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교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아이, 어디에 있는 거니?
배경 이미지: 우리 동네 도서관, 딸을 찾았을 때 사진의 아이처럼 딸과 딸의 친구는 매우 편안해 보였다.
"어이쿠 벌써 일주일을 훌쩍 넘겼다. 시간은 느리게 흐르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쌩하고 흘러간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은 이런저런 작은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데, "
11월 1일에 일어난 일을 일주일 뒤 회상하며 글을 쓰려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저렇게 적어놓고 거의 3주가 지나고 나서야 진득이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마치 손끝에 간신히 잡히는 무언가를 잡아당기는 것처럼 기억의 한 조각을 잡아서 펼치려 애쓰고 있다.
첫째 덕에 늘 어리게 느껴지는 둘째, 첫째의 둘째 나이 때를 떠올리면, 우리가 둘째를 더 어리게 여기는 게 자명해진다. 아침 등교는 첫째와 함께 하는 날이 많아 데려다주는 걸 쉽게 그만두었다. 반면에 방과 후 하교는 아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오랫동안 그가 또는 내가 함께 했다.
10월 마지막 주 금요일 (10월 28일)은 방과 후 내부 교육 일정으로 방과 후가 없었다. 딸에게 12시에 학교가 끝나면 집에 바로 오라고 당부를 하였고, 무탈하게 금요일이 지나갔다. 그래서였을까? 월요일, 그가 딸을 데리러 갔을 때 앞으로 오후 4시 30분에 딸이 스스로 하교하도록 해달라고 방과 후에 요청했다.
방과 후에서 혼자 하교하는 첫날인 화요일 (11월 1일), 방과 후가 없던 날 혼자 하교한 적이 있어서 그와 나는 딸이 당연히 제시간에 집에 올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오후 5시가 다되어가는 시간, 딸이 집에 오질 않았다. 아이가 천천히 온다고 해도 15분이면 충분한 거리인데... 그가 방과 후에 전화를 했지만, 이미 다 퇴근했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좀 더 기다리다 그에게 딸의 하굣길에 함께 했을 법만 아이의 아빠에게 메시지로 그 집 아이의 근황을 물어보라 요청했다. 딸 친구 아빠에게 메시지를 보낸 뒤 그는 딸을 찾으러 나섰다. 나는 혹시나 돌아올 딸을 맞이하기 위해 집에서 기다리려 했으나,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 아들에게 딸이 오면 문을 열어주고 나에게 전화를 하라고 신신당부를 한 뒤 밖으로 향했다. 학교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이곳저곳을 살피며 걸었지만, 딸은 보이지 않았다.
딸의 통학길에 마주친 그와 서로 다른 곳을 찾아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설마 하며 학교 창 너머로 아이의 짐을 찾았지만 없었다. 하염없이 동네를 두리번거리며 딸을 찾았지만, 소용없었다. 집 근처에서 그와 다시 마주쳤다. 그 사이 딸이 집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르니 확인을 위해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지 않는 아들... 어쩔 수 없이 그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아들의 전화는 무음으로 되어 있었고, 아들은 편안하게 본인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틀림없이 게임을 하고 있었거나, 동영상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전화를 받지 않던 아들을 나무라는 그를 뒤로 하고 다시 밖으로 향했다. 딸아이 걱정에 아들을 평소보다 더 나무라는 그의 태도가 이해되면서도 조금 싫었다.
'혹시 교통사고가 난 건 아닐까? 그렇다면 온 동네가 시끄러워져 눈치챘을 텐데. 아닐 거야. 딸의 반 친구 부모들 모두에게 연락을 해봐야 하나? 학교는 이미 끝난 지 오래전인데, 연락처를 어디서 구하지? 날이 짧아 밤처럼 어두운데, 추운데 이 시간까지 밖에 있을까? 친구 집에 있나? 그렇다면 그 집 부모가 우리에게 연락을 안 할 리가 없는데...' 사실 꽤 어두운 생각도 했지만, 차마 글로 남기고 싶지 않아 생략한다.
머릿속을 온갖 질문으로 채우다가, 추운데 이 시간까지 밖에서 있을 리 없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도서관일까? 동네 쇼핑센터일까?' 집과 반대 방향인 쇼핑센터로는 향하지 않았길 바라며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온 딸의 모습에 안도했다.
아무런 상의도 없이 집에 바로 오지 않은 딸은 꾸짖을 때 근처에 제집 거실처럼 편히 앉아서 휴대폰 삼매경에 빠진 딸과 같은 반 아이가 눈에 띄었다. 저 아이 부모들은 이 시간까지 아이가 집에 가지 않아도 괜찮은 건가 의문이 들었지만, 일단 집에서 오매불망 딸을 걱정하고 있는 그를 위해 딸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물론, 그에게 딸을 찾자마자 딸을 찾았다고 전화로 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가 메시지로 연락한 딸 친구 아빠는 그날 아이가 아파서 결석을 했고, 그 집도 우리와 비슷한 경우가 이전에 있었다고 했다. 다행히 아이에게 스마트폰 이전의 휴대폰을 쥐어줬던 터라 전화로 집에 오도록 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그때 함께 있던 아이가 딸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있던 아이였다. 그 후로도 그 아이가 집에 가지 않고 가방을 멘 채 동네를 거니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었는데 여러모로 거슬렸지만, 그 집의 규칙을 내가 간섭할 일이 아니기에 그 아이가 엇나가질 않기 바라며 지켜볼 뿐이었다.
딸은 당연하게도 그에게 아주 많이 혼났다. 좀 지나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난 이미 도서관에서 돌아오는 길에 딸을 충분히 꾸중했고, 그가 넘치도록 훈육을 하는 것 같아 더는 아이를 추궁하지 않았다. 잠자리에 들기 전 딸은 살짝 울먹이며 오늘 아빠가 너무 무서웠다고 했다. 그 말을 그에게 전하며 내가 봐도 좀 지나치게 무섭게 굴었다 하자 그가 딸이 자기를 무섭게 만든 건 생각지도 않냐며 반박했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딸을 찾아 헤맬 때 난 정말 무서웠다. 당연히 그도 그랬을 것이다. 우리를 엄청나게 무섭게 했던 딸아,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부탁한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