봤을텐 이미 서류에서 낙방이니 답답함만 쌓여간다. 그러다 기적같이 찾아온 면접의 기회, 자그마한 건물 1층에 책상 세 개만 덩그러니 놓여있는 신생 웨딩 영상 촬영 회사가 나의 UX 디자이너로서의 첫 시작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나의 첫 경력을 이력서에 넣지 않아도 아쉬울게 하나 없는 시절이 되었다. 첫 단추를 낀 후에도 참 치열하게 살았다. 하고 싶은 프로젝트, 가고 싶은 회사.. 나에게는 모든 프로젝트가, 매 순간 순간이 절실하고 간절했다. 불씨가 타오르게끔 산소를 공급해 주지는 못할 망정, 턱턱 이 답답한 상황에도 스스로 부채질하며 껴져가는 불씨를 간신히 되살리며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다보니 간절함 리스트에 있었던 교육자로서의 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수강생들과 대면한 첫 날, 절실하고 간절했던 그 시절의 나와 같은 열정 넘치는 분들을 만나게 되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나름의 간절한 이야기를 가진 분들이 퇴근 후, 이른 토요일 아침에 모여서 소망의 불씨를 지펴가는 모습을 보며, 그 시절의 내가 아닌 지금의 나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지금 나에게 간절한 것은 무엇일까? 지금 그 때만큼 간절한가?” 그냥 조금 방황했을 뿐이고 아직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검댕이들 사이에서 생명력을 잃어가는 불씨가 보인다. 같은 시절을 지내온 사람들, 한 때는 절실함과 간절함이 있었던 사람들이 등따시고 배불러지니 더 따뜻한 아랫목을 찾고 더 배불리 먹고 싶어만 한다. 더 깊은 생각과 더 넓은 시야를 가지기 위해 정진해야 하는 리더들이 안락함에 빠져 시야는 점점 좁아지고 그동안 써먹은 내공도 이젠 바닥을 보인다. 기술은 발전하고, 트랜드는 변하고, 고객과 사용자들의 눈높이는 올라가는데 눈높이를 상회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맞추기라도해야 하지 않나.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21세기에도 주는 교훈은 그닥 다르지 않다. 이미 나는 선수라고 자만하며 살짝 한 파는 순간, 우리의 거북이들은 드론을 타고 조만간 날아오를 기세다.


어떤 분야든 커리어 성장을 위한 여정은 끝이 없다. 제대로 쌓은 경험과 경력은 업의 깊이를 더하고 치열한 탐구와 끝없는 공부는 업의 시야를 넓힌다. 그 시절 간절한 마음을 품고 치열하게 달려온 리더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간절한 후배들을 알아보고 그들의 간절한 불씨를 지펴줄 수 있는, 후배들을 올바른 업의 길로 이끌고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줄 리더들은 다 어디에 있을까?


“인간관계 때문에, 삶 때문에 소란스러웠어도 그 와중에도 침착함을 배워 경청할 수 있는 사람, 조용히 누군가를 살필 수 있는 사람,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간절히 무언가를 해 본 사람, 간절한 사람들을 알아보고 그 간절함이 만든 소망의 불씨를 지펴줄 수 있는 사람, … , 그런 리더였으면 좋겠다.”

(이주향, 일요신문 일요칼럼, 민심을 품는 리더십 중에서)


간절히 무언가를 해 본 사람만이 아는 간절함, 간절한 사람들의 소중한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간절한 사람들의 소망의 불씨가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그래서 또 다른 간절한 후배들을 살피고 그들의 불씨를 지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될 수 있도록, 그런 리더들을 양성하는 간절한 리더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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