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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 작가 Jan 07. 2022

지리교사 주역을 만나다.

34. 뇌천(雷天) 대장(大壯) : 장소성을 이용하여 평범함을 뛰어넘기

수퍼 히어로, 뇌천 대장

어릴 적 재미있게 봤던 영화가 있다. <수퍼맨>이다. 날아가는 총알을 손으로 잡고, 눈에서 레이저 광선을 내뿜는 등 특별한 능력을 가진 수퍼맨은 80년대 최고의 인기스타였다. 일곱 살 어린이였던 나는 보자기를 두르고 하늘을 나는 수퍼맨을 흉내내다가 베란다에서 떨어져 크게 놀란 적이 있다. 밋밋한 흑백 티비였지만 특수효과를 넣어 하늘을 나는 수퍼맨의 모습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훔칠만 했다.

어느덧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수퍼맨이 그립다. 인간사가 인연 따라 정해진 법(☰)으로 흘러가는 것이지만, 그 질서를 뛰어넘는 초월적인 존재(☳)가 나타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짠 하고 나타나 도움을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꿈을 꾼다. 수퍼맨과 같은 초월적 존재가 허구라는 것을 알지만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자 하는 마음이 도처에 있어 종교는 사람의 마음을 파고든다.

우주의 질서 위에 존재하는 수퍼맨의 모습에서 뇌천 대장(䷡)을 볼 수 있다. 뇌천 대장의 상괘는 우레, 하괘는 하늘로 이루어져 있다. 하늘 위에 우레가 요동을 치니 천지 사방에 힘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뇌천 대장괘(大壯)에 대해 <서괘전>에서는 "괘 됨이 진(震)이 위에 있고 건(乾)이 아래에 있으니, 건은 강하고 진은 동하여 강으로써 동함이 대장(大壯)의 뜻이다. 강양(剛陽)은 큰 것이니, 양(陽)의 자람이 이미 중(中)을 지났으니 큰 것이 장성함이요, 또 우레의 위엄과 진동으로 하늘 위에 있으니 또한 대장(大壯)의 뜻이다."라고 하였다. 양이 자라나 기세가 등등한 것이 수퍼맨의 위풍당당한 모습과 같고, 하늘 위를 우레처럼 빠르게 날아가니 수퍼맨의 형상이 뇌천 대장의 괘와 닮았다.

䷡뇌천 대장


장소성과 예능계의 수퍼맨, 나 PD

<삼시 세끼>, <1박 2일>, <꽃보다 할배>, <윤식당>, <윤스테이>, <슬기로운 산촌 생활> 등 예능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있다. 그것은 무엇일까? 답은 '장소성'이다. 장소성이란 '어떤 장소가 다른 장소와는 다른 특별한 성격'을 말하는데, 최근 방송에서는 이러한 장소성을 방송 제작의 요소로 적극 이용하고 있다. 특별히 아름다운 장소나 의미 있는 장소를 택하여 프로그램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도 지역의 독특함을 이용하여 프로그램의 독창성을 끌어낸다.

만일 위의 프로그램에서 장소성을 소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름다운 자연 경관, 건축물, 지역에 따라 다른 사람들의 모습들이 사라진다면 위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들은 유명 스타가 그냥 밥먹고 히히덕거리는 그저 그런 프로그램이 된다. 작품에 장소성을 입힘으로써 그 프로그램은 그 장소의 특별함을 담게 되고, 그 안에서 컨텐츠는 삶을 품게 된다. 사는 곳이 바뀌면 삶이 바뀌듯이, 어촌이나 농촌 혹은 해외의 특별한 장소성을 입한 프로그램에서는 배우의 삶이 장소적 삶으로 재탄생한다. 인기스타들이 장소에 따라 어부나 농부가 되고, 해외의 민박집 주인이 되어 특별한 삶으로 재탄생된다. 스타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소성을 이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되며, 장소성은 프로그램의 유니크함을 만드는 주요한 소재로 작용한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프로그램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그 유명한 나영석 PD가 설계한 것이다. 이 분은 장소성을 방송 상품으로 확장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 나영석 감독이 기존의 예능 질서(☰)를 뛰어넘어(☳) 예능계의 '마이다스 손'이라 불리며 특별한 평가를 받는 이유는 바로 장소성을 선별하는 능력에 있다. 물론 프로그램에 걸맞는 인기 스타를 섭외하고 소소한 일상적 소재를 특별하게 만드는 능력도 탁월하지만 지리교사인 내가 보기에 나 감독은 천부적으로 지리적 감각이 있다. 프로그램에 적합한 장소를 선정하는 탁월한 나 감독의 감각은 그를 예능계의 수퍼맨 PD로 만들었다. 

나 PD가 앞으로도 프로그램에서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좋은 장소를 많이 소개하여 예능계의 수퍼맨으로 남기를 바란다.


권력자의 도리

대통령 선거 운동이 한창이다. 검찰청장 출신 후보, 경기도지사 출신 후보, 기업 CEO 등 뇌천 대장 괘처럼 기세등등한 사람들이 후보로 나왔다.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답게 자신들의 장점을 뽐내며 사람들 앞에 나섰으니 모두 용기 있는 인물들이다. 국민 앞에 선다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국민들에게 다 드러내야 하는 일이니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각오가 강인하며 굳세다. 이들을 위해 <주역>의 뇌천대장 괘사와 상전을 소개하고자 한다.


괘사: "대장 이정(大壯 利貞, 대장 괘는 바른 것이 이롭다.)"

상전:"우레가 하늘 위에 있는 것이 대장이니, 군자가 본받아서 예가 아니면 실행치 않느니라."


무슨 말일까. 후보들이야 대통령 되는 것이 꿈이겠지만 이미 그 과정을 겪은 분들이 있다. 전직 대통령들은 모두 뇌천대장의 권력을 맛본 분들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져봤으니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우리 근현대사를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어떤 대통령은 끌려 내려갔고, 어떤 대통령은 총을 맞았으며, 어떤 대통령들은 퇴임 후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 이유는 그들이 권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권력을 가진 재임기간 동안 사적으로 이익을 탐하거나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법과 권력을 남용했다. 즉, 바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한다.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며 권력자도 법 아래서는 일반 국민들과 똑같이 법의 통치를 받는다. 그것이 대한민국의 정의이고 바름이다. 

조선시대와 대한민국이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왕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법을 이용해 백성을 통치했다. 경국대전은 왕의 통치수단에 불과했기 때문에 왕을 어쩌지는 못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법에 의한 통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공화국이다. 법치주의에 근간한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을 무시하는 권력자는 더 이상 우리 역사에서 등장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도 법과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권력자들이 있었기에 다시 내홍을 치를까 두렵다. 

대통령 후보들은 이미 영화 <수퍼맨>처럼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다만, 대통령이 되기 전에 뇌천대장의 지혜를 잘 되새겨 자신을 돌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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