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로 해본 유전자 검사,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
배경 이미지: 'Inheritance: A Memoir of Genealogy, Paternity, and Love' 책 표지, 저자의 어린 시절 아빠와 함께 찍은 사진, 둘의 다름을 느낄 수 있다.
몇 년 전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쉽게 유전자 검사를 의뢰할 수 있는 상업적 서비스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호기심을 채워줄 인종 보고서를 기본으로 유전병을 예측하는 추가 서비스가 존재하는데, 회사마다 제공하는 정보의 차이가 상당하다.
Inheritance: A Memoir of Genealogy, Paternity, and Love의 저자 Dani Shapiro도 2016년 봄, 남편의 권유로 호기심에 유전자 검사를 신청했다. 부모님 다 동유럽 유태인으로 알고 있던 저자는 예상과 달리 동유럽 52%와 나머지 서유럽 혼합의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검사 결과를 받았다. 게다가 웹사이트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이니셜의 사촌이 눈에 띄면서 의구심이 생겼다. 때마침 배다른 언니가 예전에 유전자 검사를 했다는 것이 떠올라, 언니의 검사 결과지와 자신의 것을 비교했다. 둘은 완벽한 타인이었다. 아빠와 많이 닮은 언니와 달리 Dani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과 닮지 않았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자랐다. 아빠가 아빠가 아니었다?!
그럼 저자의 생물학적 아빠는 누구인가? 예전에 엄마와 나눴던 대화가 단서가 되었다. 저자는 필라델피아에서 인공수정으로 태어났다고... 그 시절에는 아빠 정자와 기증 정자를 섞어서 인공수정을 시도하는 게 하나의 관례였지만, 정통 유대교 집안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 지나쳤었는데... 구글과 페이스북을 이용해 이니셜만 아는 사촌을 생각보다 아주 쉽게 짐작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발견한 사촌의 어머니의 부고에서 생물학적 아버지에 대한 단서를 찾았다. 꼬리에 꼬리를 문 검색 끝에 생물학적 아버지의 강연 유튜브까지 도달했다. 난생처음 보는 70대 노인의 강의하는 모습에서 저자는 자신을 발견했다.
50여 년간 아빠라고 믿었던 사람이 아빠가 아니었다. 생물학적 아버지의 존재를 확인하며, 50여 년간 쌓아왔던 가족의 의미가 세차게 흔들렸지만, 무너지진 않았다. 가족에 대한 커다란 의문은 돌고 돌아 저자를 다시 제자리로 안내했다. 아빠의 딸이 아니었지만 아빠의 딸이었다. 아빠의 가족들도 당연히 저자의 가족이었다. 그저 저자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 준 근본이 하나 더 늘었을 뿐이다. 생물학적 아버지! 가족의 의미를 다시 세우는 저자의 여정을 따라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저자는 아빠가 아빠가 아니었다가 아닌, 아빠가 하나 더 있다는 이야기를 독자에게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