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만 결국 시드는 꽃 선물은 왠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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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에 참석하느라 평소보다 늦게 돌아온 그가 빨간 장미 한 송이를 건넸다. 커다랗고 탐스러운 장미였다. 화사한 장미꽃 덕에 마음도 화사해졌다. 꽃을 보면 예쁘다고 감탄하는 엄마의 반응에 세뇌된 딸은 얼굴 가득 사랑스러운 미소를 머금고 연신 장미가 예쁘다고 했다. 그런 딸의 모습은 꽃보다 더 예뻤고, 나를 행복하게 했다. 내 손을 거치는 꽃은 오래가지 않아, 장미꽃을 화병에 꽂는 일에 그에게 넘겼다. 그는 가지 끝을 자르고 화병에 뜨거운 물을 담아 장미를 꽂았다. 왠지 모르나, 장미는 뜨거운 물에 꽂아야 생기가 더 오래간다.
예쁜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길가에 피어있던, 꽃집에 진열되어있던, 누군가의 화병에 싱그럽게 꽂혀있던, 꽃이 간직한 화려함과 싱그러움은 전염성이 높아 마음까지 금세 싱그럽게 물들인다. 그러나 나는 꽃을 선물하거나 받는 것을 아주 좋아하지는 않는다. 꽃의 생생한 아름다움은 너무 좋지만, 꽃이 시들어 버려지는 당연하고도 쓸쓸한 마지막을 마주하는 것이 늘 꺼려진다. 선물을 줄 정도로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꽃이 지니고 있는 마지막의 씁쓸함까지 안기고 싶지 않아, 나는 되도록이면 꽃 선물은 피한다.
이런 내 맘을 잘 알고 있는 그가 빨간 장미 한 송이를 내게 가져왔다. 그는 그 장미를 사진 않았다. 오늘의 주인공인 졸업생들을 위해 준비된 장미가 남아서 가져온 것이다. 귀찮을 법도 한데, 꽃을 좋아하면서도 꺼려하는 나를 위해 집까지 장미를 들고 온 그의 마음이 장미보다 더 좋았다. 그가 가져오지 않았다면 바로 버려졌을지도 모를 장미라 그랬을까?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장미를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딸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게 해주는 장미라니~ 이보다 더 맘에 드는 장미가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