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nghee Jun 04. 2024

할매의 찜통과 아삭이 고추

얼굴도 언어도 생경한 나라에 사는 건 긴장의 연속이라

미국에 온 이후로

할매의 두통이 시작된 건 우연이 아닐거라 생각혀요.


모든기 다 낯설어서 어정쩡한 날들을 보내다가

정신을 차리고 들여다보니

사람 사는기

다 거그서 거그란 생각이 들더이다.


 순간 긴장감이 조금은 덜어졌지만그렇다고 두통이 완전 사라진건 아니라오.

아매도 한국으로 돌아가던지

아니면 저 천국 가는 날이나 되어야 이 두통에서 벗어날듯혀요.


암튼 오늘 피클씨네를 보믄서

할매 오랫만에 허허헝

웃었다지요!


얼 할배와 손자 넬슨이

아주 걱정스런 얼굴로

찜통을 바라보고 있네요..



OOH,  gramma's cooking something in her big pot.

와 할머니가 큰 찜통에다 뭘 끓이시네요.


What do you think it is?
하라버지는 뭐 끓이는지 아세요?

I don't know.

하라버지도 몰라.

But i can tell you this.

그렇지만 이거는 알 수 있어.


We'll be eating this for the rest of this month.

이반 한달 내내 이걸 먹게 될거라는 걸



지난 40여년간 가족들의 밥상을 책임지고 살았던 지라

커다란 찜통에 끓이는 opal 할매의 맴을 누구보다 잘 알지라.


뭐 그렇다고

Earl 할배 맘을 모르는건 아니지라.


아내가 곰국을 끓이기 시작하믄

아내가 오랫동안 집을 떠날 거라 생각해서 무섭다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들었기에

이 만화를 보믄서

할매는 ㅋㅋㅋ 웃으며


각 나라가 다 다르게 살아가는거 같아도

그 요상허게 비슷한 상황을 보는 재미라 할까?

암튼

할매 입가에 미소가 ^^


동서양을 무론하고

할매가 찜통에 뭣을 끓이믄

다 걱정인가 보우다 ㅋㅋ


할매도

밥하기가 진짜 싫어라!

그랴서

어딜 가는거이 아닌데도 국 하나 끓일라치믄

찜통에다 허지요.


몇날 몇일 먹다가 할매 스스로도 지겨워서

슬그머니 버릴 때도 있으니

그걸 참고 먹어주는

울집 할배는 착한 편이라고 혀야 할듯혀요.


하두 할매가 밥하는거이 너무 싫다 타령을 하니

할배 쉬는 일요일엔 자기가 하겠다고

백종원 요리책도 사고

몇번 하더니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버리고 난 뒤부터는

더욱 착허게

주는대로 먹고 있으니


당분간은

이쁘게 봐주기로 혔지라.


할매가 고약허게 보이쥬?


반찬가게 많고

문만 열고 나가면 식당이 즐비한 한국이 아니라

미국 깡시골에서 하나부터 열꺼정 다 맹글어 먹고 사는 이민자라 그러하외다.



그랴도 방금 나가보니

텃밭에 아삭이 고추가 이제 얼추 자라서 쌈장 찍어 먹을 시간이 다가 온 듯하여

한끼는 떼울 수 있것다..하며

소박한 희망에 기뻐하는 할매라요!


알고보믄

할매들도 다 착허고 안스럽지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여워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인생의 쓴맛이 뭔지도 모르면서

센치한 척하며 푸시킨의 시를 중얼거리던 그 어여쁜 시절을 지나

이제는 돌아와 거울앞에서 쭈구리 얼굴을 보며 기가 막히지만

그래도

내 가족이라 이리저리 챙길라 힘쓰고 있으니께

너무 미워하지 말라요.


피차가 마찬가지여!

하는 할배들의 함성이 들리는듯! ㅋㅋㅋ




이전 01화 프롤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