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태도에 대해, 좀 더 가치 있고 보람되게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이런저런 글을 쓰고 있고, 언젠가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강의라고 하기에는 민망해서 발표라고 표현해본다)도 해 보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내 발표의 마무리는 이런 것이다. “그냥 가볍게 듣고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한 내용들을 저는 나눈 것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궁금한 사항이라던가 질문은 없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이런 질문 한 가지는 하실 법하다라고 생각이 드네요. ‘발표자께서는 말씀하신 대로 살고 있습니까?’라는 질문 말입니다”
예상 질문을 했으면 예상 대답도 준비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므로 이런 대답을 준비해본다. “아니요, 안타깝게도 그렇게 살고 있지 못합니다. 발표한 대로 살고 있지는 못하지만, 발표한 대로 살아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살아라가 아니라, 우리 모두 같이 이렇게 살아보면 어떨까요라고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부족하고 못난 사람이지만 좀 더 잘 살아보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고, 잘 살기 위해서 어떠한 것들을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너나 잘하세요”. 나에게 조언, 충고, 훈계를 하는 사람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어떠한 경우에서나 쓸 수 있는 좋은 반박수단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게 나무란다고, 나보다 네가 지금 더 잘못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당신이 뭐라고 나에게 조언질이냐라는 분노의 표현이기도 한다. 조언을 하는 사람이 있고, 조언이 있다. 조언에 집중하기보다는 조언을 하는 사람에게 집중을 함으로 인해 나온 결과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나보다 못한 사람은 나에게 조언할 자격이 없다라고 해석될 수도 있다. 어릴 때 자주 보던 우화의 내용 중에 게가 걸음을 가르치는 내용이 있다. 어미 게가 자기는 옆으로 걸으면서 아기 게에게 앞으로 걸으라고 가르치는 내용이다. 웃음이 난다. 앞으로 걸으라는 게 웃긴 게 아니라, 옆으로 걷는 어미 게에 웃음 포인트가 있다. 조언보다는 조언을 하는 주체에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나오는 웃음이리라.
반대의 경우도 있다. 저명한 사람이라던가, 높은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하는 말은 그럴듯해 보이고, 훌륭한 말처럼 들린다. 앤디 워홀이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이 똥을 싸도 박수를 쳐줄 것이다”라는 말을 왜 했겠는가. 말과 행동 그 자체보다는 말과 행동을 하는 주체가 누구냐가 중요하다라는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한 말이 아니겠는가. (이 말의 웃음 포인트는 실제 앤디 워홀은 이러한 말을 한적이 없는데, 모두가 앤디 워홀이 말했다라고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단 똥을 싸라, 그러면 유명해질 것이다”라는 패러디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김난도 교수께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매년 발간하는 ‘트렌드코리아’라는 책을 통해 저명한 위치에 올랐기 때문에 저 말이 이해가 되는 것이지, 지나가는 사람이 취직을 못해 상심한 젊은이에게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하면 욕밖에 더 듣겠는가.(사실 김난도 교수님은 유복한 가정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자랐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안티가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이 말의 웃음 포인트는 ‘아프면 병자다’라는 패러디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모든 분야에 뛰어난 사람은 있을 수 없고, 모든 상황을 겪어본 사람도 있을 수 없다. 또한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같을 수도 없다. 그렇게 때문에 어떠한 어려운 상황이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다양한 의견을 최대한 많이 들어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론을 내리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의견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제시하는 화자의 인성과 성향에만 집중한다면 모두가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저 사람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저 사람이 하는 말은 맞을 수도 있다. 저 사람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지만, 내가 못했으니 나를 반면교사 삼아 너는 잘해나갔으면 좋겠다라는 선한 마음으로 조언을 해 주고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 자체가 비난을 받았을 때, 비난한 사람은 잘했냐라는 식의 흑색선전 대결이다. 이념이 다르고 성향이 다르니 비난에 대한 대응은 해야겠으나, 비난이 옳지 않다라고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비난한 사람을 비난하는 형식으로 말이다. 공약은 없고 상대를 깎아내리기에만 바쁜 정치적인 대립 구도를 보는 사람들은 답답하기만 하고 피곤하기만 하다.
조언이 아닌 단순 비난에 대해서는 당연히 반발심리가 있을 수밖에 없겠으나, 비난이 아닌 조언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과 겸손한 마음을 가져볼 필요가 있겠다. 조언이 아닌 사람에만 집중한다면 이 세상에서 나에게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이 있겠는가. 모두가 조금씩 부족하고 조금씩 서툴지만 조언을 할 자격은 있다. 그리고 사람이 아닌 조언을 들어볼 가치도 있다. 그 사람이 하지 못한 일에 대해 조언한다고 그 사람이 하는 조언이 가치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 말고, 그 사람이 하는 말에 한번 집중해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