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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Nov 29. 2019

환자를 해치는 의사: 닥터 데스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지만, 의사도 예외가 아니라면...

배경 이미지 출처: Pixabay



미국의 팟캐스트 제작사 원더리 (Wondery)가 만든 닥터데스 (Dr. Death)를 추천한다. 



2018년에 우연하게 접한 이 팟캐스트는 듣는 내내 한국의 한 연예인의 비극적인 죽음을 떠올리게 하였다. 듣는 내내 우리나라 사람들도 들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팟캐스트였다. 그러나 당시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일에 함몰돼 그 누구에게도 추천해주지 못했다. 그러다 2019년에 우연히 한국어판이 출시된 것을 알게 되었다. 잠시 들어봤는데 나쁘진 않았지만, 더빙한 외국 영화를 볼 때 느끼는 어색함이 살짝 묻어나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었다. 가능한 원작을 듣기를 추천한다.


한국은 의사소통의 수단인 언어 중 하나인 영어를 정복하거나 공부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데, 영어 향상을 위한 재료로 두 버전을 다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의학전문기자인 로라 베일 (Laura Beil)의 목소리는 부담 없이 잘 들리는 편이다.




닥터데스 (Dr. Death)? 


미국 댈러스에 이런저런 시도에도 불구하고 요통으로 고통받던 환자들에게 수술로 환자들을 고통에서 해방시켜주겠다는 신경외과 의사 크리스토퍼 던치가 나타났다. 넘치는 자신감과 인터넷 상의 좋은 평가는 물론 지역의 규모 있는 병원에 속해있다는 점에서 환자들은 일말의 의심 없이 그에게 수술을 맡겼다. 일부 환자들은 이전 주치의의 의견을 무시한 채 수술로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주겠다던 던치의 달콤한 감언이설에 넘어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기도 했으며, 일부는 일반의의 의례적인 신경외과 의사 추천 목록에 있던 던치를 고르는 실수로 인해 불행을 마주하기도 하였다.


던치가 수술대에서 벌인 말도 안 되는 의사 놀이에 무려 33명의 환자들이 죽거나 장애를 입게 되었다. 놀라운 것은 그의 전문의 자격이 가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전문의가 되는 과정에서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전공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거치는 수많은 수술 경험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의 자격이 그에게 주어졌을 뿐 아니라, 누군가는 그의 댈러스 병원 취업을 위해 기꺼이 추천서를 써주기도 했다. 전문의였지만 의사 흉내만 낼 정도의 의학 지식을 갖춘 그가 망설임 없이 수술을 집도하고 환자들의 척추를 헤집어 놓는 만행을 지속하는 동안 댈러스의 병원들을 그를 병원에서 내보내는 소극적인 조치만 취했다. 신경외과적 수술이 보장하는 어마어마한 금전적 이익에 눈이 멀었던 것일까? 망설임 없이 만행을 지속해 나가던, 무자비하고 무식하지만 용감한 던치를 막아선 건 환자들을 보호하고 싶었던 의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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