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ttish Hot Toddy, 초기 감기 진압을 위한 민간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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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자려 누우면 한동안 뒤척이다 잠드는데, 의외로 영화를 보면 스르르 잠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아이들과 한국어로 영화를 보고 있었는데, 아이들의 치댐과 투닥거림에도 불구하고 스르르 잠들었다. 영화가 끝나고 뒷정리를 도와주러 온 그에게 몸을 움츠리며 춥다고 하자, 소파에 있는 담요로 나를 감싸주었다. 어설프게 "추워! 추어!" 한국어를 흉내 내던 그는 조용히 컴퓨터와 프로젝터를 끄고 소파 테이블을 정리했다. 그리곤 소파 테이블에 컵 하나를 놓고 말없이 사라졌다. 스코티쉬 핫 토디였다.
스코티쉬 핫 토디... 보통 꿀과 레몬주스 그리고 싱글 몰트 스카치위스키에 뜨거운 물을 섞어 만드는 음료로 감기 기운이 살짝 느껴질 때 애용되는 스코틀랜드 민간요법이다. 스코티쉬 핫 토디는 따뜻함에 알코올까지 더해져 몸을 데워주고 이완시켜 숙면을 유도해 감기가 스쳐가도록 해준다 하는데... 그가 만들어준 핫 토디가 오래 전의 기억을, 그리움을 소환시켰다. 벌써 17년 넘는 시간이 지나버렸지만, 종종 떠오르는 나의 에든버러 호스트 패밀리, 마가렛 아줌마와 윌리엄 아저씨... 삶이 흐르는 대로 살다 보니 안타깝게도 연락이 끊겨버린 나의 정겨운 스코티쉬 가족... 살아는 계시려나? 종종 보고 싶은데, 뵐 기회가 있을까?
2004년에서 2005년으로 넘어가던 그 겨울, 나는 에든버러에서 홈스테이로 3개월 정도 머물렀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를 아껴주셨던 나의 호스트 패밀리... 그 후 1년 9개월의 런던 생활을 뒤로하고, 헬싱키로 이사 왔을 때도 여전히 안부를 묻곤 했는데... 은퇴하시고 프랑스로 이사 가셔서 그곳에서 헬싱키로 엽서까지 보내주셨는데... 각자의 앞에 놓인 삶을 마주하다 보니 서로를 잊게 되었다. 그래도 스코티쉬 핫 토디를 마실 때면, 핫 토디에는 싱글 몰트 스카치위스키를 사용해야 한다던 윌리엄 아저씨의 목소리가 귓가에 스치는 듯하다.
같은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던 이탈리아 언니가 감기 기운이 돈다 하자, 윌리엄 아저씨가 스코틀랜드의 민간요법이라며 핫 토디를 권했고, 호기심 많던 나도 덩달아 핫 토디를 맛볼 수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스코티쉬 핫 토디를 접했다. 그 후, 주변 사람이 감기 기운이 돈다 하면 스코티쉬 핫 토디를 소개하곤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언젠가 그에게도 어김없이 핫 토디를 소개했고, 그 후 핫 토디는 그와 나에게 몸을 데워주는 음료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