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다 뜻하지 않은 분수 공부, 아이에게 놀이일까? 공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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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기운 덕에 이틀째 집에 머무는 딸의 점심을 챙겨야 했다. 딸이 잘 먹으면서 손이 좀 덜 갈만한 음식을 궁리하다 또띨라 피자를 만들어 주었다. 채식주의자인 그를 위해 만들어서 냉동해뒀던 로제 소스를 해동해서 또띨라에 펴 바르고 치즈를 얹어서 오븐에 구운 피자는 딸뿐 아니라 그에게도 환영받았다. 반창 투정이 웬만하면 받아들이지 않아서일지도?
늦은 아침을 먹은 탓에 둘이 점심을 먹게 하고 주방을 정리하다 돌아보니 그 앞에 놓여있던 접시가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 점심 어쨌냐며 접시의 행방을 묻자 그가 딸아이 앞에 밀어놓은 접시를 가리켰다. 그리고 딸에게 접시를 가리키며 쉼 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드문드문 이해되는 핀란드어로 대화를 유추해보니 분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피자의 1/8인 한 조각을 먹었다. 한 조각을 더 빼니 피자가 6/8 남았다.' 등등...
그는 참으로 신기한 사람이다. 아이들에게 놀이를 가장해 이런저런 공부를 시킨다. 천상 선생인 걸까? 가르치는 대상이 대학원생이라 우리 아이들 다루듯이 하진 않을 텐데... 아이들을 잘 꼬드겨 지식을 습득하게 한다. 물론 그의 꼬드김이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잘 먹힌다. 산책하며 동네 주변 나무들의 이름을 가르치더니, 아이들이 나무들의 이름을 다 배운듯하자, 해당 나무들의 영어 이름을 알려주고 기억할 수 있게 아이들의 경쟁 심리를 슬쩍 부축이기까지... 가끔은 존경스럽고, 그가 내 아이들이 아빠라 가슴 뿌듯하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