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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Apr 27. 2022

오랜만에 미용실!

단발머리가 내 맘을 상쾌하게 해 주던데, 너는? 내가 낯설어?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2022. 4. 22


긴 머리가 걸리적거린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머리를 자르고 싶다는 욕구가 때때로 고개를 들었지만, 어느 미용실에 가야 할지 고민이었다. 가까운 게 최고라며 동네 미용실을 가볼까 고민해봤지만, 런던 살 때 함께 살던 미용사 친구의 말이 떠올라 망설여졌다. '유럽 사람들은 머리카락이 얇아서 대충 잘라도 머리 모양내기가 편한데, 한국 사람은 머리카락이 두껍고 힘이 있어서 머리 모양내기가 까다로워. 동양사람 머리에 익숙하지 않은 미용사는 머리 망치기 쉬워. 특히 너는 한국 사람 중에서도 머리카락이 두꺼운 편이라 까다로운 편이야!' 게다가 여기저기서 해외 살이 미용실 머리 망침 경험담도 종종 접했던지라, 아무 미용실이나 가기 꺼려졌다. 


원래 머리를 자주 자르는 편이 아니라, 런던에 있을 때는 친구에게 머리를 맡겼고, 핀란드로 넘어와선 가끔 가던 런던이나 한국에서 머리를 자르고 버텼다. 그러다 이곳에도 한국인 미용실 생겼고, 그곳을 1년에 한 번 정도 다녔던 것 같다. 코로나 여파로 웬만하면 바깥 외출을 하지 않던 시기에는 그를 졸라 아이들 머리 자르던 실력을 발휘하게 만들었다. 나는 만족했지만, 그는 내 머리 자르는 게 부담이라며 다시는 부탁하지 말라 간청했다. 게다가 띄엄띄엄 다니던 한국 미용실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문을 닫았다. 새로운 미용실을 찾아야 했다.


결국 핀란드를 떠난 한국인 지인이 다니던 미용실을 알아내 예약했다. 베트남 출신의 미용사였다. 이틀의 기다림과 설렘 끝에 긴 머리를 싹둑 잘라 단발머리가 되었다. 거추장스럽던 머리가 가벼워지니 기분도 상쾌해졌다. 집에서 머리를 감고 말려봐야 드라이발이 사라지면서 머리를 잘 잘랐는지 결론을 내릴 수 있겠지만, 일단 맘에 들었다. 아마도 이 미용실을 계속 다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오랜만에 업된 기분으로 집으로 돌아와 그를 마주했다. 그의 반응이 참 뜨뜻미지근했다. '달라졌네. 가벼워 보여.' 왜 그런 반응이냐며 내 머리가 맘에 안 드냐 묻자, 마지못한 그의 대답은 '익숙해져야겠지...'였다. 예전에 그저 알던 사이일 때 그가 어두운 색깔의 긴 머리 여자가 취향이라던 말이 떠올랐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자신을 바꾸기 싫어하듯이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을 나에게 강요하지 않는 그 다운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좀 더 호들갑스러운 반응이 필요한데...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도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인지라 '머리 달라졌네.'가 반응의 전부였다. 다행히 딸이 엄마의 새 머리 스타일이 이쁘다 해주며 나의 아쉬움을 채워졌다. 딸 없었으면 어쩔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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