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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땅 작가 Jan 13. 2022

지리교사 주역을 만나다.

37. 풍화(風火) 가인(家人)

코로나19 부스터 샷을 맞고 기력이 없어 누워 있는데, 방학식을 끝내고 온 쌍둥이 아들놈들이 와서 생활 통지표를 보여준다. 내놓기를 주저해서 본인들 기대에 못 미쳐서 그런가 했는데, 성적표를 열어보니 꽤나 잘했다. 담임 선생님께서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 란에 정성스레 적어 보낸 내용을 보니 몸에 힘이 솟는다.

"예의 바른 태도가 몸에 배어있으며 매우 성실한 태도로 학교 생활을 함. 규칙과 질서를 중요시하여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함."

내가 써서 보내기만 하다가 보낸 것을 받으니 느낌이 새롭다. 기다리던 편지를 받은 사람처럼 읽다가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내 자식들에게 어떤 모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생활 통지표를 읽고 즐거워하는 내 모습에 그 답이 있었다. 나는 내 자식이 안으로는 바름을 중시하고(☲), 밖으로는 공손(☴)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자식들에게 바라는 바를 가만히 보니 풍화 가인의 상이다.

䷤ 풍화 가인

 가인(家人) 괘에 대해 <주역전의>에서는 "괘가 밖은 손(巽)이고 안은 리(離)이니, 바람이 불로부터 나옴이 되니, 불이 치성하면 바람이 나온다. 바람이 불로부터 나옴은 안으로부터 나옴이니, 안으로부터 나옴은 집으로부터 밖에 미치는 상(象)이다. 이(二)와 오(五)가 남·녀의 위치를 안과 밖에 바르게 하여 가인(家人)의 도(道)가 되니, 안에 밝고 밖에 손순(巽順)함은 집안에 처하는 도리이다. 사람이 (이 도리를 ) 자기 몸에 소유한 자는 집안에 시행할 수 있고 집안에 행하는 자는 나라에 시행할 수 있어 천하가 다스려짐에 이르니, 천하를 다스리는 도는 집안을 다스리는 도를 미루어 밖에 행할 뿐이다. 그러므로 안으로부터 나오는 상(象)을 취함이 가인(家人)의 뜻이 된다."라고 하였다.

<대학>의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의 도리가 풍화 가인과 통하고 있다. 풍화 가인 괘는 개인으로 보면 내면이 바르고 이웃에게 공손한 군자이다. 자신의 몸을 다스리는 태도가 집안에 이르고, 나라에 이르는 것이 풍화 가인 괘이다. 내괘인 리(☲)가 집안 혹은 조직의 살림살이와 관계되어 있다면, 외괘인 손(☴)은 대외적인 일과 관계되어 있다. 안살림을 바르게 하게 하고, 바깥살림을 공손히 하여 대외적으로 교분을 두루 쌓는다면 그 조직이 나쁘게 될 이유가 없다.


지구복사에너지와 대기 대순환      

태양빛은 지구와 대기를 움직이는 에너지의 근원이다. 지구는 태양빛을 받아 일부는 반사하고, 나머지는 흡수한 뒤 적외선이나 광선의 형태로 다시 방출한다. 이처럼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을 '태양 복사 에너지', 지구가 다시 방출하는 에너지를 '지구 복사 에너지'라고 한다. 위도에 따라 태양 복사 에너지 흡수량과 지구복사 에너지의 방출량이 다르기 때문에 적도 지방의 더운 공기가 상승하여 극지방 쪽으로 이동하고 극지방의 찬 공기가 하강하여 적도지방으로 이동하는 대기 대순환이 나타나게 된다.

위도별 태양 복사에너지와 지구복사에너지의 상태(☲)가 에너지 수지 과부족에 영향을 끼쳐 무역풍, 편서풍, 극동풍 등 대기 대순환(☴)에 영향을 끼치니, '바람이 불로부터 나옴'을 뜻하는 풍화 가인의 상이라 할 수 있다. 가인 괘의 내호괘(☵, 2,3,4)가 감, 외호괘가 리(☲, 3,4,5)인데, 이는 주역의 64번째 괘인 화수 미제(未濟) 괘이다. 이 괘는 '사물은 다할 수 없음'을 뜻하는 것으로 태양과 대기 대순환의 작용이 끝없이 작동하는 우주의 원리를 품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풍화 가인 - ䷿ 화수 미제

뜻은 곧게, 행동은 유연하게

연일 이상 기후가 뉴스의 주요 이슈로 다뤄지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건조 지역에 내린 갑작스러운 폭우, 한대 지역에 나타난 폭염, 갑자기 들이닥친 허리케인 등 이상 기후 현상들의 원인을 지구온난화로 꼽고 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1912~2019년까지 전 세계 연평균 기온은 0.8℃,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1.6℃ 상승했다. 이처럼 급속도로 지구가 데워지면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들은 큰 위기에 직면한 것이며, 신속한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탄소배출을 줄위기 위해 '기후변화협정'을 체결하여 국제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으며, 개인들은 일회용품 줄이기, 재활용하기 등을 통해 탄소배출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그리고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화석 연료의 소비를 줄이고, 태양광·풍력·수력·수소에너지 등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신·재생 에너지를 늘리는 것이 쉽지는 않다. 태양광은 빛을 받을 수 있는 넓은 면적의 토지와 넉넉한 일조량이 확보된 지역에서 유용하다. 하지만 국토가 대부분 산지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의 경우 태양광의 혜택을 보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독일의 친환경 도시 하이델베르크는 집집마다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단열을 보완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탄소배출량을 줄였다.

풍력발전의 경우 바람이 많이 부는 해안가나 산지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최대 단점이 소음으로 인해 사람과 생태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강원도 평창의 안반데기 마을에 가면 프로펠러가 돌아갈 때 발생하는 소음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 풍력발전소를 해안의 바닷가로 옮겨 소음으로 인한 피해를 극복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바른 뜻(☲)을 세웠다면 그 방법을 유연하게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지만 반드시 유의해야 할 것이 있다. 유연함에도 절도(節度)가 있어야 한다. 심도 있는 정책적 검토 없이 태양광 패널 설치에 보조금을 무분별하게 지급했다가 산지의 상당 부분을 벌거숭이로 만들었다. 나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고 나무를 뽑는 행위가 탄소배출이라는 목표를 지향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처럼 무분별한 행위는 그 좋은 뜻까지 훼손하게 된다.

실망스러운 일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세상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풍화 가인의 덕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아래 시진경북 경주의 전촌항에서 찍은 가로등이다. 풍력발전과 태양광 발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인데, 바람과 태양 에너지를 적절히 조화시켜 만든 모양이 풍화 가인을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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