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금이라며, 내가 살았던 한국은 왜 시간에 일일이 계산하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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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45분이나 걸리는 숙제를 주는 것은 초등학생에게 너무 과하다. 아이가 집에서 쉴 시간이 부족하다.
석사 논문을 쓰는데 몇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기에 논문에 해당하는 학점은 얼마다.
대학에서 특정 과목의 과제가 너무 많다. 5학점짜리 과목에 과제에 요구되는 시간은 얼마 정도일 텐데 지금 배가 넘는 시간이 소요되니 학점을 더 주던지 과제를 줄여줘야 한다.
해당 프로젝트에 시니어 또는 주니어 디자이너의 몇 시간, 엔지니어의 몇 시간, 누구의 몇 시간이 필요하며, 해당 직군에 따른 비용이 각각 얼마이므로 얼마만큼의 비용이 책정된다.
지금 요청하신 일은 계획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요구돼서 추가적인 비용 청구가 가능한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
에이전시에서 직원의 근무시간은 거래 회사의 비용 처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직원의 과도한 추가 근무는 관리 대상이다.
다른 직원들보다 임금이 적으니 근무시간을 줄여 시간당 임금을 동일 수준으로 만들어야겠다.
왜 그렇게 공을 들이니? 받을 돈을 생각해야지!
아들에 대한 글을 쓰다 매일 45분이나 소비되는 숙제는 과하다는 어느 학부모의 주장이 떠올랐다. 노력을 정량적으로 계산하기 위해 시간을 단위로 채택한 문화에 대한 경험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떠올랐다. 노력보다는 결과에 집중하는 문화에서 성장해선지 시간을 계산하는 핀란드의 문화를 마주할 때마다 낯설고 흥미롭다. 석사 과정 중 특정 과목을 수강했을 때 수업과 과제에 요구되는 평균적인 시간이 얼마 정도 예상되기 때문에 몇 학점의 과목이 된다는 설명을 들었을 때의 놀라움이란...
한국에서 대학시절 내게 폭격처럼 퍼부어진 과제들에 파묻혀 좀비처럼 학기를 보내고도 모자라 방학기간까지 과제를 마무리하느라 애썼던 경험들은 도대체 얼마나 불합리한 상황이었던가? 그 탓에 좀 더 할 수 있진 않았을까 나를 몰아치며 늘 부족하다는 생각에 휴식을 누리는 법을 제대로 터득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쉬지만 맘 편히 쉬지 못하고 해야 할 일을 떠올리며 안절부절못하던 나의 스무 살 시절... 내 시간의 소중함을 미처 배우지 못하고 시작한 사회생활은 마치 일이 내 인생의 전부인양 나를 불사르게 했다. 많지도 않았던 임금은 반복되는 야근으로 더 작아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내가 나를 착취하는데 앞장섰다.
그냥... 지금 한국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결과에 집중한 나머지 너와 나의 시간을 무시하는 문화가 사라졌을까? 그런데 난 아직 핀란드식 시간 계산법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