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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r 23. 2021

제발! 운동 좀 방해하지 마!

내 인생에 첨으로 꾸준히 운동을 하는 거란 말이다.

배경 이미지 출처: Pexels



2021. 3. 22


2월 초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나 자신조차 믿기 어렵지만 아직까지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런데 요 근래 아들과 그가 방해를 하고 있다. 그야... 머 시작부터 그랬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누가 그 아빠의 그 아들이 아니랄까 봐~ 왜 그러는 거니 아들아?


얼마 전 아들은 유튜브를 따라 운동하는 내 옆에서 운동을 따라 했다. 나도 몸치지만 그는 더더욱이라서 그런가? 유튜브를 따라 하는 아들의 몸짓이 참 어설펐다. 내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지만, 우스꽝스럽기도 해서 웃음이 절로 나와 박자를 놓칠뻔한 위기를 여러 번 넘겼다. 방해라기보다는 호기심에 따라한 것 같아 아들에게 따로 주의를 주진 않았다. 


언젠가 다른 날보다 조금 강도 높은 운동을 따라 하던 나를 그냥 지날 칠 수 없었던 그는 옆에서 일부러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운동을 따라 하는 척했다. 있는 힘을 다해 운동을 따라 하고 있던 나는 폭소가 터지면서 몸에 힘이 빠져 운동을 이어가는 게 매우 어려웠다. 그의 방해에 흐트러지는 몸을 달래며 운동을 이어가자 그는 유유히 자신 자리로 돌아갔다. 운동이 끝난 후 항의와 다짐을 받기 위해 그에게 향했다. 그는 운동을 방해하지 말라는 나의 요구를 이해하지만 방해하지 않겠다는 약속은 못하겠다며 특유의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오늘 오후, 쏟아지는 잠을 쫓기 위해 보수 볼을 이용해 제자리 걷기 운동을 했다. 운동 효과를 높이기 위해 양손에 1kg짜리 덤벨을 들고 팔을 힘차게 저었다. 지루함을 쫓으며 시간의 흐름을 알고자, 헤드폰으로 팟캐스트를 들으며 휴대폰으로 15분 타이머를 설정해놓고 걸었다. 디지털 기기 하루 사용금지 처분을 받아 따분했던 아들이 내가 이용하는 기구들에 호기심을 표하며 말을 걸어왔다. 팟캐스트를 크게 듣고 있진 않았지만, 노이즈 캔슬 기능이 있는 헤드폰이었기에 아들의 말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그저 아들의 행동과 표정만 보일뿐...


아들은 보수 볼을 가리켰다가 덤벨을 가리켰다가 타이머에 대해 묻기도 했지만, 나는 운동하니까 방해하지 말라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결국 아들은 소파 밑에 있던 2kg짜리 덤벨을 들고 내 옆에 서서 어설프게 내 행동을 따라 했다. 아들의 관심은 늘 반가웠지만 운동할 때 치근덕 거림은 좀... 운동을 계속하며, 아들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아들에게 딸의 손잡이 달린 짐볼을 사용하도록 권했다. 내가 사용하고 있는 기구들에 꽂힌 아들은 한동안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들을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닐까 싶다. 


여러 번 딸의 짐볼을 사용하라고 반복하자, 마침내 내 의도를 이해한 아들은 짐볼을 꺼내와 옆에서 나와 호흡을 맞추는 척했다. 아들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무시한 채 제자리 걷기에 집중하자, 아들은 발코니에 나가도 되는지 더우니 겉옷을 따로 입지 않고 나가도 되는지 계속해서 질문 공세를 펼쳐왔다. 발코니로 나간 아들은 시간이 지나자 추웠던지 안으로 들어와 겉옷을 챙겨 입고 다시 발코니로 향했다. 우여곡절 끝에 운동을 끝내고 아들을 살펴보니 발코니에서 왕복으로 걷기 운동을 제법 오랫동안 지속했다. 따라 하다 몰입이 된 듯~


그에게 아빠를 닮아 아들도 내 운동을 방해한다고 항의하자, 그는 그런 적 없다며 자신의 만행을 부정했다. 그의 우스꽝스러운 행동을 상기시켜주자, 잠깐이었다며 항변 아닌 항변을 했다. 이 집안 남자들은 왜 쓸데없는 장난기로 내 운동을 방해하려 할까? 제발! 운동하다 피식피식 힘 빠진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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