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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Dec 21. 2020

무릎을 다친 나를 위로해준 딸

다쳐서 화나고 아프고 속상한 마음을 덮어버리는 딸의 따스한 행동과 마음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2020. 12. 20 일요일


토요일 저녁 8시쯤, 계란을 사러 집 근처 가게로 향했다. 휴대폰을 손에 쥔 채 걷다가 발에 무언가 걸려서 피했지만, 발에 걸린 물체가 생각보다 커서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엄청난 아픔과 함께 쓰러져 있는 전동 킥보드가 눈에 들어왔다. 어찌 된 영문인지 전동 킥보드가 인도 한가운데 넘어져있었다. 마지막으로 탄 사람이, 지나가던 사람이, 아니면 강풍이 넘어트렸는지 모르겠지만, 참 야속했다. 


아이들이 곧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 아픈 다리를 절뚝거리며 가게에서 물건을 산 뒤 바로 집으로 향했다. 아픈 데다가 마음도 급해서 인도를 가로지르고 있는 전동 킥보드를 치우지 않고 집으로 온 게 마음에 걸린다. 다른 누군가가 넘어질 수도 있는데... 아이들이 잠이 들고 밤의 조용함을 누리게 되자 온몸이 아파왔다. 넘어지면서 바닥에 찧은 무릎이 당연히 아팠고, 근육이 놀랬는지 이곳저곳 쑤시기 시작했다. 잠의 치유를 기대하며 절뚝거리는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 들었다. 


일요일 결국 늦잠을 잤다. 늦잠 덕인지 어젯밤보다는 몸이 나아졌다. 전날에는 몸을 움직일 때마다 아고 아야야 하는 곡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는데, 그 소리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하루 종일 신경이 날카롭고 피곤했다. 내 서랍을 뒤지며 어지르는 딸에게 다른 날보다 덜 타이르고 더 쉽게 화를 냈다. 재울 준비를 하면서 딸에게 엄마가 전날 넘어져서 무릎이 아파 힘이 들어 너무 심하게 화를 냈다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 그러자 딸이 아프지 않게 내 다리를 안아주겠다며 내 다리를 꼭 감싸 안아주었다. 무릎을 감싸 안을 때 살짝 아프긴 했지만, 딸의 따스한 마음이 더 크게 다가왔다. 


딸을 재우려 같이 침대에 나란히 누었다. 딸 침대는 내 침대와 붙어있다. 딸은 잠들기 전 내 침대에서 쫑알대다 자기 침대로 가서 잠든다. 평소같이 팔베개를 하고 나를 향해 누운 딸을 안으려다 나는 아픔을 느꼈다. 딸의 발이 우연히 내 아픈 무릎에 닿았다. 딸에게 무릎이 아프니 조심해달라고 부탁하자, 딸은 자기 침대로 가버렸다. 왜 그러지라는 의문이 들려고 할 때 딸은 자기 인형중 제일 큰 니모를 내 아픈 무릎 근처에 놓았다. 니모가 내 무릎을 자기 발로부터 보호해 줄 거라며 나를 안아주는 딸 덕에 다시 따스한 행복을 만끽했다. 나를 배려해선지 딸은 다른 날보다 손쉽게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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