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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Feb 02. 2023

'법대로' 한국 vs. 법 고치자는 핀란드

뇌리를 떠나지 않던 거리두기를 준수한 공연 같던 핀란드 문화계 시위

배경 이미지 출처: Unsplash



'법대로' 한국 vs. 법 고치자는 핀란드


종종 핀란드의 뉴스를 한국에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 생각을 덧붙여 그 뉴스를 전하기도 하고, 때론 다른 일상에 밀려 뒷북인 거 같아 소식 전하기를 포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유독 미련이 남는 소식이 하나 있었다. 화물연대 시위와 전장연 시위 뉴스를 보면서 한국은 왜 사회약자를 구석으로 몰기만 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다 미처 전하지 못해 미련이 남던 핀란드 뉴스가 떠올랐다.


2021년 6월, 핀란드 문화계는 거리두기를 준수하며 공연 같은 시위를 펼쳤다. 시각적으로 볼거리를 제공한 시위는 공연계의 생존을 위한 시위였다. 화물연대와 전장연의 시위도 생존을 위한 시위라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시위 양상은 많이 달랐다. 핀란드 문화계 시위는 2022년 2월까지 지속되는 동안 정부와 대화를 이어갔고, 2022년 6월에 마지막으로 2월 시위의 요구사항들이 정리된 서류를 핀란드 과학문화부장관이 받으면서 일단락되었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문화계의 요구가 새로운 변화에 적절히 반영될 것이다.


시위의 시작은 당장의 생존을 위해서였지만, 시위가 진행되면서 막바지에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요구들이 대두되었다. 문화계는 코로나 상황에서 문화계에 시행된 제재들이 법대로 집행되었지만, 문화계 종사자들에게 고통을 가중시켰다는 점에서 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또 다른 감염병이 왔을 때 문화계 종사자들이 코로나 때처럼 손발이 묶인 채 어려움에 직면하지 않고, 코로나 때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감염병법의 개정과 함께 의료확충, 사업체와 프리랜서에 대한 적절한 보조금 지원 등을 요구했다. 


왜 한국 시위는 핀란드 시위처럼 평온할 수 없을까? 조용히 요구하면 듣지 않고 언론도 관심을 가지지 않아 대화가 진행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과격해지는 게 아닐까? 그렇다고 과격한 시위를 지지하진 않지만, 그들을 그렇게 만든 사회를 고칠 생각은 왜 안 하는지 궁금하다. 


벼랑 끝까지 밀려 온 힘을 다해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을 '법대로'라며 윽박지르는 사람이 대통령이라니...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인간이 만든 법이 문제가 있다면 법을 고쳐야지, 그럴 생각은 전혀 없고, 법에 사람을 맞추라 하고, 가진 자들은 법의 허점을 공략해 얼렁뚱땅 넘어가도록 내버려 두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 슬프다. 게다가 자기가 법대로 처벌해 놓은 죄인들을 다시 지맘대로 사면해 주고, 윤석렬이 이루려는 대한민국은 국민이 납득할만한 나라인지 궁금하다. 윤석열 맘대로 나라는 본인 꿈속에서나 만들었으면 좋겠다. 



코로나 거리두기를 준수한 핀란드 문화계 시위


2021년 6월 핀란드는 코로나 첫 백신 접종이 70%를 달성하였고, 백신에 관한 가짜 뉴스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코로나 위협이 완화되어, 곳곳에서 서서히 코로나 이전 일상으로의 회복이 시도됐다. 그러나 위드 코로나의 개념은 아직이었다. 


2021년 6월 3일 핀란드 문화계는 일상 회복을 위해 참을 만큼 참았다 (Mitta on täysi)는 시위를 2시간여 동안 벌였다. 핀란드 국회의사당 앞은 물론이고, 길 건너 헬싱키 음악홀 (Helsingin Musiikkitalo) 옆 잔디밭과 헬싱키 중앙도서관 오오디 (Helsingin keskustakirjasto Oodi)의 앞마당까지 드넓게 자리 잡은 시위는 1500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문화계 종사자들이 참여하여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연하며 장관을 연출했다. 


이 시위에서 유명 음악가, 작가, 감독, 무용가, 배우 및 다수의 예술계 지도자를 포함한 대표단이 문화계 성명서를 국회에 전달하였는데, 이들의 요구사항은 다음과 같았다. 

코로나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행사를 열 수 있도록 한다.

문화계 프리랜서들을 위한 코로나 보조금 즉시 지급과 코로나 규제로 위축된 공연산업에 대해 지원한다.

국가 예산의 최소 1%를 문화에 투자한다. 

고용의 정의 재정립하고 프리랜서의 안정망을 개선한다. 


핀란드 문화계의 시위는 먹고살기 위한 생존을 위한 시위였지만, 모두의 건강을 위한 생존을 지키는 시위로 문화계다운 공연 같은 시위였다


사진 출처: Mikko Laakso 페이스북 페이지


Mikko Laakso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photo/?fbid=10209042841744923&set=a.1266006426973


참고 기사: 

https://www.iltalehti.fi/kotimaa/a/ac26166a-d24c-448c-bab4-e8b288344b3e 

https://yle.fi/news/3-11963330 

https://www.helsinkitimes.fi/culture/19327-enough-is-enough-unique-protest-by-the-cultural-and-event-industry-on-3-june-12-noon-to-2-pm-eest.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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