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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Nov 30. 2022

2022년 마지막 어린이 체스 시합

메달을 받지 못해 속상했던 딸, 트로피를 받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배경 이미지: 어린이 체스 시합 중인 딸



2022. 11. 26


지난 10월 말에 참여했던 핀란드 전국 학생 체스대회보다는 가벼운 헬싱키 체스 클럽에서 주관하는 어린이 체스 시합이 있었다. 으레 주말이면 좀 더 여유로운 하루를 보내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토요일은 한글학교에 가거나 체스 시합에 참여하느라 분주하다. 아침부터 분주히 준비했지만, 나는 트램을 놓칠뻔했다. 다행히 트램 기사가 출발하려다 잠시 멈추고 나를 기다려줬다. 어찌나 고맙던지, 하마터면 가족과 떨어질뻔했다.


시합장은 트램을 타고 가다가 버스로 갈아타고 가야 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버스에서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아이들은 언제부턴가 독서를 했다. 식구들 아침과 시합장에서 먹고 마실 간식과 음료를 챙기느라 아이들 책을 깜빡했는데, 다행히 그가 챙겼다. 버스에서 셋이 오손도손 책을 읽는 모습이 왜 그리 좋은지... 


버스에서 나의 보물들이 책을 읽고 있다.


코로나 이후 체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인지 딸이 속해 있는 초보자들을 위한 E 그룹의 참가자가 거의 전체 참가자의 반을 차지할 정도의 월등히 많았다. 결국, E 그룹은 5개의 소그룹으로 나눠서 경기를 치렀고, 각 그룹의 1등만이 결승을 치러 메달의 색을 정했다. 딸은 5번의 경기에서 4승을 거두었지만, 자신이 속한 그룹에서 2등으로 메달을 따지는 못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시합에서 굉장히 잘했는데도 불구하고 메달을 받지 못한 딸은 실망했다. 그런데 의외의 트로피를 받게 되면서 딸의 기분이 좋아졌다. 2022년 어린이 체스 시합 성실 참가상으로 전제 부문이 아니고 여자아이 부문으로 트로피를 받은 것이다. 딸은 2022년에 총 5번의 경기 중 3번의 경기에 참여했다. 핀란드 체스계는 여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차원에서 여자부문을 따로 챙기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딸은 마지막 경기에서 상대방과 수다를 떨며 경기를 치렀다. 원칙적으론 체스 시합에서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면 안 되지만, 어린이 시합은 이 규칙이 잘 적용되지 않는다. 딸의 경기 상대는 체스 시합이 아직 익숙하지 않은지 자꾸 시계를 누르는 것을 깜빡했다. 이를 간파한 딸은 상대가 체스 기물 이동을 잘했지만, 시계 누르는 것을 깜빡했을 때는 모른척했다. 반면, 상대가 체스 기물 이동을 딸에게 유리하게 했을 때는 시계 누르는 것을 상기시켜 시계를 누르게 해서 상대가 체스 기물 이동을 수정할 수 없도록 했다. 딸의 승부욕과 장난기가 합쳐져 발생한 일인 것 같은데... 딱히 할 말이 없다.


대체적으로 차분히 시합을 치른 아들은 A 그룹에서 은메달을 받았을 뿐 아니라, 2022년 A 그룹 최고 선수상 트로피도 받았다. 2022년에 열린 5번의 경기를 모두 참여해서 얻게 된 결과였다. 


좌: 메달을 받지 못해 실망한 딸을 달래는 그, 중간: 어쩌다 찍게 된 매력적인 딸 사진, 우: 남매가 메달과 트로피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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