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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Mar 26. 2021

나도 형제자매가 있으면~

의사는 그저 불임부부에게 아이만 안겨주면 된다고 생각했던 걸까??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사유리의 정자 기증을 통한 출산 소식에 예전에 들었던 팟캐스트가 떠올랐다. 핏줄을 중요시하는 문화 탓인지, 아직까지 정자 기증이 매우 낯선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이미 70~80년대에 기증된 정자를 이용한 임신이 불임에 대한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되었다. 그러나 타인의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했던지, 되도록이면 아빠와 닮은 기증자의 정자를 이용해 아이가 친자처럼 자랄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있었다. 그땐 정자 기증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자라서 생물학적 아버지나 배다른 형제자매를 찾으리라는 생각까진 미처 못했으리라...



Sick Podcast

불임, 난임 전문의 Donald Cline의 부도덕한 의료행위의 파장을 다룬 팟캐스트



나도 형제자매가 있었으면~


정자 기증을 통해 태어난 여자가 있다. 어머니에 따르면 어머니가 인공수정 시술은 받은 병원은 상당히 합리적이었다. 불임부부를 위한 인공수정을 위해 냉동정자가 아닌 신선한 정자를 사용해 임신 성공률을 높였다. 인공수정 시술을 받는 여성의 남편과 비슷한 체격과 외모를 가진 지원자를 근처 종합병원 의대 실습생 중에서 찾아 신선한 정자를 기증받았다. 동일인의 정자는 최대 3번의 임신에 사용되었다. 


외동인 그녀는 남편의 형제들의 우애가 부러웠고, 자신도 우애를 나눌 혹시 있을지 모를 배다른 형제자매를 찾고 싶었다. 인터넷과 유전자 검사를 통해 그녀는 그녀의 소망을 이룬 듯했다. 그런데... 최대 2명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더 많은 형제자매를 찾았고 그 수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났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그 많은 형제자매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누구일까? 의대 실습생이라고 하기엔 형제자매들 간의 나이 차이가 과하다. 어쩌면...



부도덕한 의사, 불임부부를 위한다는 미명 하에...


불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부부들이 대안으로 선택했던 정자 기증을 통한 인공수정, 임신, 출산, 한때 행복했던 기억이었는데... 수십 년 뒤 마주한 진실은 누군가에겐 최악의 기억으로 바뀌게 되었다. 정자 기증자가 의대 실습생이 아닌 인공수정을 시술했던 의사였고, 의사는 수년간 지속적으로 환자를 속이고 인공수정 시술에 자신의 정자를 이용해왔다. 결과는 수많은 형제자매 (최소 50여 명)가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이웃으로 스쳐가며 살아왔다.


의사는 무슨 생각을 했던 걸까? 훗날 누구나 손쉽게 DNA 테스트를 통해 가족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많은 아이들이 자라 서로를 스쳐가며 누군가는 연인이 되고 아이를 낳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없었으리라...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 자손들은 유전적인 문제들을 마주하게 될 텐데... 의사가 미래를 생각하지 않았듯이, 사회도 미처 새로운 의술에 대한 규제를 생각지 못했다. 안타깝게도 의사의 부도덕한 의료행위를 단죄할 법이 없어 그를 처벌할 수 없었다. 오히려 피해자들이 다른 이들이 자신들과 같은 경험을 겪지 않기를 바라며 관련 법안 마련을 위해 애쓰고 있다. 



The Fertility Doctor’s Secret

Sick Podcast와 같이 Donald Cline을 다룬 기사, 같은 사건 다른 기자의 시선을 확인하고 싶다면 읽어보거나 중간에 나오는 오디오 버전 듣기를 추천한다.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진이 기사 곳곳에 있으니 사진을 확인하며 글을 소화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부부관계가 아닌 그러나 아이를 원하는... 변화된 배려?


생물학적 아버지가 따로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최우선적으로 가족력에 대한 정보를 갈구한다. 혹시 모를 유전병에 대한 대비를 하기 위함이다. Inheritance의 저자 Dani Shapiro가 생물학적 아버지의 존재를 알게 되고 서로 소통하게 되었을 때 그녀의 생물학적 아버지가 우선적으로 제공한 것 또한 가족력이다. 얼굴은 모를지라도 생물학적 기증자의 정보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인식의 변화는 예전의 주먹구구식의 정자 기증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게다가 Donald Cline의 경우처럼 수많은 자녀로 인해 생길 문제에 대한 염려로 한 남성의 정자 기증 횟수를 규제하는 나라나 정자은행도 생겨났다. 


사유리 씨는 자신의 아들의 생물학적 아버지의 국적과 현재의 얼굴은 모르지만 아기 때의 얼굴, 좋아하는 것, EQ, IQ, 알레르기, 가족력까지 고려한 선택을 했다고 한다. 물건을 고르듯이 정자 기증자의 제한된 정보를 확인하고 정자를 고를 수 있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기증자를 알 수 있는 정자 기증도 있다. 더 나아가 사랑 없이 부모의 의무만 공유하길 원하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서비스까지 존재한다. 물론 다 다른 나라 이야기다. 한국도 언젠가는 전통적인 방법이 아닌 다양한 방법으로 부모가 되길 갈구하는 사람들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때 우리는 다른 나라들의 안타까운 사례들을 반면교사하여 더 안정적인 변화를 이끌어갈 수 있길 소망한다. 



Inheritance의 저자 Dani Shapiro의 이야기



아이만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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